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드골 퇴진 이후 드골 세력이 재집권美 공화당도 '빅텐트'로 출범해 정권 창출중도·우파 중심으로 뭉치면 정권 재창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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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퐁피두 현상."
민심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 자주 소환되는 정치 용어다. 1968년 프랑스에서 샤를 드골 대통령이 전국을 뒤흔든 대규모 시위와 혁명으로 퇴진했지만, 국민은 그의 후계자 조르주 장 레몽 퐁피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데서 유래했다. 사회주의 정부를 일컫는 파리 코뮌 재현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다. 57년 전 프랑스의 상황은 최근 한국 정치와 상당히 닮아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게 된 6·3 대통령선거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반(反)이재명 빅텐트'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만큼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견해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낸 결과다.
1968년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학생 시위와 노동자 파업으로 프랑스 경제와 정부는 '올스톱' 됐다. 드골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의 기세에 드골 대통령은 몇 시간 샹젤리제 궁을 떠나 도피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드골 대통령은 끝내 하야를 선택했다.
당시 대다수 프랑스 국민은 야당이 정권을 탈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 드골의 후계자 퐁피두가 당선됐다. 드골에 반대해 끌어내렸음에도 드골을 따르는 우파 세력이 재집권한 것이다.
여기엔 우파 결집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사회주의 파리 코뮌 재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자 시민들은 드골 반대 세력 즉 좌파 시위대에 버금가는 시위대를 형성했다. 좌파 시위대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피로감도 한몫했다. 나라의 혼란을 부추기면서 프랑스 국민은 자연스럽게 '안정'을 쫓아 우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도 1854년 '노예제 반대'라는 기치 아래 '빅텐트' 정당으로 출범했다. 당시 다양한 세력이 힘을 합친 결과 대선 승리를 이뤄냈다. 뜻을 함께하는 세력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친노예제 성향의 민주당에서 이탈한 세력은 물론 보수 계열 정당이 공화당에 합류했다.
'결집'은 중요한 순간마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했다. 지금 한국도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물러났으나 한 전 총리를 중심으로 우파가 결집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만약 단일화에 실패하면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포위된 이재명 후보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참여정부)에서도 국무총리를 지냈다.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과 주미대사를 지낸 외교통상 전문가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불안정성과 대립 구도가 격화하고 있는 만큼 한 전 총리의 존재감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구 여권 관계자는 "반명 빅텐트는 이번 선거의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자질과 경륜, 도덕성 측면에서 흠결이 없는 한 전 총리를 중심으로 중도와 우파가 결집한다면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