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국익' 외치지만 과거 정부 답습 가능성盧 '동북아균형자', 文 '균형 외교' 비판받아강성 좌파 진영과 총선-탄핵-대선 모두 연대"반미·친북이 기반 … 李가 하고 싶어도 한계" 민주당 "외교에 이념 빼고 실적 낼 것" 자신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오후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가짜 진보 청산을 내세우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진영 기저에 깔린 친북·친중 DNA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계의 질서와 동떨어진 좌파 이념과 민족주의의 관점으로 정세를 바라보다 보니 외교·안보 정책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전날 대구 동성로를 찾아 "한미동맹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랑 원수를 살일 없지 않느냐"며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한미동맹은 한미동맹대로, 한미일 협력은 한미일 협력대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물건도 팔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제가 대만에도 셰셰(謝謝·고맙다는 뜻의 중국어), 중국에도 셰셰했다. 틀린 말인가"라며 "일본 대사한테도 셰셰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고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미국·일본·러시아·중국)과 실용주의 외교를 하며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 하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끌어내고 평화 체제를 진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논리는 정당 정치에서 좌파 이념이 강력하게 투영됐던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계속돼왔다. 당시 '동북아균형자론'으로 불리던 노무현 정부의 외교 노선은 결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으로 주변 모든 국가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며 '균형 외교'를 표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몽을 이야기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3불(미국 미사일방어체계·사드 추가 배치·한미일 군사동맹) 1한(배치된 사드 포대 운용 제한) 등을 통해 중국의 요구에 맞추려 노력했다. 

    대북 정책은 대화만을 강조하는 유화책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은 2007년 회고록에서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 북한의 의견을 물어 기권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권결의안 기권은 물론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협조하지 않고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북전단 제재에 총력을 다했다. 두 정부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실질적 소득은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런 외교 정책들은 한미동맹 등으로 우리 안보의 한축을 담당하는 미국의 불만을 샀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던 로버트 게이츠 전 장관은 2014년 밝힌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을 "반미적이고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친북·친중파로 분석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을 통해 2019년 6월 열린 판문점 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참여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2019년 6월 판문점 회담 당시 모습. 북한 김정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뉴시스

    민주당의 한결같은 외교·안보 노선의 근원은 결국 좌편향 이념과 민족주의를 버리지 못한 한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념적으로 왼쪽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가 결합되다 보니 전통적 사회주의 국가에는 친밀감을, 여기에 북한에 대해서는 맹목적 애정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이런 이념적 지향성을 띄는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큰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친중·친북 정책들이 당의 기조로 자리 잡았다.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후보도 운동권과 연대로 정치적으로 성장해왔다. 이 후보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부터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경기동부연합 세력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성남시를 기반으로 움직이던 강성 NL(민족해방)계와 제도권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이 후보의 방향성이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후보가 경기동부연합 출신 김미희 전 의원과 단일화를 통해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김 전 의원은 이후 성남시장 인수위원장으로 이 후보를 도왔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지도위원 출신이다. 

    좌파 진영 전문 시위꾼으로 불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와 인연도 성남시장 시절 시작됐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박 대표는 성남시의료원 추천직 이사로 임명돼 3년간 재직했다. 의료계 경험이 전무한 박 대표가 시의료원 이사로 임명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맹목적인 북한 편들기와 반미·반일노선으로 요약된다. 한미연합훈련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사드 배치 반대 등을 주장하며 장외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 

    문제는 이 후보가 이들과 여전히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동부연합 세력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는 이유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진보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민노총) 등을 장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의 민노총 간첩단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지령을 통해 진보당과 민노총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갈 것을 지시했다. 

    이들의 영향력 증대에는 이 후보도 한 몫을 했다. 제22대 총선에서 진보당이 3석을 얻어 원내 진입을 한 데에는 민주당의 도움이 컸다. 독자 출마로는 당선 가능성이 요원하던 진보당은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해 2석을, 민주당이 불출마한 울산 북구 지역에 후보를 내 1석을 얻어 총 3석의 원내 의석을 확보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석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좌파 시민단체들과 진보당 민노총은 장외 집회를 통해 위세를 과시했다. 민주당도 이들과 연대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단식 투쟁 등을 병행하며 힘을 모았다. 

    대선 정국에서도 이들은 하나가 됐다. 대선 후보를 냈던 진보당은 이재명 후보를 광장 단일후보라 치켜세우며 단일화에 응했다. 이들의 연대를 중재한 것도 광장대선정치연대 공동의장을 맡은 박석운 대표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정치적 배경이 결국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정부에서 균형이라는 단어를 실용으로만 바꿨을 뿐 결국 비슷한 외교 노선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후보의 10대 공약집에서도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방위적 억제능력 확보'는 후순위로 밀렸다. 한미일 협력은 담기지 않았다. 윗 순위에는 '국익과 실용의 기반 하에 주변 4국과 외교관계 발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평화적 분위기 조성' 등이 명시됐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북과 반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잃으면 정권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설사 이 후보가 진정성을 가지고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구조다. 그걸 조금이라도 하려다 지지 기반을 잃은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현재 국제 정세는 한국이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노선을 정확히 해야 생존을 할 수 있는 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가 이념에 경도되지 않은 외교를 통해 실리만을 추구할 것이라고 호소한다. 민주당 정부가 해왔던 기조와 현실 외교를 반영해 이 후보만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의 이념성을 수치로 따지면 과거 대통령들보다 더 오른쪽으로 와 있다고 보면 된다. 오직 국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외교에 이념이 끼어들 일은 없다는 이야기"라며 "모든 분야에서 이 후보가 실용주의를 외치지만 외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이념색을 발현하지 않으며 실적을 내는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