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면회 온 기억 되짚으며 고마움 전해"인생 짧으니 시행착오 적게 겪었으면"
  •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딸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자신의 수감 생활로 함께하지 못한 딸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담하게 전했다.

    김 후보는 "네가 한참 아빠를 찾을 나이에 나는 2년 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다"며 "23년 전 네가 여섯 살일 때 처음 너에게 보낸 편지를 지금도 보면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 면회 기억을 떠올리며 "쇠창살 너머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도 저렇게 잘 뛰어노는지 그리움이 북받쳤다"고 적었다.

    김 후보는 딸이 어린 시절 면회 온 기억을 되짚으며 "면회 때 과자 봉지에 들어 있던 작은 장난감 자동차를 건넸는데 25년이 지난 어느 날 네가 그걸 다시 내밀었을 때 아빠보다도 속이 깊은 네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빠 노릇을 못했는데도 이렇게 밝고 맑게 자라준 네가 너무 고맙다"며 "너는 우리 집의 희망"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딸에게 전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으니 시행착오를 적게 겪었으면 한다"며 "어려움이 닥쳐도 절망하지 말고 힘과 지혜를 모아 당당히 이겨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후보는 "무조건 너는 최고다. 사랑해"라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김문수 캠프)

    ▲김문수 후보가 딸에게 보낸 편지 전문

    동주야! 안녕! 요즈음 주로 뭘 하고 지내니? 아빠가 너무 관심 많이 가지는 것도 부담스럽지? 그래도 아빠, 엄마는 늘 네 생각뿐이란다.

    네가 한참 아빠를 찾을 나이에 나는 2년 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지. 23년 전, 동주가 여섯 살 때. 내가 감옥에서 처음 너에게 쓴 편지를 보면 지금도 난 너에게 미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구나.

    답답한 감옥에 같혀 있던 시절,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은 너와 엄마를 보는 것이었다. 엄마와 함께 면회를 와서 만날 때면, 우리는 서로 서먹하기도 했지.

    쇠창살 너머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자그맣게 보일 때마다 그리움이 북받치곤 했었다. 너도 저 아이들처럼 잘 뛰어노는지.....

    잠깐의 면회가 끝나고 헤어질 때면 나는 한편으로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린 딸이 철창 너머에 죄수복을 입은 아비를 보는 것이 정서 형성에 나쁘지나 않을까? 혹 교육에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감옥으로 면회 왔을 때, 과자봉지 속에 들어 있던 손가락보다 더 작은 플라스틱 장난감자동차 한 대를 너에게 건네주었지. 동주 네가 25년도 더 지난 어느 날 그 장난감 자동차를 아빠에게 내밀었을 때, 나보다 더 속이 깊은 네가 애처로워 가슴이 찡했다.

    동주야! 아빠는 늘 너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동주가 어릴 적, 쫓기고 구속되는 일이 많아 아빠 노릇을 못했는데 기특하게도 이렇게 밝고 맑게 잘 커 주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엄마와 나는 수원에서, 너는 부천에서 떨어져 사는데다가 내가 바빠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니 미안하기만 하구나. 그래도 씩씩하게 생활 잘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너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동주야말로 우리 집의 희망이다.

    동주야! 나는 네가 무엇보다도 시행착오를 적게 겪었으면 한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으니까 말이다. 어려운 일이 닥친다고 탄식할 필요도, 절망할 필요도 없다. 어려움에 부딪힐수록 더욱 힘을 내고, 지혜를 모으고, 더욱 겸손하면서도, 더욱 당당히 역경에 맞서 이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동주야!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너는 알지? 아빠는 네 삶이 꽉 채워져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엄마 아빠는 무조건 동주가 최고다. 사랑해! 안녕!

박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