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째 대형 항공 사고 … 국내 발생은 최대'조류 충돌' 원인 가능성 … 사고 원인 조사 장기화 예상외신도 긴급 보도 … '20년 만에 최악의 참사' 속보 전달정부, 유족 지원 및 피해 복구에 총력
  •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무안=서성진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해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들이받았다. 항공기는 충돌로 반파됐고 이어 화재도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항공기가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착륙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버드스트라이크를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고, 이후 관제탑에 구조요청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항공기 사고 역대 3번째 피해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인명피해가 큰 참사로 기록됐다.

    소방 당국은 오후 8시 38분께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생존자는 2명이다. 이들은 모두 승무원으로 중경상을 입은 채 기체 꼬리 부분에서 구조됐다.

    사고 발생 장소를 해외까지 확대하면 이번 참사는 1983년 대한항공 격추(269명),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225명 사망)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인명피해가 큰 국내 항공기 사고다.

    사고 항공기는 무안공항에 도달해 1차 착륙을 시도했지만 정상적인 착륙이 불가능해 재차 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에서 해당 항공기는 착륙 과정에서 착륙 장치인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에 내려섰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사고 항공기는 과거 라이언에어가 최초로 출고해 운항하다가 2017년 제주항공으로 송출된 기령 15년의 보잉 737-800으로 한국인 승객 173명, 태국인 승객 2명,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다.
    ▲ ⓒ(전남 무안=서성진 기자)

    ◆국토부 "조류충돌 경고 후 구조요청 신호"

    항공기 사고의 원인으로는 버드스트라이크가 지목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의 승무원은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전 9시 한 탑승객도 지인에게 "새가 날개에 껴 착륙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소방당국에는 오전 9시 3분경 "비행기 랜딩기어가 안 내려온다", "비행기가 터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관제탑이 이날 오전 8시 54분께 사고기에 버드스트라이크를 경고했고, 이어 사고기 기장이 8시 59분께 관제탑에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를 운항한 조종사 2명의 비행 경력은 기장 6823시간, 부기장 1650시간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각각 2019년 3월과 2023년 2월부터 현재 직책을 맡아왔으며, 사고 기종인 B737-800으로만 기장은 6096시간, 부기장은 1339시간의 운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동체 착륙을 한 뒤 화재가 났고 그 뒤에 소방 당국이 바로 출동했다"며 "어떤 원인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최소 몇 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사고 원인은) 하루아침에 밝혀질 부분이 아니라 적게는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단지 지금은 보여지는 부분에 의해서 추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날 오후 무안공항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무리한 운항은 없었다"며 "항공기 정비는 계획된 일정에 따라 철저히 진행하고 있으며, 출발 전후에도 꼼꼼한 점검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도 '무안 항공기 추락사고' 속보 … "최악의 항공기 참사"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CNN 등 외신들도 잇달아 속보를 전했다. 특히 주요국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주요 매체들은 이날 긴급 뉴스로 사고 소식을 전하며 인명 피해 상황, 한국 정부 대응 등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사고기에 대해 "미국 보잉사의 보잉 737-800기종"이라며 "미국 시카고의 보잉 본사 등에서 한국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인력을 파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고는 한국에서 지난 20년간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또 최근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으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가 심화한 가운데 발생한 사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NYT는 "한국은 이달 초 윤 대통령이 수십 년 만에 처음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는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여러 차례의 권력 교체와 국가 최고직 책임자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며 역사적인 정치적 격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추락사고 관련 대응을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2.29. ⓒ뉴시스

    ◆최상목 권한대행 "피해수습 총력"

    정부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참사와 관련, 1월 4일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 수반의 대행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송구한 마음"이라며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모든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유관기관이 함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피해수습과 지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며 "관계부처 및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지원센터를 현장에 설치·운영해 장례지원, 심리지원 등 유가족 분들께 지원내용을 안내하고 한 곳에서 일원화된 통합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은 또 "전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는 애도 리본을 패용하며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며 "아울러 국토부에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과 함께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소재를 밝히고 유족과 국민께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