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6일 본회의서 '한덕수 탄핵안' 보고"탄핵 데드라인 27일"라고 했다가 번복與 "이재명, 탄핵을 기관총처럼 난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27일 오전'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한 권한대행이 이날 "여야 합의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바로 탄핵을 추진한 것이다. 대통령과 그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려는 민주당의 사상 초유의 행태를 두고 국정 마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오후 발의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정한 '한덕수 탄핵' 마지막 데드라인은 '27일 오전'이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임명안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한 권한대행이 이를 재가하지 않으면 탄핵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이날 본회의 직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이 탄핵에 속도를 붙인 것이다.

    당초 민주당이 정한 '데드라인'은 지난 24일이었다. 한 권한대행이 기한 내 내란·김건희특검법(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24일 여야 협상을 촉구하며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았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곧바로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안 발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탄핵안 발의 일정까지 공지한 민주당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안을 의결한 뒤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까지 지켜보겠다며 탄핵 발의를 보류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 추진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안이 의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임명 거부를 이유로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정한 데드라인을 지켜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법적으로 한 권한대행에게 주어진 쌍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기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12월 31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헌법재판관 임명 시점에 대해서도 강행 규정이 없다. 민주당의 데드라인은 그들의 정략적 논리에 의해 정해진 데드라인이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다. 총리실은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기에 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출되지 않은 임명직 총리'인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과도한 권한 행사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 공포,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헌법재판관 임명 등의 권한 행사를 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권한 행사를 요구하면서 탄핵 의결 정족수는 국무위원 탄핵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가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여한 것을 두고 '내란 공범'이라며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총리 시절 행위가 탄핵 사유이므로 총리에 준한 탄핵 의결 정족수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이 내건 탄핵 조건인 쌍특검법 공포,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거부하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행위가 된다. 민주당이 앞서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탄핵 사유를 각각 구분했으므로, 탄핵 의결 정족수도 총리와 권한대행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과 같은 지위에 있으므로 탄핵안 표결 시 대통령에 준하는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를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표결 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한 권한대행은 그대로 직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 매몰돼 성급하게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후의 수단'으로 그 행사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국회의 탄핵소추권을 조자룡의 헌 칼처럼 마구 휘두르며 탄핵이라는 탄환을 기관총처럼 난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직 대통령 선출도 되지 않은 '여의도 대통령' 신분에서 하는 독선과 횡포가 이 정도인 것을 보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공포 사회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섬뜩하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발의한 민주당을 겨냥 "대통령 대행마저 탄핵하고, 그나마 가결 정족수를 국무총리와 같게 해석해 통과시키는 등으로 끊임없는 국정 마비와 혼란을 유발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탄핵 강행, 추천 강행, 온갖 입법 강행의 의회 독재 패악질은 국민은 안중에 없는 파당적 행태의 끝판왕이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