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교수, "탄핵소추 변론기일 지정 무효"…행정법원에 소송국회 내란죄 철회로 소추서 '30% 사유만 남아'…헌재 변론 지속 여부 쟁점"국회 측의 탄핵소추서 내란죄 철회는 정치적 1심 판결의 하자 인정한 것"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가 탄핵소추서에서 철회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변론기일을 유지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측의 내란죄 철회는 자신들의 주장에 명백한 하자를 인정한 것으로 핵심 의제가 사라진 만큼 헌재가 탄핵 심판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호선(사법연수원 21기) 국민대학교 법과대학장은 4일 서울행정법원에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탄핵 심판 변론기일 사전 지정 행위 무효 확인 소송과 변론기일 지정 행위 집행정지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이 부당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법원에 소장을 내고 탄핵 심판 사건에서 내란죄가 철회된 것과 관련해 헌재가 본안 판결을 전제로 변론기일을 잡은 것은 무효이므로 그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탄핵을 소추한 국회는 지난 3일 열린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헌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인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제외하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헌법 위반 여부만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탄핵소추 사유서 중 적시된 사유 27페이지 중에서 12페이지 분량이 내란죄를 전제·핵심으로 구성·기술돼 있다"며 "내란죄를 철회하게 되면 탄핵소추서에 남는 부분은 전체 사유 중 30%에 불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서는 총 44페이지다. 탄핵소추 사유를 다룬 본문의 분량은 총 33페이지고 윤 대통령의 12월12일 담화 인용 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소추사유로 적시된 분량은 27페이지다. 여기에서 내란죄를 철회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8페이지 분량만 남게 된다.
◆국회 탄핵소추서, 정치적 1심 성격…"내란죄 철회는 하자 인정한 것"
이 교수는 단심제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서는 국회의 정치적 1심 판결의 의미를 지니기에 내란죄를 철회한 탄핵소추서는 예비판결문으로서 그 내용에 있어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소장을 통해 "탄핵소추서는 2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 ▲헌법재판소에 대해 탄핵을 구하는 공소장 ▲국회의 예비판결문 등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장과 같다는 점에서 탄핵소추서는 일단 헌재에 접수되면 심판이 끝날 때까지 그 기재된 사실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소장은 "탄핵심판은 국회가 일단 예비 판정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정한다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국회가 정치적 1심 판결을 하는 것이고 이걸 위해 탄핵소추서 가결은 국회에서 의원 개개인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정치적 판관으로서 판정하고 이 총의가 탄핵소추서로 표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또 "국회의원들 각자가 탄핵소추 찬반 심판을 할 때 그 근거는 소추사유서에 있는 내용이고 헌재에 가서도 그 내용 그대로 최종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인데 이것을 탄핵 심판 절차에서 철회한다는 것은 탄핵소추서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들어갔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5회 기일 지정…"예비판결문 하자에도 변론기일 지정은 부당"
이 교수는 소장에서 "국회가 예비판결문 성격을 지닌 탄핵소추서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탄핵 심판을 각하 하지 않고 변론기일을 지정한 것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소추서가 그 내용에 있어 심각한 하자를 안고 있어 무효이므로 이것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탄핵소추심판을 각하 해야 마땅하고 본안 판단에 나아갈 필요조차 없어 변론을 종결 했어야 함에도 차회 변론기일 등을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론의 진행에 따라 다음 변론기일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소추인(국회) 측에서 탄핵소추의 전제가 되는 내란죄를 철회해 소추 단계에서의 정당성이 명백히 결여된 사안에 대해 차후 집중적으로 변론기일을 지정한 것은 그 결론이 어떠하건 간에 본안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예상하는 대로 탄핵 인용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시한에 맞춰 진행하려는 의도라면 헌법재판이 아닌 정치재판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원고와 같은 주권자 국민을 우롱하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도 전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해 1~5차 변론기일을 각각 1월14·16·21·23일과 2월4일로 지정했다. 헌법재판소 이미선 재판관은 3일 열린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이번 기일로 준비 기일을 마치고 본격적인 변론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변론을 열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