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10일 새벽 비공개 개최, 후보 교체 착수 한덕수, 국힘 새 대선 후보 신청에 단독 등록10일 전당원 투표, 찬반투표 진행 후 11일 전국위원회 거쳐 새 후보 최종 확정김문수 긴급 기자회견 "부당한 후보 교체 법적 정치적 책임 물을 것"우파진영 "10일 양 후보 다시 만나 대선 승리의 출발점 만들어야"당 원로들 '화해의 다리' 만들기 위한 '역할' 필요
  •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에 있는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후보 교체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한덕수 무소속 후보를 새로운 후보로 교체키로 한 가운데, 김문수 후보는 "부당한 후보 교체에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지금이라도 김문수-한덕수 두 후보가 만나 파국을 면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후보 절차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차후 엄격한 규명 작업을 벌이되 일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독재적 행위를 막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우파 진영이 모두 힘을 모을 경우 이재명 후보와 5%포인트 내외의 격차로 좁힐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 경우 보수우파 세력에서도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보혁 대결구도로 펼쳐지면 막판 대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협상, 재협상 끝 결렬, 새벽까지 이어진 후보 교체극 

    국민의힘이 비상대책회의를 연 것은 10일 새벽. 비대위는 전날 밤 두 차례에 걸쳐 이어진 심야 단일화 협상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자 비공개로 비대위회의를 열고 대선 후보를 다시 선출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새벽 1시쯤 중간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한 후보를 새로운 후보로 재선출하는 작업을 밟고 있다"며 후보 교체를 공식화했다.  

    이후 한 후보는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국회 본청에서 접수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청 접수에 단독으로 등록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회의 등에 이어 전 당원에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10일 실시해 후보 재선출 찬반 여부를 묻는다. 이 결과를 갖고 비대위회의를 다시 연 뒤 오는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과반 통과로 한 후보를 새로운 후보로 다시 선출할 방침이다. 

    앞서 비대위는 자정까지 단일화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당 비대위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거쳐 후보 재선출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 후보 측 실무 협상자인 김재원 비서실장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도 후보 등록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후보는 김문수 후보다. 10일 아침 후보 등록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후보 교체) 행위 자체가 불법적인 행위이고 명백히 잘못됐다. 원천적으로 불법, 무효 행위라서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다.

    김 비서실장은 전날 2차 실무 협상에 돌입한 지 30여 분 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김 비서실장은 결렬 후 기자들에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며 "유감스러운 부분은 전 국민 앞에서 모든 단일화 절차와 방식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해 놓고 선 일임은커녕 자기 주장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게 바로 한 후보의 민낯"이라며 "이미 당 지도부에서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 후보를 옹립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 있고 그 절차가 종료될 것이기에 한 후보 측에선 아무런 협상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비서실장은 "실질적으로 실속을 챙길 궁리만 하면서 협상을 깨는 일에 전력했다. 심히 유감"이라며 "한 후보의 가증스러운 거짓말을 기억하면서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부분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방식이었다. 이들은 1차 실무 협상에서부터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김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빼자고 주장했고, 한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후보 선출에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한 후보 측 실무 협상자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결렬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 후보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원칙"이라며 "이건 조건이 아니다. 전제다. 이걸 어기고 협상이 진행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법적 정치적 책임 묻겠다" 정면 대응 선언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이 박탈된 직후인 이날 오전 9시50분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에 대해 "부당한 후보 교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젯밤 우리 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이라며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퇴출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우파 진영, 金-韓 다시 만나 '대선 승리'와 '당 개혁' 위한 합일점 찾을 때 

    최근 나온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간 대부분 두 자릿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파 후보들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좁혀지는 경우도 나온다. 

    이는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고 보수우파 진영이 단일대오가 형성되면 언제든 판도를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각종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6~7% 정도까지 나오지만, 양자 대결 구도가 확실해지고 우파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보이면 진영 결집은 급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빠질 수 있고, 이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격차도 5%포인트 이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원로 정치인은 "지금은 승리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 같지만 선거 막판이 되면 구도는 확 달라질 수 있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워낙 큰 만큼 선거 판세는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은 역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간 '화학적 결합'이다. 지금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재명 만큼은 막자"는 대의 앞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원로들도 '화해의 다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줄 것을 우파 진영에서는 희망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단추는 김 후보에게 '퇴로'를 열 명분과 역할을 주는 것이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