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李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기일 변경중앙지법도 같은날 李 대장동 재판 기일 미뤄이호선 교수 "대한민국에 수치스러운 선례 남겨""대선 전 재판 진행해 정치 공격에 굴복하지 말았어야""법원이 특정인을 법 위에 둔 것이나 마찬가지"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서성진 기자

    "중앙지법과 고등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판 기일을 대선 후로 미룬 것은 사법부가 정치의 압박에 굴복한 수치스러운 선례를 대한민국에 남긴 것이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학장은 8일 뉴데일리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이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위반 파기환송심과 '대장동 재판' 공판 기일을 내달로 미룬 것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당초 두 재판 기일은 모두 이달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의 정치적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그런 결정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이) 사법부를 지키기 위해서 기존에 잡았던 기일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등법원이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재판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질타했다. 그는 "법원이 특정인을 법 위에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고등법원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에 내놓은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법원, 대한민국 삼권분립에 수치·우려스러운 선례 남긴 것"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전날 이 사건 첫 공판 기일을 당초 지정했던 이달 15일에서 대선 본투표 후인 6월 18일로 변경했다.

    같은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도 이달 27일로 잡혀 있던 이 후보의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사건' 속행 공판기일을 내달 24일로 미뤘다.

    중앙지법은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서울고법은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첫 공판기일을 미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수년간 1심 속행 중이던 재판(대장동 재판)은 차치하더라도 선거법 파기환송심 만큼은 기일을 지켰어야 했다"며 "고등법원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에 내놓은 변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지방선거나 총선이었으면 출마한 피고인에게 이렇게까지 편의를 봐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판 기일을 잡은 후로부터 한 달이나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 이 후보에게 무죄를 판결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 다음날인 2일 이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했다. 

    형사7부는 사건이 배당된 당일 곧바로 첫 공판 기일을 이달 15일로 지정했다. 대선 본투표가 내달 3일임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파기환송심이 배당되고 이 후보는 한 달 넘게 선거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이 교수는 그 사실을 지적하며 "이미 1·2심에서 사실 관계에 대한 것들이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 후보가 재판에 꼭 출석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따라서 피고인이 불출석해 재판이 공전되더라도 기일을 열었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에 이 후보가 출석을 한다 하더라도 파기환송심은 법리에 대한 판단만 남아 있기 때문에 보통 1~2시간이면 끝난다"며 "헌법 제116조가 말하는 '균등한 선거 운동 기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고등법원 결정이 유권자의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했다고 본다. 그는 "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데 지금 대선에 나오지 않았느냐"며 "유권자 입장에서 이 후보의 유죄 여부가 선거권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데 고법이 판단할 기회를 빼앗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 ⓒ정상윤 기자

    ◆ "李 당선돼도 5개 재판 계속 돼야"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파기환송심·재상고심을 거쳐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징역형 이상의 경우에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 84조'를 근거로 자신의 재판을 중지해 달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 후보의 형사재판은 중단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지난 2월 19일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하는 헌법 제84조를 두고 한 발언이다. 

    민주당도 이 후보가 대통령 당선 시 기존 형사재판이 중단되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이 퇴장한 상황에서 통과시켰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의 해석을 두고 '소추'와 '재판'을 분리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형사소송법 제246조 '소추' 규정은 검사의 행위로 사법부의 재판에까지 적용하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이미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소추됐기 때문에 불소추특권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소추=기소'이기 때문에 '불소추특권'은 대통령 당선 이후 기소되는 것을 면책하는 특권에 해당한다"며 "당선 이전 재판이 중지돼야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불소추특권을 넓게 해석해 당선 이후 재판이 중지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헌법은 대통령이 형사 재판 받을 시간이 없어서 면책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국정 운영 과정에서 스스로 '직권 남용되는 것 아니냐' 혹은 '형사 문제 생기는 것 아니냐'는 등 위축되지 말라는 취지로 주어지는 특권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는 것"이라며 "헌법이 불소추특권으로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 직위'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외에도 ▲대장동 뇌물 사건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등 총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