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가 한덕수'에서 '정치인 한덕수'로 변신 중 김문수와 팽팽한 신경전 … "선 넘었다" 지적도 "정치 바꿔야겠다는 강한 신념 불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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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동을 위해 지난 8일 국회 사랑재로 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가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정치인 한덕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방을 직접 겨냥해 발언하는 것을 비롯해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9일 "그간 행정을 해온 한 후보가 처음으로 정치권에 들어와서 직접 부딪히고 배우고 있다"며 "우리 정치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확실히 느꼈고 정치를 확고하게 바꿔야 되겠다는 강한 신념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후보는 불과 일주일 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 한 후보와 오늘날의 한 후보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평소 스타일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한 후보는 단일화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첫 만남과 두 번째 만남에서도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일 첫 회동에서는 몸을 낮추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등 김 후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 주력했다.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어떤 방식이든 따르겠다" "조속한 단일화가 국민의 뜻"이라며 명분 쌓기에 집중했다.
반면, 전날 회동에서는 김 후보와 팽팽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약 63분간 생중계로 진행된 김 후보와 회동에서 한 후보는 발언 주도권을 가져가며 김 후보의 발언을 받아쳤다.
김 후보가 단일화 방안의 일환으로 대선 후보 마감 등록일(11일)을 단일화 기한으로 두지 않고 일주일 뒤를 새로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데 대해선 "단일화를 한다고 하지만 일주일 뒤에 하자는 것은 결국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제대로 못 해내면 우리 후보나 나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렇게 될 것"이라며 "제발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하자. 왜 못하느냐"고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이 외 "후보님께서 선을 넘어서 말씀하신 것 같다"며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가 한 후보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가슴을 쫙 펴고 가슴을 들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취하자 "그렇게 하지 않고 깊이 인사드리며 했다"고 반박하며 허리를 숙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한 후보의 태세 전환에는 1차 회동 이후 김 후보 측의 여론전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회동이 끝난 뒤 김 후보 측은 한 후보가 "아무런 대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후보 등록할 생각이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나" 등 공세적 반응을 내놓자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결국 김 후보의 공세에 맞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술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단일화 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강인한 리더로서 자질을 내세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위 공직자로서 한 후보는 직접적인 설전을 벌일 일이 없어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만 알려졌는데 이런 이미지만으로 국정을 이끌 지도자로서 능력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한 후보는 외교·통상 문제에 대해 "관세 폭탄에 대비한 통상 문제도 반드시 다음 정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민주당 정치인이 통상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한다"며 "정치적 이유로 협상을 중단하라는 것은 일종의 놀부 심보"라고 비판했다.
한편으로는 대립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막판 단일화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한 후보가 단일화라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며 "마냥 끌려가기보다는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입지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