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선·조한창 후보자 임명 … 마은혁은 보류"마은혁은 여야 합의 확인되는 대로 임명"최상목, 尹 정부 '개국공신' … 여권 반발 확산권성동 "최상목,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 유감"대통령실 "권한 범위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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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정계선 후보자와 조한창 후보자 2명만 임명하면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류했다.
엘리트 경제 관료 출신인 최 권한대행이 '보신주의'에 입각한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헌법재판소 '6인 체제'를 기대한 여권의 희망을 꺾은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임명 문제와 관련 "여야 간 합의에 접근한 것으로 확인된 정계선·조한창 후보에 대해서는 오늘 즉시 임명하되, 나머지 한 분은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선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여야 합의를 통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온 헌정사의 관행을 강조한 전임 권한대행의 원칙을 존중하고, 그간 진행돼 온 여야 간 임명 논의 과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명이 보류된 마은혁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서울남부지법에서 근무하던 2009년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 후원회 모임에 참석하고 후원금까지 낸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중립 위반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그는 대학 재학 시절인 1987년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인민노련은 남한의 사회주의 실현을 통한 남북통일(공산화통일)을 목표로 삼은 좌익혁명단체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했다. 마 판사는 이 단체에서 이론 교육과 선전 활동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기로 하면서 헌법재판소는 9인 완전체에서 한 명 모자란 8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6인 체체로 탄핵 심판 선고를 할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8인 체제로는 선고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정치적인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간사로 활동하다 정부 출범 후 초대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거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된 '개국공신'이다.
이런 이유에서 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민주당이 요구하는 시계에 맞춰줄 리 있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여권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희석시킨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는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헌법상의 소추와 재판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을 각오하고 국회와 여야의 합의 정신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의 결단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대행의 대행 직위에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민감한 정치적 가치 판단을 권한대행의 대행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내림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측은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말 것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을 선별해 임명하거나 거부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에 대한 위헌적 발상"이라며 "즉시 3명을 모두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 9인 체제의 정상가동을 지연시키고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새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임명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이튿날인 지난 27일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전성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