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중심 탄핵사유에서 '내란죄' 철회하자 尹 대통령 측·여당 "탄핵 소추 핵심 쟁점 바뀐 것""탄핵 속도 높여 이재명 사법리스크 피하려는 목적""내란죄 빼려면 국회 의결 다시 해야" 주장 비등국민의힘, 긴급 의총 열어 '내란죄 철회' 입장 정리
  • ▲ 정형식·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야당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한 것을 두고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탄핵소추의 핵심인 '내란죄'를 빼고 심판을 계속하려 한다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란죄'는 탄핵 심판에서 핵심 중의 핵심인데 국회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를 제외하는 것은 탄핵소추의 쟁점이 바뀌는 만큼 소추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4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관련해 대응 방향을 논의함과 동시에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한 것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탄핵소추단은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안의 심리를 대리할 뿐인데 탄핵안의 주요 쟁점에 대한 철회 여부를 국회의 재의결 없이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큰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탄핵소추단이 권한 없는 행위를 무단으로 한 것이라면 무효이고 만약 쟁점 철회를 하려 심판을 계속하려면 국회에서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 만을 사유로 한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탄핵 심판에서 형법상 범죄, 즉 내란죄 여부를 엄밀히 따지기보다 헌법 위반 여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탄핵 심판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탄핵소추단은 내란죄를 다툴 경우 방대한 증인들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럴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탄핵 심판을 마무리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대통령 탄핵마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회피를 위한 '도구'이자 '꼼수'로 활용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단장과 법률대리인단 공동 대표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등 국회 측 대리인단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국회는 당초 탄핵소추 사유를 내란죄 등 '형법 위반'과 계엄 선포 요건을 어기고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헌법 위반'으로 나눠 구성했다. 국회 측은 그러나 1차 기일에서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인 만큼 형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헌법 위반에 포섭해 다루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재판부 권유로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니 이런 황당한 진행도 있느냐"며 "적법 절차 논란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온갖 이유를 들어 '무더기 탄핵'을 남발하던 민주당이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 이유는 뻔하다"며 "내란죄는 증인들에 대한 반대 신문권 보장 때문에 재판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란죄를 빼고 나머지 만으로 최대한 빨리 탄핵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보려는 것이고 이는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가 권유했다는 부분이 너무 황당하다"며 "내란죄는 탄핵 사유의 핵심이었음에도 재판부가 직접 철회를 권유했다는 것은 '탄핵 인용'이라는 예단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가 나서 탄핵 사유를 철회 시켜 놓고 나중에 탄핵을 기각한다면 국회가 승복할 수 있겠느냐"며 "헌법재판소가 민주당과 '탄핵을 빨리 인용해 줄 테니 탄핵 사유를 줄이라'는 짬짜미를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으로 민주당의 꼼수를 도와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것이고 이게 말이나 되느냐"라며 "내란죄를 입증할 자신도 없고 내란죄를 입증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내란죄를 성립 시킬 자신이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지금 대통령이 탄핵 당한 가장 큰 이유가 내란죄고 (비상계엄령 지시에)판사도 체포하고 국회의원도 체포하고 국회도 마비 시키고 이것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한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내란이 제일 중요한데 이걸 뺐고 그럼 새로 (국회에서)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특히 "탄핵 사유 중 일부만 적시됐다면 '부결표'를 던졌을 의원도 있을 수 있다"며 "내란죄는 탄핵 사유 중 핵심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기에 재판 일정을 맞추려는 의도가 이번에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국민의힘이 문제 삼아서 다시 표결해야 하고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내란을 빼고도 찬성할 수 있을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