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년 만에 4·27 기념식 참석차 서울 방문반문 정서 여전히 강한 상황서 文 행보 촉각지난해 총선서 文이 유세 나선 PK 지역 참패문재인 정부 실정에 최근 통계 조작 논란까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하는데 반대로"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화의 힘 평화의 길’ 기념식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예비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문재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져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만에 서울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돌다리도 두들겨봐야 하는 정국에 문 전 대통령이 움직이는 게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며 "통일 담론을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은데 오히려 상대 쪽 결집 효과가 나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는 25일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는다. 문 정부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포럼 사의재'가 김대중재단, 노무현재단, 한반도평화포럼과 공동 개최하는 행사다. 문 전 대통령은 직접 기념사를 할 예정이다. 2023년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2년 만의 공식 서울 나들이다.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잊히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이 선거철마다 등장해 분위기를 미묘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제22대 총선 유세 과정에도 등장했다. 문 전 대통령의 지역 기반으로 불리는 부산·경남(PK) 후보들 유세 현장에 나타나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PK 지역 11곳 중 9곳에서 패했다. 승률이 18%다.

    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이 175석을 얻어 압승한 와중에 PK에서만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PK에서 참패는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필요한 200석을 채우느라 애를 먹은 원인으로 꼽힌다.

    친명계는 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여전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온 부동산 정책과 맹목적인 모습을 보인 대북 정책, 무리한 에너지 전환을 앞세운 탈원전 정책 등이 국민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해당 정책에서 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념을 앞세워 '세금으로 부동산을 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버리겠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개발 방식을 도입해 공급도 착실히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탈원전 정책은 이미 폐기 수순이다.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에서는 이미 원전을 빠르게 증설해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의 지나친 친북 이미지 덜어내기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이 후보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해 안보 행보를 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에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등을 거론하며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친명계는 이런 노력이 문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빛을 잃을까 걱정이 크다. 당장 감사원이 발표한 문 정부의 통계 조작 논란은 국민의힘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17일 감사보고서에서 문 정부 시절 통계 조작이 102회나 있었다고 발표했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폭등한 부동산 가격 수치를 보정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전날 문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과 통계법 위반, 강요와 협박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좋지 않은 형국에서 문 전 대통령이 어떤 태도로 어떤 말을 내놓을지에 대해 불안감이 크다. 한 번의 설화가 잘못된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길 바라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우리 당이 고민해야 할 것은 후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문재인 리스크"라며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하는데 빠질 때 끼고 낄 때 빠진다. 현재 대선 흐름에서 대선에서 몇 안 되는 리스크이자 변수"라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