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앞 한남초 인근 '군사분계선' 연상시애틀서 외국인 "국회의원들이 내란죄 … 감옥 가야""좌파, 대통령 교체 아닌 70년 대한민국 역사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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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 인근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하고 철수한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참가자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참가자들은 오전 7시쯤부터 집회를 시작해 밤샘 집회를 불사했다. 2030 MZ 세대가 연단에 올라 비상계엄의 적법성과 탄핵의 부당함에 대해 열변을 토했고, 한미동맹을 응원하는 외국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유세 현장에 자주 등장했던 '북'도 집회 현장에 다시 등장했다. 북을 치고 있던 조경선 씨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우리가 이 북을 가지고 전국 유세에 동행했다"며 "이 북의 주인은 오전부터 북을 치다 보니 탈진해 병원에 실려 갔다. 그래서 제가 지금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했으니 우리 손으로 다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다"며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29차례 탄핵을 남발하고 협치 없이 입법 독재를 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막아야 이런 국회 독재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시애틀에서 온 재미교포 오희경 씨는 "집회에 참여하고자 지난달 입국했다. 2017년 2월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개최된 첫 태극기 집회에서 사회를 봤다. 당시 700명이 참여했는데 미국에서 한인들이 그렇게 대규모로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악화해 암 진단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되는 날까지 한국에 남아 집회에 계속 참석할 것이다. 오는 18일에도 시애틀에서 애국단체들이 몇백 명 모여 윤 대통령 지지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씨의 남편인 티모시 힌리히스 씨는 "나는 미국인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을 돕고자 집회에 참석했다. 부패한 언론이 가짜뉴스를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싸울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니 살아남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 당했다"며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X)가 바닥 민심을 생생히 전달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천편일률적으로 한쪽 진영의 목소리만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이 적법하게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탄핵했다. 내란죄를 저지른 이런 국회의원들이야말로 감옥에 가 있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부터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중국과 같은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야간이고 주택가 인근임에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등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윤석열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소음을 세 차례에 걸쳐 10분씩 측정했더니 평균 80데시벨(dB), 최대 105dB에 달했다. 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거지, 학교, 병원 등 소음에 민감한 지역은 주간 60dB, 야간은 55dB임에도 경찰은 불법을 자행하는 민노총 집회에 속수무책이었다.
집회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민노총이 소음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경찰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고 묻자 "우리는 소음 관련해서는 잘 모른다. 용산경찰서에 문의하라"는 답만 돌아왔다.
이에 한 주민은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왔다는 한 60대 여성은 "경찰이 민노총에는 관대한 것 같다. 우파들은 소음 규정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 음량을 줄였다"며 "마이크 소리가 작다 보니 연사들이 목에 힘을 줘 소리 질러 목이 다 쉬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남초교 옆에선 시민들이 민노총의 관저 진입을 막고자 통행자들의 민노총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한 뒤 길을 열어줬다. 한 30대 청년은 "우리는 대통령 경호처를 믿는다. 아까 관저로 통하는 길로 침투하려던 사람이 끌려가는 걸 봤다. 가장 중요한 건 한남초교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20대 홍유정 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출하고자 부산에서 올라왔다.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진입을 막기 위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대통령 관저로 가는 길이 여러 개가 있는데 공수처가 어느 쪽으로 갈지 모르겠다. 공수처를 막으려면 내가 보기엔 국제루터교회보단 한남초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집회에만 몰려 있어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참여자들은 민노총에 맞서 밤샘을 자처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온 '찬찬맘'이라고 소개한 한 40대 여성은 지인들과 따뜻한 차와 커피, 물, 떡과 빵을 준비해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핫팩과 은박 이불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인천에서 온 30대 남성 이의정 씨는 "부정 선거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아침부터 나와서 식사도 못 하고 밤을 새우며 대통령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정 선거를 막지 못하면 국민은 주권 행사를 할 수 없다. 좌파들은 단순한 대통령 교체가 아니라 정권 찬탈하고 70년이 넘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이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할 것이 주한미군 철수다. 젊은 사람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도 마다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남동에 와서 인생을 불사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북 출신의 한 운동권 출신 50대 목사는 "임종석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회(전대협) 의장을 하기 전 내가 전대협 임원으로 활동하며 운동권 생활을 했다"며 "그런데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걸 내 신앙과 양심으로 용납할 수 없어 그만뒀다. 윤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다. 운동권 생활을 할 때 투쟁을 통해 뜻을 이뤘듯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의 탄핵 찬성 집회 참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20대 청년들은 "중국인들이 집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집회 현장 인근 식당에 가보니 중국인들이 가득하다. 모두 중국어로 얘기하고 있다"며 "이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다문화 정책의 성과 아니겠는가"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우리가 여기서 시끄럽게 하면 대통령을 지킬 수 없으니 묵언 운동을 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묵언 수행'을 독려하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한 40대 남성은 한남초 인근을 돌아다니며 참가자들에게 "민노총이 도발한다고 해도 흥분해선 안 된다. 이곳은 주택가라 소음을 내면 주민 항의로 해산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저는 원래 문재인 정권을 겪고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윤 대통령의 지지자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로 많은 성과를 냈고 국민을 위해 뛰고 있다. 계엄이 선포됐을 때 우리 가족은 잘했다는 입장이었다"며 "1차 저지선에는 경찰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잘 막아야 한다. 아까 민노총이 한남초로 침투하기 위해 우리를 계속 도발했다. 민노총이 우파 시민들을 툭툭 때리는데도 경찰이 모르는 척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