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탈당 … "참보수민주의 길 걷겠다"당내선 "나가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 반색 'YS 손자' 김인규 "함께해서 더러웠다" 비판지역 정가도 "원래 민주당 사람 … 예견된 탈당"
  •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본관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찬성을 요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잇따른 독자 행보로 '해당(害黨) 논란'에 휩싸였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이 8일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참보수민주의 길을 걷겠다"며 새로운 정치 행보를 예고했으나 당내에선 오히려 '앓던 이를 뺐다'는 평이 나온다. 계엄 반대, 탄핵 지지, 민주당 이적설까지 이어진 그의 자기 정치 행보는 그간 당 지도부는 물론 친한동훈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선배·동료 의원님들과 당원 지지자분들께 송구함을 올린다"며 "앞으로 극우 보수와 수구 보수가 아닌 참 민주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정통 보수정당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길 간절히 바라왔고 그 충정으로 외롭고 힘들지만 충언을 계속했다"면서 "이제 기능성이 사라진 극단적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을 아픈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더 많은 고견을 듣고 더 깊이 생각해 오직 국민께 도움 되는 결정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정당 입당 또는 그 밖의 정치 행보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려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이재명·이준석 등 대선 후보님들과 만나 현안 해결과 나라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당 노선과 충돌하는 행보를 이어가며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로부터 거취 압박을 여러 차례 받았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 참여나 탄핵 찬성 입장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탄핵 기각 시 무기한 단식' 발언이나 지난 2월 광주 방문 등 극단적인 독자 행보가 당에 부담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다 최근 김 의원의 민주당 이적설은 '해당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인적으로 친한 민주당 의원님들이 사적으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주셨다"며 "솔직히 2025년도의 보수 가치에 민주당이 더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발언했다. 

    ◆"자기 영달 위해 탈당 … '참민주보수' 해괴망측한 명분" 

    이렇다 보니 김 의원의 탈당에 당내에선 '홀가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원이 계엄 반대와 탄핵 지지라는 다양한 의견 표출 수준을 넘어 '탄핵 기각 시 무기한 단식 발언' '민주당 이적설' 등으로 해당 논란을 야기했고, 이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위해 정당을 이용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간 김 의원 때문에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았다"며 "설득을 해도 독자 행보로 일관했다. 이제라도 제 발로 나가 당에도 본인에게도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 의원에 대한 작심 비판을 남겼다.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탈당하면서 해괴망측한 '참민주보수'라는 혼종까지 만들어내며 억지 명분을 짜내고 있다"며 "보수세 강한 울산에서 운 좋게 배지 한 번 달았으면서 자신만이 참보수, 진짜 보수인 양 행동하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어두운 터널 속 끝이 보이진 않지만 묵묵히 제 일을 해내는 보좌진, 당직자, 의원 선후배 그리고 동료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몰지각한 행위"라며 "나도 계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계엄에 반대한 김재섭·김용태 의원 같은 젊은 정치인들 역시 힐난을 묵묵히 감내해 내지 당신처럼 쉬운 길을 찾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영삼의 민자당 이후 30년 넘는 유구한 전통을 지닌 유일한 보수정당이고,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런 정당을 당신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도 말고 진짜 보수의 가치라는 말도 입에 담지 말라"고 직격했다. 

    급기야 친한계 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조차 김 의원과 거리를 두며 그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 의원은 애초 친한계로 분류됐으나 사실상 타의로 친한계 의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나왔다. 

    친한계 소속 한 의원은 "김 의원과 끝까지 정치적 연대를 이어가고 싶어 수차례 설득했지만 돌연 혼자 광주에 가는 등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며 "지도부는 불필요한 잡음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대선 전 누구도 징계하지 않는다는 기조였지만 김 의원만큼은 징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지지' '선거법 위반 민주당 기초의원 변호' 전력 재논란

    당 일각에선 공천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인사였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1차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고도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든 '국민추천제'를 통해 공천됐다. 그러나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 선언하고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지역 정가에서 논란이 됐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김상욱은 '노사모' 출신의 송철호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문재인 지지 선언을 하는 등 민주당 사람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갑자기 스스로 우파라고 하고 다녀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지금에 와서 보면 이런(탈당) 행동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민주당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중앙선대위 직능본부 협약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해 "구국 충정을 가진 어떤 분이라도 최대한 만나 함께하려 한다. 조만간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입당) 의사를 밝힌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박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