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권한대행 최상목 거취 두고 고민 깊어친명 중진들, 이재명에 정치적 상처 날까 걱정한덕수 사례 맛본 李, 탄핵 강경론으로 기울어 탄핵 정국서 정치적 상처 피한 비명, 표정 관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진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 처리 방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다.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에 협조하지 않으면 또다시 탄핵에 나설지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탄핵 강경론'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서 선포를 반대했다고 했고 그게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한 총리 탄핵과는 결이 다르다"며 "너무 다급하게 밀어붙이면 이 대표만 상처투성이가 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이득을 보는 형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고 이를 가결시켰다. 다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에 나서지 않으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탄핵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에게 촉구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책무이고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는 법률상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도 즉시 공포하길 바란다"며 "지체나 거부는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중도층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친명 중진 인사들은 국정 마비의 책임을 이 대표가 뒤집어쓸 수 있다는 걱정을 내놓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 대표에게 이런 점을 들며 최 부총리 탄핵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한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중인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탄핵 의결 정족수 과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반면 초선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일정을 감안해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린 선거법 재판 대법원 선고는 내년 5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여유를 부리다가는 이 대표의 대권 가도가 오히려 더 꼬일 수 있다. 

    이 대표도 속도 조절론보단 속도전에 더 마음이 쏠려있다. 한 권한대행과 함께 보낸 2주 동안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지난 14일 직후부터 검토해 왔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을 설득해야 한다는 취지의 '속도 조절론'이 나왔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부담스러웠던 이 대표도 이에 공감했다. 

    2주가 지났지만 한 권한대행은 민주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공포는 법정 기한인 31일까지 공포 여부를 미뤘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3인 헌법재판관 임명도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보류했다.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미 한덕수 케이스로 윤석열이 임명한 인사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선배들은 한 총리가 여야를 넘나들던 관료로 설득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한 총리도 안 됐는데 다른 사람들이 우리말을 들어주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고 최 부총리를 탄핵한다고 다음 순번에서 민주당에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상 이 대표와 민주당에도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늪'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정국에서는 당권에서 멀어졌던 비명계가 오히려 웃는 모습이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주도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군불을 지피고 있다. 

    문재인 정부 황태자로 불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7일 페이스북에 "한덕수는 이미 내란 공범이며 최소한의 의무마저 방기하고 있다"며 "국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한덕수를 탄핵하라"고 촉구했다. 

    야권에서 이 대표와 경쟁할 것으로 평가받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전날 "권한대행이 불안정의 원인이 돼 버렸다"며 "국민은 내란을 비호하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세력을 끝까지 단죄할 것"이라고 했다. 

    계속되는 탄핵 정국에서 비명계는 사실상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있다. 곤란한 상황을 이 대표가 모두 결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정치적 상처 없이 '입바른 소리'만 할 수 있는 형국이 됐다.

    여당은 이 대표를 향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위중한 시기에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국가 경제를 파탄 내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면서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정권 탈환만을 노리는 이 대표의 정치 폭주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