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소ⓒ연합뉴스

    한국의 공인중개사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을 거래할 때 흥정을 붙이던 가쾌(家儈)들은 한양과 평양 등에서 활동하면서 토지와 가옥 등 매매를 중개했다. 여기서 나온 용어가 우리가 알고 있눈 '복덕방'이다. 복덕방 가쾌들의 영업장으로 말 그대로 복을 주고 덕을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이후 1983년 부동산중개법 제정되면서 그 명칭을 서서히 사라졌다.

    당시 중개사들이 중개업을 비하하는 의미로 용어가 사용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덕방이란 용어에는 믿음과 신뢰가 깔려 있다. 그래서 지금도 집을 매매하면 중개수수료를 지불할 때 우리는 '복비'라고 부른다. 거래 시 좋은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한 수고비라는 의미다.

    최근에는 '임장 기본보수제'란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입장 기본보수제은 쉽게 말해 임장비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중개사와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행위인 임장활동에 비용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새롭게 등장했다.

    임장은 현장을 방문해 매물과 주변 정보를 조사하는 활동으로 집을 구매 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투자 열풍으로 매수 의사 없이 매물만 구경하는 '임장크루'가 많아지면서 중개인, 집주인 등 현장의 피로도가 커지자 복비뿐 아니라 앞으로는 임장비도 받겠단 것이다. 

    임장크루는 부동산 커뮤니티나 투자학원 등을 통해 모인 이들을 뜻하는 말로 최근에는 이들을 모집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임장클래스 상품은 월 2~3만원에서 8~10만원대 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임장크루 사이에선 실제로는 처음 본 사이임에도 신혼부부나 인근에 직장을 구해 집을 구하는 등의 연기를 하는 '실거주 콘센트 임장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협회 주장대로 임장크루가 등장으로 가짜 손님이 늘고 진짜 실수요자는 놓칠 가능성이 커졌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임장비는 단순 중개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중개사와 소비자를 함께 보호하는 장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크다. 현재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중개보수도 발생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매물 확인만으로도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 부동산 직거래가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직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4년 5만9451건으로 220배 이상 급증했다. 상승한 집값과 함께 중개수수료 부담도 커지면서 직거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임장비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중개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으로 작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복비에 임장비까지 부담이 커지고 중개사 입장에선 권익 보호는 되지만 그만큼 소비자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 시 좋은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한 수고비로 지불해 왔던 복비처럼 지금은 중개인과 소비자 사이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자정 노력과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필요한 임장을 제재하기 위해 공인중개업계는 부동산 중개를 체계화하고 임장 클래스 운영 업체들은 돈벌이에 앞서 사생활 보호,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나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