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출범 후 진보당과 단일화 접촉 예정李 우클릭 행보에도 진영 내 진보당 영향력 여전 진보당 후보 김재연, 반미·종북 인사로 분류진보당은 이석기의 통진당 후신으로 평가민노총·시민단체 모인 '광장 세력'이 지원민주, 원내 진입 도운 명분으로 협상 키 쥘 듯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민주당 당대표 시절인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농성중인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당시 상임대표)를 만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 후보 체제가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이 진보당과 단일화를 계획하고 있다. 우파 진영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며 우클릭에 나선 이 후보와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불리는 진보당 대선 후보이자 '이석기 키즈'로 불리는 김재연 후보와 연대를 추진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진보당과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내란 세력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새로운 진보 정부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에 모든 진보 진영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 후보 체제의 공식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즉시 진보당과 접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진보당은 이미 지난 19일 대선 후보 선출을 완료했다. 당 경선에서 진보당 상임 대표를 맡고 있던 김재연 후보가 당선되며 대선 행보에 나선 상태다. 

    김 후보는 해산된 통진당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종북 세력으로 불리는 NL(자주파)계가 장악했던 통진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는 이유로 2014년 12월 해산됐다. 김 후보는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가 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통진당의 리더로 평가받던 이석기 전 의원은 2015년 대법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는 이 전 의원의 측근으로 불렸다.

    이후 절치부심한 김 후보와 통진당 세력은 민중당에 둥지를 틀었다. 2018년 민중당 2기 지도부에 통진당 출신인 이상규 전 의원이 상임대표에 당선되며 차츰 당을 장악했다. 2020년 당명을 진보당으로 개정하고 진보당 1기 상임대표에 김 후보가 선출됐다. 

    이후 통진당 출신 인사들은 당권을 내주지 않으며 진보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김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이석기 석방·주한미군 철수·사드 배치 반대 등을 주도해 왔다. 북한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첩단 등에 지령을 보내 진보당의 성장을 도우라고 사주하기도 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3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진보당의 강령은 반미와 친북·반시장으로 요약된다. 강령에는 '불평등한 한미동맹 해체' '초국적 자본 및 재벌의 독점경제 해체' '민족의 힘으로 중립적 통일국가 건설' 등이 명시돼 있다.

    민주당이 이런 진보당과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정권 교체의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보당이 좌파 진영에서 2~3% 정도의 득표력을 가진 상황에서 단일화를 통해 상대 진영에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각오다. 

    게다가 진보당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좌파 시민사회 등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를 주도했던 '광장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민노총은 사실상 진보당과 한 몸으로 평가받는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자체가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하던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좌파 시민단체들은 이미 대선에서 양당의 연대를 주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 모여 '광장대연합정치시민연대'를 꾸리기도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좌파에 원로로 불리는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이 내각의 한 자리를 원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광장 세력과 함께하고 있기에 진보당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진보당과 선거 연대는 하되 선대위 참여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진보당의 색채가 강해 이 후보가 주장하는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첫 공식 일정이던 서울 동작구 현충원 참배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모두 우파 진영의 상징으로 불리는 대통령들이다. 또 우파 진영 인사로 분류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민주당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민주당이 진보당과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명분으로는 지난해 총선에서 진보당의 원내 진입을 도왔던 점이 꼽힌다. 민주당은 제22대 총선 과정에서 비례위성정당에 진보당 등 좌파 군소정당을 참여시켰다. 진보당이 비례정당에서 2석, 지역구(울산 북구)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 세 자리를 진보당에 선물한 것이다. 

    이 후보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진보당과 어느 선까지 선거에서 움직일지는 당내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진보당이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원내 정당으로 거듭났다"며 "내각을 약속한다든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전적으로 정권 교체 후 이재명 후보가 판단할 몫이기에 협상 카드로 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