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 환송에도 李, 대권 의지 민주 "대법원 선거 개입 … 사법 정의 죽은 날"민주당, 선거 중 판결 시 후보 사라질 가능성판결 없더라도 범죄자 공세로 중도층 이탈 전망국민의힘, 사퇴 요구 … "정치인 자격 박탈"
-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 이 후보의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 후보는 계획대로 대권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선 후보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민주당과 범야권으로서는 향후 '후보 교체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1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대법원 판결 후 "제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이라며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후보가 대권 행보를 멈출 생각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고등법원은 대법원 판단에 기속되기에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 재판에서는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새로 형량을 결정해야 한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으며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결 취지를 그대로 살리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에 참여한 12명 중 10명이 다수 의견으로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한 부분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해 국토교통부 협박이 있었다는 이 후보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마저 박탈당한다. 같은 취지로 판결이 내려진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던 만큼 결국 당선 무효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정치적 판결이라며 대법원도 내란 세력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상 초유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역사는 오늘을 '사법 정의가 죽은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3 내란에는 입 닫고 있던 대법원이 국민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방해하겠다는 말이냐"면서 "민주당은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맞서 의연하게 국민을 믿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대법원 규탄 구호를 외쳤다. "명백한 선거 개입 대법 규탄한다", "사법쿠데타 대법원 규탄한다"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의총에 참석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유력 정치인이자 차기 대선 후보에게 올가미를 씌우고 족쇄를 채우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냈다"며 "우리 국민이 사법쿠데타를 진압하고 정의와 상식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의원들도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 ▲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서성진 기자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법원만 비난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후보가 후보 등록일(5월 10~11일)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가 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를 내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이 복잡하지 않고 대법원이 빠른 선고를 원하고 있어 최후 변론을 하는 재판 기일 1회 이후 바로 선고 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르면 2주 안으로 이 후보에 대한 고등법원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고가 대선 전에 나오지 않아도 문제다. 선거 과정 내내 이 후보의 정책이 아니라 사법리스크만 부각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보수중도를 표방하고 우클릭 행보를 하며 쌓아 놓은 중도층 민심이 완전히 이반될 가능성도 있다. 반(反)이재명 전선에 선 정당들이 대선 정국과 후보 토론회 등에서 이 후보를 범죄자로 규정해 비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후보가 사라질 가능성, 선거 과정에서 민주 진보 진영이 고립될 가능성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 역대 대선에서 없던 변수"라며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후보 교체 요구도 생겨날 수밖에 없다. 결국 후보가 스스로 결단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민의힘에서는 이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상 유죄를 선고받은 이 후보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후보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이 후보는 지금껏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며 국민의 눈을 속여 빠져나갈 궁리만 해왔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이재명 후보의 '거짓말 면허증'은 취소됐고 동시에 정치인 자격도 박탈된 것과 다름없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승영 기자
박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