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혈세 1억5000만 원 받아가는 김치연구소文 정부 때 조총련 단체 세미나 2년 연속 참석남북교류협력 자료 수집한다더니 사후 제출 無연구소 "2019년 이후 해당 단체와 만나지 않아"박충권 "北에 이익 제공한 협회면 더 신중해야"
  • ▲ 광주광역시 남구 김치로에 위치한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

    문재인 정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산하 단체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총련은 한국 대법원에서 '반(反)국가단체'로 확정 판결이 난 단체다.

    20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세계김치연구소'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조총련 산하 재일조선인과학기술협회(과협) 세미나에 참석해 대북 관련 인사를 접촉했다.

    과협은 일본 내에서 북한 공작조직인 대외연락부 직할 조직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북한 내각기구인 국가과학원 등과 공동연구를 지시받은 사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육상자위대의 최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관한 연구개발단계의 데이터 자료를 북한으로 넘긴 의혹도 받고 있다. 일본 내 첨단기술 자료를 입수해 북한에 넘김으로써 북한의 군사·과학기술 발전에 전용했다고 일본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김치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2018년 '김치산업 협력 과제 개발'을 위한 명목으로 과협 세미나 참석을 위한 출장을 추진했다. 매년 1억5000여 만 원가량의 혈세가 투입되는 정부출연기관이 본연의 업무와 동떨어진 '친북 단체'와 접촉한 것이다.

    세계김치연구소 네 명의 관계자는 2018년 4월 20일부터 2박 3일간 일본 교토에서 진행된 과협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들은 해당 세미나에서 과협 회장 김모 씨와 부회장 리모 씨, 사무부장 리모 씨와 만났다. 조총련 계열 일본 조선대학교 교수 세 명과도 접촉했다.

    이후 9개월 만인 2019년 1월 진행된 과협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2018년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 중 두 사람은 두 번째 세미나 참석을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이들은 당시 세미나에서 과협 회장과 사무부장, 조선대 부회장과 교수 등을 만났다.

    문제는 제대로된 출장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 번째 세미나 참석 당시 출장 목적을 '재일 동포 과학자 세미나 참석'이라고 밝힌 뒤 '우리나라와 재일조선인의 김치문화 차이와 변천 과정', '오늘의 조선에서 배우는 민족음식문화' 등을 조사 자료로 제출했다.

    두 번째 출장에서는 '남북 김치 연구자 세미나 개최 등 남북 교류협력 실무 협의 차원'이라고 보고했지만, 관련 정보수집조차 하지 못해 별도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세계김치연구소는 "2019년 이후에는 해당 협회와 교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충권 의원은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교류 협력을 활발히 하려는 기조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그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접촉 대상자가 북한에 다양한 이익을 제공해준 협회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출연연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과기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