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개혁 내세워 검찰 폐지…'정치보복' 시사경찰 수사 오류 바로잡을 방법 사라지고 경찰 권한 막대해져수사·기소 분리로 범죄 양산…사법 공백 현실화검찰 손발 묶어 범죄집단 비호세력 지적 나와박지원 선대위원장, 대법원장 탄핵 거론하며 유영철 빗대 "엄청나게 좋은 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성진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모두 넘기고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맡고 기존 검찰은 기소청(공소청)으로 대체한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사실상 '검찰폐지'나 다름없다.

    검찰권 남용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비대한 권한을 축소·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자신을 옥죈 검찰조직을 없애려는 '정치보복'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속도만이 강조된 검찰 개혁은 범죄 대응 역량 약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견제할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폐지' 공약 내건 이재명…"가장 노골적인 정치보복"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이재명 대선 후보 10대 공약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했다. 공약에는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 등 검찰 개혁 완수가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검찰을 기소 중심의 기소청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검찰이 담당했던 수사권은 별도 조직인 중수청을 새로 만들어 넘긴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역시 지난달 25일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참여한 TV 토론회에서 "더 이상 기소하기 위한 수사를 할 수 없도록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며 수사권 구조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집권 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뜻을 밝힌 것이다. 더 나아가 검찰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국민들은 또다시 검찰개혁 파동으로 인한 갈등과 국정 혼란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은 분명 조정되어야 하나 국가 사정기관으로서의 본질적 역할까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면 경찰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방법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에서 경찰 수사와 다른 내용의 증언이 나와도 검찰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다. 경찰이 가진 권한이 되레 비대해져 경찰을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이 후보는 과거 '정치보복은 숨겨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며 "검찰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이야말로 가장 노골적이고 저열한 정치보복 아니냐"고 지적했다.
    ▲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성진 기자
    ◆수사·기소 분리로 범죄 양산…사법 공백 현실화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되면 부패·경제·마약 등 전문적 수사가 필요한 분야에서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검찰은 검사가 수사 초기부터 공판까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왔는데 수사와 기소 기능이 분리되면 이 같은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결국 국민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수청이 출범한 뒤 조직과 인력을 갖춰 정상적으로 기능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어 초기 수사 공백과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사건 종결권을 부여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양 기관의 책임이 불명확해지면서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수사 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린 장기 미제 사건은 2021년 4426건에서 2023년 1만 4421건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사기·횡령·배임 등 복잡한 경제 범죄에서 수사 지연이 두드러져 피해자들이 입는 경제적·사회적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2021년 형사공판사건 접수 인원은 22만6328명으로 전년 26만154명에 비해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구속 인원도 2020년 2만1753명에서 2021년 1만8410명으로 15.3% 급감했다. 범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분명히 기소해야 하는 사건임에도 경찰이 불송치하거나 수사를 미흡하게 마무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설령 수사권이 전부 경찰로 넘어가더라도 검찰이 최소한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해야 사법적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명 잔인하게 죽인 연쇄살인마를 "엄청나게 좋은 분"으로 치켜세운 민주당 선대위원장

    이런 가운데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 한 말이 논란이다.

    그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대북송금 특검으로 서울구치소에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하고도 같이 살아봤어요"라며 "그분도 개인적으로 얘기하면은 엄청나게 좋은 분이에요. 인간은 그런 양면성이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위반 상고심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에 대해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서 조 대법원장과 유영철을 비교하며 한 말이다.

    사회자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굉장히 찬사를 보냈던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흠을 잡으려도 흠이 없는 게 흠이다라고 했던 이런 발언도 있고 여러 가지로 굉장히 좀 청렴결백한 법관이다. 이렇게 인사청문회에서 높이 평가했던데 그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묻자 박 의원은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조 대법원장이 양면성을 띠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도 법관으로 훌륭했기 때문에 대법관도 대법원장도 되셨겠죠. 그렇지만 어떻게 내란에 동조하고. 그분이 어땠습니까? 서부지법 난동 사건 때도 침묵을 했습니다"라면서 "윤석열이 계엄을 하고 포고령에 사법부가 존재할 수 없게끔 돼 있잖아요. 이러한 것에 대해서도 침묵을 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21명을 연쇄살인한 유영철과 조 대법원장을 비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사회자 역시 곧바로 "여기서 잠깐 조금만 정리를 하고 갈 것은 아까 살인마 유영철하고도 같은 수감 시설에 있었다 말씀하신 게 조희대 대법원장하고 비유하신 건 아닙니다"라며 "여러분. 그거 오해하지는 마세요"라고 정정했다.

    유영철은 2003~2004년 서울 시내에서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살인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사체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하고 사체 3구는 불에 태우는 등 엽기적이고 심각한 시신 훼손을 자행했다. 엽기적인 유영철의 범행은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검거된 이후에도 법정 난동, 교도관 폭행 등 시끄러웠다.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사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살인마를 "그분도 개인적으로 얘기하면은 엄청나게 좋은 분이에요"라고 말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과거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대형 금융 범죄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전격 해체하는 등 권력형 비리가 의심되는 사건을 무마시켰다"면서 "유독 범죄를 비호하는 법 개정안을 많이 내는 등 의회 권력을 남용하는 민주당의 폭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