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부동산 규제 집값 폭등 … 다주택자 죄악시집 팔라고 해놓고 정책 당국자들은 강남 집 사고 다주택 수두룩 '소주성' 최저임금 인상 … 자영업 폐업 줄지어비정규직 정규직화 … 공공기관 신규 채용 줄여경제학 교수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비판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3년 1월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 하고 있다. ⓒ뉴데일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을 '가짜 진보'로 규정하면서 진보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재조명되고 있다. "풍요롭게 하는 것이 진보이지 가난하게 하는 게 진보인가"라는 김 후보의 물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소득주도성장론과 규제 일변의 부동산 정책이 빚어낸 일자리 창출 실패와 집값 폭등의 민낯을 겨냥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중도보수'를 자처했으나 각종 반(反)기업적·반시장적 공약을 내세워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가운데 이 후보의 진보 색채가 짙은 정책들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주택·소득·고용 분야 통계 수치를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통계 담당자가 조작에 응하지 않으면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값 조작 사례만 102회에 달했다. 

    조작이 이뤄진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었다. 당시 정부는 수십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음에도 집값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 되레 집값 상승만 부추겨 "손을 댈 때마다 문제"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래서 택한 대안이 통계 조작이라는 '눈속임'이었다.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6.5%로 사실상 역대 정권 중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문제 원인을 이념에 경도된 정책 기조로 꼽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죄악시한다는 지적이었다. 부자와 기득권을 적대시하는 좌파 진영의 낡은 이념이 정부 정책에 스며있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했고, 이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부과했다. 실거주 외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도 병행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집값은 더 오르기만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내 집 마련이 절실했던 실수요자에게 돌아갔다. 집 없는 서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사는 집 아니면 다 팔라"고 부추겼던 문재인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이 다주택자였던 사실이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인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도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치기'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가 '나쁜 임대인'을 전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저열한 국민 갈라치기 정치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부작용도 컸다.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간 임대료 격차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전셋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로 여긴 소득주도성장은 이념 편향의 정수를 보여줬다. 그가 대선후보 때부터 약속한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늘리고 생산·투자·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기업의 투자 확대가 성장을 주도한다는 주류 경제학 모델을 뒤집어 큰 우려를 자아냈다. 

    첫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최저임금은 16.4% 올라 역대 최대 인상 폭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10.9% 인상, 정부 초기 2년간 29.1% 올랐다. 생산력 이상으로 임금이 높아진 기업은 고용을 줄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임금 노동 시장에서 단기 일자리를 책임지는 자영업자의 곡소리도 커졌다. 

    다음은 '비정규직 제로'였다. 공공 부문에서 이뤄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취업 준비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성과도 미미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규모 정규직화로 재정 부담이 커진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을 줄였다. 정규직 전환 상위 10대 공기업 중 하나였던 한국전력은 매년 1700명씩 뽑던 신규 채용 규모를 2021년에 1100명으로 줄였다.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친인척을 뽑고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부정 채용 문제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고용·소득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이번 감사원 조사로 드러났다. 임금 상승에 따라 소득 분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되레 악화되자 관련 통계를 왜곡했다. 민주당은 2022년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삭제했다. 사실상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였던 '큰 정부'는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마다 오히려 시장 왜곡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노란봉투법' 추진, 상법 개정 등은 반기업·반시장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생 우선 철학으로 '잘사니즘'을 구호로 외치고 있지만 그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 등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 교수는 "이 후보의 공약을 보면 문재인 정부 정책보다 더 심각하다"며 "기본소득 발상은 마치 발전기로 모터를 돌리고 다시 그 모터로 발전기로 돌리는 것과 같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영구동력기계'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중 갈등으로 한국 경제가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념을 떠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