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아일랜드' 멤버 최민환, 전 아내 율희 강제추행 혐의"가슴에 돈 꽂고 가족 앞에서 중요 부위도 만져"전문가들 "판례상 부부 간 강제추행 인정하는 분위기"
  • ▲ 가수 최민환, 율희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2021 KBS 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2.25 ⓒ뉴데일리DB

    최근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최민환과 방송인 최동석 등 유명인들의 부부 간 강제추행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처벌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법원이 부부 사이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엄격히 인정하고 있어 최대 실형까지도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민환의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한 시민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 받아 최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앞서 최민환과 이혼한 아이돌그룹 라붐 출신 율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어머님은 설거지하고 여동생 부부는 우리를 등지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최민환이)돈을 가슴에 꽂았다"며 "가족들 앞에서 중요 부위도 만졌다"며 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인은 "최민환이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내 율희의 가슴과 중요 부위를 한 번씩 만지는 행태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 법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어 강제추행죄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동석도 부부간 강제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최동석은 현재 방송인 박지윤과 결혼 14년 만에 지난해 10월 파경을 맞고 이혼 소송 중이다.

    제주경찰청은 최동석의 부부간 성폭행 의혹 수사를 요청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민원인은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공개한 최동석과 박지윤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정상적인 가정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가 아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판단해 고발하면 수사기관이 이를 검토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과거만 해도 부부 사이 강제 추행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1970년 대법원은 "부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써 강제로 처를 간음했더라도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남겼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부부 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 지난 2004년 법원은 아내를 강제로 추행하고 성행위를 강요한 남편에 대해 처음으로 강제추행치상죄를 인정했다. 2013년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법에 아내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부부간 동거 의무 안에 '강요 된 성관계를 참아야 할 의무'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성범죄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상대방이 명백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신체를 접촉했다면 부부나 가족이라 할지라도 범죄가 성립 가능하다"며 "해외에도 결혼한 성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개인에게 부여되는 성과 관련한 행복추구권이자 인권으로 헌법이 이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1984년 처음으로 기혼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혼인 증명서가 남편이 아내를 강간할 수 있는 자격으로 파악될 수 없으며 기혼 여성도 미혼 여성과 같이 자기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판시했다.

    영국은 1994년 부부 강간 사건에 대해 첫 유죄 판결을 내렸다. 독일도 1997년 형법 개정을 통해 법률상 아내도 강간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명문화하지는 않았으나 혼인이 파탄 난 상황에서 아내에 대한 남편의 강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부부간 성 문제를 법원이 판단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법원도 변화한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해 판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민환 사건의 경우 아직 피해자 진술 뿐이지만 사실로 드러나면 유죄 판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