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의 '국회 체포조 지원 의혹' 공세경찰, 검찰의 '선관위 투입 의혹' 역공 나서"실체적 진실 접근 위해 협력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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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 검찰이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하자 경찰도 검찰의 계엄 연루 정황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지나친 수사 경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검찰,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의 '내란 관여 가능성' 칼 겨눠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수본의 '체포조' 지원 의혹과 관련해 "국회 수소충전소에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 등 50명이 대기 중"이라는 내용의 계엄 당일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국수본이 국회 인근 영등포서 경찰들을 중심으로 의원 체포조를 꾸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지원요청을 받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누굴 체포하러 가는 거냐"고 물었고 방첩사는 "한동훈·이재명 대표 등"이라고 답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검찰은 국수본이 정치인 불법 체포인 걸 알고도 지원에 나섰고 이는 최고 책임자인 우종수 국수본부장의 승인이나 묵인을 통해 이뤄졌을 거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1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우종수 국수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 4명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망신주기식 압수수색'이라는 불만이 속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PC는 두고 휴대전화만 압수한 것도 수사보다는 망신 주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국수본의 체포조 구성' 주장에 대해서도 국수본 관계자는 "방첩사가 국회 현장 안내 인력을 요청해 영등포서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우 본부장이 뒤늦게 보고를 들어 부하들을 질책했고, 의원 '체포' 지시가 아닌 길 '안내' 역할로만 이해해 명단을 건넸다"며 반발했다.
특히 우 본부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 본부장은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휴대폰을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영장 사본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 경찰, '검찰도 계엄 관여' 방첩사 진술 확보
수세에 몰린 경찰도 검찰에 역공을 가했다. 경찰은 최근 검찰의 '선거관리위원회 투입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이다.
그동안 검찰의 계엄 연루 의혹은 의혹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선관위 침탈의 사전 계획 단계부터 실행까지 정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특히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계엄 선포 뒤 선관위에 곧 검찰이 갈 거니까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방첩사 요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여인형 사령관이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계엄 선포 직후 '검찰에서 올 거다, 중요한 임무는 검찰이 할 테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계엄군이 가져간 선관위 서버 분석에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 팀을 투입하려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25일 "방첩사는 검찰에 계엄과 관련한 어떤 요청도 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방첩사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계엄군의 선관위 장악 계획에 검찰이 역할을 부여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검찰의 선관위 투입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은 현재 공수처와 협력하고 있는 만큼 검찰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 가능성이 높다.
계엄 수사 주도권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던 두 기관이 서로를 향해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정작 핵심인 계엄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내란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지금보다 수사권한이 막강하던 과거의 이른바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검경이 서로 수사 칼끝을 겨누기보다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같은 검경 간 신경전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달 초 검찰은 경찰에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경찰은 "내란죄 수사의 주체는 검찰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경찰이 검찰을 배제한 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조수사본부를 꾸리자 검찰 내부에서 위기감이 제기된 바 있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