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체포영장 둘러싼 '초법적 행태' 비판 확산"정치적 목적성 분명한 '사법의 정치화'" 지적 제기 정치권 "공수처와 정치판사의 부당거래…헌법 가치 무시"다시 고개 드는 공수처 무용론…"이번 퇴짜는 꽤 타격 클 것"
  • ▲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4.5.22 ⓒ서성진 기자

    지난 4년 간 연이은 수장 공석 사태와 수사력 부실 논란 등으로 지속적인 존폐 논란에 휩싸여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령 사태 수사 과정에서의 초법적이면서도 위헌적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전례 없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강행한 데 이어 수사 지휘권도 없이 경찰력을 동원하는 등 도를 넘어선 무리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법 논란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결국 5시간30분 만에 무산되며 또 다시 한계만 드러낸 꼴이 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체포영장 집행 사태가 공수처를 중심으로 한 '좌파 사법 카르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수표'라는 조롱 섞인 비판들이 쏟아지며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與 중진들 "공수처 체포영장 시도는 월권 행위" 한 목소리

    공수처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나흘째인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에 가로 막혀 약 5시간30분 만에 관저에서 철수했다. 

    공수처는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발부 및 집행 자체가 초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한 판사들이 모두 좌파 성향 법관 모임 출신이라는 점은 '정치 수사'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선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판사 재직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관 연구 모임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또 다른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도 역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이곳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윤 대통령 체포 시도)는 한마디로 공수처와 정치판사의 부당거래"라며 "오늘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대단히 불공정하고 월권적인 부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공수처는 '판사 쇼핑'이라는 기상천외하고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직권남용을 근거로 내란 혐의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했다"며 "위법적이고 초법적인 영장 집행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의 일원인 판사가 마치 입법권이라도 가진 듯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까지 예외로 하는 불법 무효의 영장을 발부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과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내란죄는 애초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닌데도 직권남용을 근거로 무리한 수사에 나선 공수처장과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영장을 발부한 영장 전담 판사의 행위는 위법적이고 초법적인 정치 행위"라며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與野 양쪽 모두에 욕먹는 공수처…"능력 없으면 도움이라도 받아라"

    급기야 공수처를 탄생 시킨 야권 일각에서 조차 이번 사태를 두고 공수처가 또다시 체면만 구겼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퇴짜가 처음이 아니라 놀랍지도 않지만 오늘 체포 무산은 꽤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사법 괴물'이란 비판을 받아 온 공수처에 대한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수처는 무능했고 경호처는 무도했다"며 "인력이 부족하고 작전 능력이 없으면 경찰 도움을 받으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출범한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사주 의혹 등 5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했으나 단 1건의 유죄 판결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손 검사장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곧바로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한 석동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가용 수사 인력도 몇 명 되지 않는 공수처가 검찰도 하기 힘든 내란죄 수사를, 그것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렇게 경박하고 무도하게 진행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 체포영장 집행에 '경찰력 동원' 논란도…"공수처, 경찰 수사 지휘권 없어 위법"

    여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한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날 집행에는 공수처 수사관 30명과 경찰 특별수사단 120명이 투입됐다. 공수처와 경찰 측은 공수처법 제17조 제4항 '공수처장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고위공직자범죄 등과 관련한 사건의 수사활동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경력 동원에 위법적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경찰 기동대가 공수처의 협조 요청에 따라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혼잡 경비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영장 집행을 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경찰이 영장 집행에 나서려면 과거 검찰처럼 공수처 검사에게도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의 경찰에 대한 포괄적 수사지휘권이 없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3일 새벽부터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서 불법 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구역이자 경호구역에서 경찰 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집행하려 했다"며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특히 경비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경찰기동대 병력이 수사 업무인 영장 집행에 적극 가담한 것은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 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불법체포감금미수죄에 해당한다"며 "공수처에도 국가 수사기관으로서 법을 준수해 업무를 집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경호처도 공수처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경호처는 이날 언론 공지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경호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 출입문을 시설장의 허가 없이 파손했다"며 "심지어 근무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어 "불법 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