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위반' 상고심 신속재판…대법원장 강력한 의지이 전 대표의 5년전 대법판례도 뒤집힐 가능성 크다여야 모두 합의한 대법관…사회적 약자 보호 앞장선 원칙론자이석기·한명숙·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정치 사건에 소신 드러내
  • ▲ 조희대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대법원이 지난 24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두 번째 전원합의체 심리에 나섰다. 앞서 지난 22일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첫 합의기일을 연지 이틀만으로, 매우 이례적인 빠른 속도다.

    이는 압도적인 지지로 거대 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정된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최대한 대선 전에 선고해 국민들의 판단을 맡기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대법원 결과에 따라 대선 표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이 사건은 대법 전원합의체가 판단함에 따라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관들의 정치적인 성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12명의 재판관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총 14명의 대법관 중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해 기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은 제외했다.

    ◆소부 배당 2시간만 전원합의체 회부∙즉각 심리…"조희대 의지"

    우선 전원회의체 회부 결정은 조 대법원장이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10시쯤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이 전 대표 사건을 배당한다고 언론에 공지한 지 2시간 만에 다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고 알렸다.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곧바로 전원합의기일을 열어 첫 심리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대법원 사건은 1·2·3부로 나누어진 소부에서 심리하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법원조직법 7조 1항에선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判示)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절차 내규 2조 4항에선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을 요건으로 든다.

    앞서 이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무죄를 받았던 공직선거법 사건도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했다. 다만 이 때도 소부에 배당한 후 7개월여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결국 전원합의체 회부는 조 대법원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회부 사실을 공지할 때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전원합의체의 심리를 위한 합의기일을 지정한다'(2조 1항)는 대법원 내규를 덧붙였다.

    같은 내규에는 '대법관은 전원합의체의 심리가 필요한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장에게 전원합의기일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2조 2항)는 규정도 있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주심 등 다른 대법관이 건의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며 "합의체 회부는 대법원장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법원조직법 7조 1항을 들어 종전 대법원 판례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종전 판례는 이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무죄를 받았던 공직선거법 사건이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 판례를 가져다 무죄를 선고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본인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바로 회부한 것을 보면, 조 대법원장의 신속 재판 의지가 강해 보인다"면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이기도 하지만 종전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단을 하고 변경할 필요가 있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여야 모두 합의한 대법관…사회적 약자·소수자 권리보호에도 앞장선 원칙론자

    조 대법원장은 1981년 사법시험 23회 합격해 사법연수원 13기 수료 후 군법무관을 거쳐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4년 대구지방법원장 재직 중,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지명돼 2020년까지 6년간 상고심을 심리했다.

    퇴임 후에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가 2023년 12월, 윤석열 정부에서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전국 각지 법원에서 판사 재직 중 대법관까지 역임하고 원칙론자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보호에도 앞장섰다"며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 나갈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선 판사 시절에 법원 내 대표적인 학구파로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국제거래·해상운송에 관한 논문 다수를 발표했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엔 환경법 판례 교재를 새로 만들고 민사집행법 교재도 전면 수정·보완하는 등 법 이론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9년 1월,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인들이 전원 누명을 썼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후에 조 대법원장은 이 재판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으로 회상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차한성 대법관 후임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 후보자에 올랐다. 그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 230인, 부 4인으로 임명동의안이 가결될 정도로 여야 모두 합의한 대법관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무죄 소수의견…확고한 보수성향

    2020년까지 대법관 재임 중 심리했던 상고심 사건을 보면 대체로 보수성향이 뚜렷하며 법조문의 내용을 엄밀하게 해석하고 확장해석을 경계하는 원칙론자로 꼽힌다. 일부 전원합의체 판결에선 소수의견을 내며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선동 및 내란음모 혐의가 유죄인지 문제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내란선동은 유죄이고 내란음모는 무죄라는 다수의견을 내 판결로 확정됐다.

    그해 8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유죄인지 문제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는 9억원 전부 불법정치자금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을 냈다.

    2018년 10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으로 표현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지 문제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면 앞서 2018년 4월, 제18대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댓글작업'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그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하는지 문제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특히 2019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중 하나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상고심 판결선고에서 별개의견으로 뇌물죄와 강요죄가 모두 불성립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다수의견은 강요죄는 무죄이나 뇌물죄는 유죄였다.

    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악질 친일파로 묘사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조치가 적법한지 문제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해당 다큐멘터리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현저히 어긋나므로 제재되는 것이 옳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전합 사건에서 일주일에 두 번 기일을 열고 심리를 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조 대법원장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