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역 마트 흉기난동범, 쓰러진 피해자 끝까지 쫓아 범행서울 도심 곳곳서 반복되는 '묻지마 위협'…시민 불안 고조경찰학 교수 "불쾌 감정의 무차별 표출…'인간 안보' 해결책 절실"
  • ▲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마트 현장에 23일 시민이 놓고 간 국화꽃들이 놓여있다. ⓒ뉴데일리 DB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30대 남성이 진열된 흉기로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해 60대 여성이 숨지고 또 다른 여성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피해자가 도망치려는 순간까지 쫓아가 흉기를 휘둘렀고 이 범행은 다수의 목격자들 앞에서 벌어졌다.

    피의자인 30대 A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6시20분께 마트에 들어가 장을 보던 60대 여성 B씨를 상품으로 진열된 흉기로 찔렀다.

    B씨는 흉기에 찔린 뒤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어 마트 밖으로 빠져나오려 했지만 A씨는 그 여성을 끝까지 따라가 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이 마지막 공격으로 피해자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현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피해 여성이 바닥을 기어 나와 도망치려고 했는데 그 남자가 뒤따라가 다시 흉기로 두 번 내리쳤다. 너무 무서워서 얼른 가게 문을 닫고 안으로 숨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문을 닫을 새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해 남성은 흉기를 전봇대 뒤 과자 상자에 꽂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더니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혹시 우리 가게 근처에서 불이 났나 해서 뛰어 나갔었는데 마트에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이 동네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 직후 A씨는 사건 현장 부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23일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24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서울 미아동 마트에 흉기 난동을 부려 60대 손님을 숨지게 하고, 40대 종업원을 다치게 한 A씨가 2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4.24 ⓒ연합뉴스

    ◆반복되는 패턴…끊이지 않는 '묻지마' 범죄

    미아역 사건은 최근 반복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들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불특정인을 상대로 충동적 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국 곳곳에서 잇따른 '묻지마 위협' 사건들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달 서울 도심 호프집에 들어가 흉기를 빌려 달라고 직원을 협박한 30대 남성은 결국 거리로 나가 행인을 위협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제압됐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성동구 일대 청계천 산책로에서 50대 중국인 남성이 갑자기 흉기를 꺼내 들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어 23일에는 종로구 종로3가역 1번 출구 인근에서 행인들을 향해 커터칼을 휘두른 50대 남성이 같은 혐의로 검거됐다.

    무차별 위협은 흉기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용의자 1명이 사망하고 주민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남성은 과거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이웃을 겨냥해 농약 분무기를 개조한 도구로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범행 직전 인근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도 불을 지른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하거나 이를 노출해 시민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공공장소 흉기소지죄'가 신설됐다.

    해당 법률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8일부터 시행됐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공원 등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드러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마트 현장에 23일 시민이 놓고 간 국화꽃들이 놓여있다. ⓒ뉴데일리 DB

    ◆전문가 "불쾌 감정, 무차별적 표출로 이어져…국가 차원의 진단 필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잇따르는 무차별 흉기 범죄의 원인으로 가해자의 개인적인 불만과 사회 적응 실패를 지목헀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비슷한 일들이 많이 있는데 사회에서 불쾌감정을 무엇인가 느꼈기 때문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쾌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부정적인 일들만 이제 목전에 있게 되면 불쾌 감정이 생기는데 여기에 대한 적응을 아무나에게 무차별적으로 표하게 되는 것이 공통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당 야탑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때도 그냥 장갑차를 가져다 놨는데 이런 것이 과연 예방 대안이 되겠느냐"며 정부의 대응이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결론적으로는 정치권이 '인간 안보'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점검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인간 안보에 대한 대안 역시 국가과 국정운영 책임자 차원에서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오는 28일부터 6주 간을 '범죄예방활동 강화 기간'으로 정하고 다중이용시설과 공중화장실, 음주운전 우려 지역, 재난취약지 등을 중심으로 순찰을 확대함과 동시에 지자체와 협력해 위험 요소 제거에 나서기로 했다.
김동우 기자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