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근로,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돼" 주장"노동 자주성·인간 가치 반영하지 못해"근로, 조선시대부터 '나라의 부강·부지런함' 뜻"철 지난 반일 선동 … 이념 잣대 바꿔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더불어민주당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21. ⓒ뉴시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근로자'라는 용어가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됐다는 것인데, 근로라는 단어는 일제시대 이전부터 사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전날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5월 1일은 전 세계적으로 노동의 존엄성을 기리고 노동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메이데이(May Day)로 지정돼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1923년부터 이 날을 노동절로 기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현재의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근로자'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돼 온 용어로, 노동의 자주성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근로자'라는 용어가 일제 잔재인데다가 노동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메이데이의 보편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고자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는 원래의 이름으로 회복하고, 법률의 제명을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간 좌파 진영과 노동계에서는 '근로'보단 '노동'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근로'라는 말이 '근로정신대' 등에서 유래한 일제 강점기 잔재인데다 '근로'라는 단어가 사용자 입장이 담겼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당대표였던 지난 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있는데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노동' 하면 한때 '빨갱이' 이미지도 있었는데 노동이라는 단어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6월 당시 비례대표였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 의원은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돼 온 용어"라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부지런히 일함'으로 정의돼 있어 국가의 통제적 의미가 담긴 용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로'라는 용어가 일제 잔재라는 주장에 대해 여러 반박이 존재한다. 세종실록 등 조선왕조실록에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번역본을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 포털 검색 시 '근로자(勤勞者)'라는 단어는 22번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다. 근로(勤勞)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총 199회 쓰인 것으로 나온다. 

    일제 강점기 전인 1895년 우리나라 최초 국어 교과서로 알려진 '국민소학독본'에도 '근로'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 '근로'는 '나라의 부강'과 '부지런함'을 의미한다.

    해방 이후 좌파 진영에서 '근로'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근로인민당'이 그 예시다. 몽양 여운형 선생이 1947년 창당한 근로인민당은 중도 좌파 인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의 이름도 '근로자'다. 1946년 창간 이래 반월간 형태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어를 교체하는 건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단어 자체를 순수하게 보지 않고 이념적으로 평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헌법에는 노동이란 말이 없다"며 "근로 대신 노동으로 용어를 바꾸면 갑자기 노동이 중요해지나. 아주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도 "근로를 노동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본인들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이념적 잣대부터 바꾸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느냐"면서 "민노총에 표를 구걸하기 위해 반일 감정을 만들고 이념적 선동을 일삼는 행태가 안쓰럽다"고 했다.
남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