러-우, 15일 이스탄불서 3년 만에 직접 회담 재개젤렌스키 "다른 대표단 만남 고려 안 해…푸틴, 시험대"마크롱·메르츠 총리 "동의 안 하면 금융-에너지 제재 부과"러, 푸틴 참석 여부에 함구…"영토 문제 포함, 협상 준비돼"美 "푸틴 등판하면 '중동 순방' 트럼프도 참석…멋진 만남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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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뉴시스.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이스탄불 평화협상에 직접 나서지 않을 경우 러시아 측과의 협상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에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부과를 요청했고, 프랑스와 독일 정상들은 이에 즉각 대응했다. 유럽연합(EU) 역시 17번째 대(對)러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합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세계의 시선이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쏠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회담과 관련,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오지 않으면 러시아 측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모든 것이 푸틴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다른 러시아 대표와의 만남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여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은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예정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난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어 "전쟁은 그와 대화함으로써 끝이 날 것"이라며 정상간 휴전합의가 이뤄지면 실무그룹이 그다음 세부사항을 조율할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그의 종전 의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끝내 거부할 경우 유럽에 강력한 대러 제재 부과를 요청했다.
이에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일제히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TF1 프라임타임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30일간의 조건 없는 휴전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며칠 내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미국 등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금융과 석유·가스 등 에너지부문에 대한 제재를 거론하면서 이 새로운 제재가 시행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대한 "중대한 제재 강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대상으로는 역시 금융서비스와 에너지를 언급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전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 분야에서 새로운 제재를 제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정상들은 지난주 러시아에 조건 없는 30일 휴전을 제안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과 협력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뉴시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긍정적인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3일 타스통신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접촉 중이지만, 이스탄불 회담에 관해선 '조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은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리 대표단은 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선전에 악용되지 않고 회의가 개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회담의 목표는 영토 문제를 포함해 현실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2022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전체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크림반도는 공식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다른 4개 지역은 현재 점령 수준에서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선을 따라 양쪽 15㎞씩 총 30㎞ 폭으로 완충지대를 두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푸틴 대통령이 불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평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는 당장 (우크라이나 공격을) 중단할 수 있다. 러시아는 분명 시간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자신도 참석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키스 켈로그 미국 특사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란다"며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다. 정말 멋진 만남이 될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