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증인 반대신문으로 인한 심판 지연 피하기 위한 '꼼수' 주진우 "탄핵 속도 높여 이재명 사법리스크 피하려는 목적"내란죄는 탄핵 사유 핵심 … 빼려면 국회 의결 다시 해야
  • ▲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해 국회 측 소추 대리인단과 이야기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탄핵소추 대리인단'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해 파장이 일고 있다. 

    '내란죄'는 탄핵의 핵심 중 핵심인데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를 제외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내란죄를 다툴 경우 방대한 증인들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럴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탄핵 심판을 마무리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마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회피를 위한 '꼼수'로 진행하려는 것이다. 

    3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회 측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국회 측은 정형식 재판관이 "계엄 관련 위반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사실상 철회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탄핵 심판에서 형법상 범죄, 즉 내란죄 여부를 엄밀히 따지기보다 헌법 위반 여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탄핵 심판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성립을 토대로 이 사건 청구에 이른 것인데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면 소추는 잘못된 것"이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며 청구인 대리인들이 일방적으로 할 게 아니라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당초 탄핵소추 사유를 내란죄 등 '형법 위반'과 계엄 선포 요건을 어기고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헌법 위반'으로 나눠 구성했다. 국회 측은 그러나 1차 기일에서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인 만큼 형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헌법 위반에 포섭해 다루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런 입장이 나오자 여권에서는 국회 의결부터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재판부 권유로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니 이런 황당한 진행도 있냐"며 "적법 절차 논란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갖 이유를 들어 '무더기 탄핵'을 남발하던 민주당이 왜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 이유는 뻔하다. 내란죄는 증인들에 대한 반대 신문권 보장 때문에 재판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란죄를 빼고 나머지만으로 최대한 빨리 탄핵함으로써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피해 보려는 것이다.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특히 "재판부가 권유했다는 부분이 너무 황당하다"며 "내란죄는 탄핵 사유의 핵심이었음에도 재판부가 직접 철회를 권유했다는 것은 '탄핵 인용'이라는 예단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가 나서서 탄핵 사유를 철회 시켜 놓고 나중에 탄핵을 기각한다면 국회가 승복할 수 있겠는가. 헌법재판소가 민주당과 '탄핵을 빨리 인용해 줄 테니 탄핵 사유를 줄이라'는 짬짜미를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꼼수를 도와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핵심 탄핵 사유가 철회됐다면 국회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다는 헌법상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 이게 말이 되나"라며 "내란죄를 입증할 자신도 없고 내란죄를 입증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내란죄를 성립시킬 자신이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지금 대통령이 탄핵 당한 가장 큰 이유가 내란죄 아닌가. 판사도 체포하고 국회의원도 체포하고 국회도 마비 시키고 이것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한 게 아닌가"라며 "그런데 내란이 제일 중요한데 이걸 뺐다. 그럼 새로 (국회에서)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특히 "탄핵 사유 중 일부만 적시됐다면 '부결표'를 던졌을 의원도 있을 수 있다. 내란죄는 탄핵 사유 중 핵심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기에 재판 일정을 맞추려는 의도가 이번에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국민의힘이 문제 삼아서 다시 표결해야 한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내란을 빼고도 찬성할 수 있을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