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헌법 제84조와 형사재판의 계속' 주제 논의"대통령 불소추특권, 당선 전 재판 해당 안해""법원, 李 재판 이어가 사법권 독립 실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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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12일 주최한 '헌법 제84조와 형사재판의 계속' 세미나. ⓒ뉴데일리 DB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헌법 제84조와 형사재판의 계속'을 주제로 세미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전 재판'을 두고 민주당 측이 '불소추특권'을 이유로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법조계 인사들이 모여 사태를 진단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행사는 이재원 한변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이 회장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12가지 범죄를 저지르고 5개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피고인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한 현실"이라며 "당선된다면 재판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인지 혼란에 싸여 있기 때문에 이 난제를 푸는 데 해결책이 있을지 검토하고자 한변이 준비하게 됐다"고 행사 포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2월 19일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하는 헌법 제84조를 두고 한 발언이다.
민주당도 이 후보가 대통령 당선 시 기존 형사재판이 중단되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이 퇴장한 상황에서 통과시켰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은 당선된 형사피고인의 재판을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들은 그 이유·근거로 ▲피의사실의 중대·다양성 ▲법치주의 훼손 가능성 ▲사법권 독립 필요성 등을 꼽았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종현 기자
◆ "입법자, '5개 재판' 피고인 당선 예측 못해"
이어진 환영사에서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변호사)는 "이 후보와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징역 7년을 넘게 받았고 최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 후보는 사실상 유죄가 확정됐다"며 "헌법 84조를 만든 입법자들이 이런 피고인의 재판 중단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최소한 평균 이상의 도덕심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중대한 피의사실로 여러 건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피고인의 재판까지 중단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구충서 한변 부회장(변호사)은 "불소추특권은 면책 특권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는 것"이라며 "84조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는 재직 중에 새로이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발제를 맡은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소추특권 논란'의 핵심을 헌법 84조에서는 '형사상 소추'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지만 소추 이후의 재판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들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대통령 재직 중에는 소추뿐 아니라 재판도 중지돼야 한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사법 불신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서 밝혀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 "법원, 李 재판 이어가 사법 독립 지켜 법치 바로세워야"
장 교수는 사법 불신의 원인이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이 이 후보의 재판을 이어나감으로써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알 수 있듯 1·2·3심 판결이 들쭉날쭉하는 소위 '널뛰기 판결'과 한 재판을 두고 2~3년 걸리는 '재판 지연' 문제 등이 지적돼 왔다"며 "법원의 그간 책임을 고려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판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장 교수의 말에 공감하며 "대법원은 이 후보 상고심에서 파기자판하지 않고 파기환송했다"며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 두려워 비겁하게 도망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황 교수는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법원은 탄핵소추·청문회 등 민주당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이 후보 사건들을 전부 대선 이후로 미뤘다"며 "법원이 외치던 사법 독립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은 의아해한다"고 꼬집었다.
토론을 이어간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는 최근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인 사건 공판들이 전부 대선 이후로 미뤄진 것에 우려를 표했다.
양 기자는 "현재 선거법 외에 다른 재판들도 기일을 잡지 못하는 '재판 실종' 상태다"라며 "판사들이 알아서 권력 앞에 굴복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충상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법원도서관 어디를 뒤져봐도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고 적힌 책이 없다"며 "법제처의 헌법 주석서는 헌법 제84조의 '소추'는 기소만을 의미한다고 명확하게 해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연구관은 "헌법재판소법 제32조도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라고 돼 있듯 명백히 재판과 소추를 구별하고 있다"며 "또 형사소송법 246조도 '국가소추주의'라는 제목으로 소추는 공소제기임을 거듭 명백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12일 주최한 '헌법 제84조와 형사재판의 계속' 세미나. ⓒ뉴데일리 DB
◆ "대법관 30명으로 증원하면 '이틀러' 돼"
이날 세미나에선 민주당의 '방탄 입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특히 지난 7일 민주당 주도로 최근 법사위·행안위에서 통과된 ▲대통령 당선인의 형사재판을 중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서 '행위(行爲)' 부분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언급됐다.
또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4심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언급됐다.
이에 대해 이 전 연구관은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대법관이 30명으로 증원되고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16명을 전부 좌파로 임명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행정부·입법부·법원·헌재를 모두 지배해 '이틀러'처럼 독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도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의 입법자나 재판관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무리수"라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선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빼면 남는 게 없고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대장동 뇌물 사건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등 총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들은 공판 기일이 대선 이후로 미뤄졌거나 이 후보가 참석할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머물러 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