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당 지도부 여론조사·전당대회 기습 추진에 일정 중단"단일화는 후보가 직접 주도"…지도부 개입에 선 긋기
  • ▲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2025.04.29. ⓒ이종현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돌연 선거 운동 일정을 중단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한 후보와 독대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들이 단일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당 안팎에서는 단일화 압박을 받아 온 김 후보가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한 후보와 단일화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담판을 지으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내일(7일) 오후 6시, 한덕수 후보와 단독으로 만나기로 했다"며 "이 만남은 김 후보가 직접 제안했다"고 밝혔다. 회동 장소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김 후보 측은 또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은 없어야 하며 단일화는 이 시각부터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도 따로 만나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이날부터 사실상 '당무우선권'을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내일(7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또 "중앙선대위를 중심으로 후보를 보좌해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김 후보는 5일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나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도부가 오는 10∼11일 중 전당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소집 공고를 내고 일정을 기습적으로 추진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당 지도부를 향해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는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필요한 기구"라며 "결국 후보 단일화가 여의찮으면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김문수 후보의 지위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김문수 후보가 직접 지금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는 7일 6·3 대선과 관련해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김-한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김 후보에게 사실상 단일화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들어 대구·경북과 부산을 방문 중인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단일화 일정을 협의하려 했다. 그러나 경주를 방문 중이던 김 후보는 대구로 이동하기 직전인 오후 3시 20분께 박수민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의 대구행 소식을 접했고 돌연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당 지도부는 발걸음을 되돌렸고 한 후보 역시 김 후보와 만나기 위해 대구행을 준비했으나 김 후보의 상경 소식을 접한 뒤 방문 계획을 접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