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소통관서 대선 출마 선언"김문수보다 약자의 삶 아는 사람 없어"임금체불·청년고용·약자 문제에 진중 발언
  •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며 청년들과 손을 잡고 있다. ⓒ이종현 기자

    "중도란 무엇인가. 중도는 약자를 보살피고 약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저는 약자를 위해 과거에 혁명을 꿈꾼 사람이다. 알아야 바로 고칠 수 있다. 어려운 분들의 삶을 이해할 때만 그들을 위한 정책을 세울 수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 장관은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지금은 명실상부 '우파 지지율 1위 후보'다. 단순한 지지율 선두가 아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 과정에서 정면으로 맞섰고,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을 가장 선두에서 실천한 인물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 이어 행정부 장관까지 역임하며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준비된 대권 후보'라는 뜻이다. 

    핑크색 넥타이를 매고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문수보다 더 구석구석 약자들 삶을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자신 있게 단언했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살아온 길을 보면 나보다 더 좌파와 우파, 중도층을 아울러 치열하게 산 사람이 없다"며 "나보다 더 누가 약자들을 돌보는가. 약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 정의가 똑바로 서고 부패한 자는 감옥으로 가고 깨끗한 사람이 정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선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전과 4범'에 고구마 줄기처럼 재판에 회부돼 있을 뿐만 아니라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자신의 삶과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국회의원이 누가 있느냐.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는 사람이 태반인데 집에 있는 사람한테 25만 원을 왜 줘야 하나. 그게 중도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역시 이 대표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 오토바이 배달하는 노동자들, 이런 분들을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지 알아야 고칠 것 아닌가"라며 "서울지하철을 하루에 700만 명이 이용하는데 지하철역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 정치인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지적했다. 

    과거 김 전 장관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기로 유명하다. 

    김 전 장관의 아내인 설난영 씨도 김 전 장관의 지사 시절 특별한 수행원 없이 오래된 자차를 스스로 운전해 다녔다. 특히 김 전 장관 부부는 설 씨 명의의 4억8000만 원 상당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아파트 한 채만 소유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청년 고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세세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청년 54만 명이 일을 못 하고 쉬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청년 일자리는 제대로 보장 안 하고 있다"며 "무엇이 중도이고 무엇이 복지이고 무엇이 대한민국의 미래인지 정말 다시 한번 함께 고민해 보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정식은 김 전 장관의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이만희‧박수영‧인요한 의원이 참석했다. 특히 김민섭 '김문수 승리 캠프' 청년대변인 등 청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김 전 장관의 뒤를 따라나서며 "김문수"를 연호했다. 

    캠프에 합류한 20대 초반의 최인호 상근 부대변인은 "개인의 소신과 성역 없는 정치, 정치인들이 얘기하길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가감 없이 진실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김 전 장관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파 진영 역사상 젊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전례가 별로 없는데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청년들이 많이 나섰다"며 "그런데 김 전 장관은 그런 청년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 김문수 전 장관이 1988년 민주화가족실천협의회 행사에 참석해 '양심수 전원 석방'을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 전 장관의 젊은 시절은 노동운동과 약자를 위한 삶으로 채워졌다. 

    1951년 9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학생 시위를 하다가 제적됐다. 이후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재단보조공으로 근무하고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지내는 등 1970년대와 19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 노동운동의 전설로 불리던 시절 김문수 전 장관의 모습.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5‧16‧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06년과 2010년 경기지사를 지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노동개혁의 실천 책임자로 김 전 장관을 택했다.
박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