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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불참했다고 마이크 뺏겼는데 … 국경없는기자회 "2018년 '韓 언론자유 지수' 크게 상승"

MBC노조 "현실 외면한 발표에 피해자들 낙담"
"정부 난도질하고 '언론자유 후퇴했다'는 MBC"

입력 2024.05.08 19:04 | 수정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3일(현지시각) '2024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언론자유'를 62위로 매기며 국내 언론자유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분석했으나, 정작 이 단체는 과거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내 뉴스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점은 외면한 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2018년 크게 상승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국경없는기자회가 '이념편향적 의견'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공동비대위원장 오정환·강명일)은 지난 4일과 7일 연속 배포한 성명을 통해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를 보도한 MBC가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 19단계나 하락했다'고 강조했다"며 "현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MBC가 '언론자유가 없다' '언론자유가 후퇴했다'고 대서특필한 건 '해학'을 넘어 '엽기적'으로 보였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우리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 순위가 과연 사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MBC노조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 등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2018년 당시, 국경없는기자회에 국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국경없는기자회는 냉혹하게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당시 우리는 국경없는기자회에 보낸 편지에서 문 정권이 MBC를 장악한 폭압적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민주당이 작성한 '사전 계획'과 거의 비슷했다고 폭로했는데,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고 발표했다"며 "현실을 외면한 이들의 행동은 황당함을 넘어 피해자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겼다"고 상기했다.

MBC노조는 "언론노조가 주도한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MBC 기자 80여 명 대부분은 최승호 사장이 임명된 2017년 말부터 지금까지 뉴스 제작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징계 대상으로 찍힌 기자들은 조명창고에 들어갔고 ▲특파원들도 모두 소환돼 숙직실이었던 방에 대기했으며 ▲전임 보도본부장과 시사제작국장은 색인을 붙이고 ▲경영국장은 주차권을 팔고 ▲편성국장은 음반 가사를 받아적었다"고 회상했다.

"평사원들이 받은 모욕과 따돌림은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되짚은 MBC노조는 "경영진과 언론노조가 'MBC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해 비언론노조 기자들을 소환·추궁했고, 감사국도 나서 표적 조사를 했다"며 "MBC노조가 국경없는기자회에 편지를 보낼 때까지 14명이 해고됐는데 11명이 언론노조 총파업 불참자였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이런 가운데 MBC는 문재인 정권의 선전도구 같은 방송을 했다"며 "뉴스에서 정권 핵심부에 대한 비판이 사라졌고, 정권에 불리한 기사는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가 신장됐다고 평가한 것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이라며 "그런 부정확한 평가는 탄압받는 한국 언론인들의 가슴에 칼을 꼽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호소한 MBC노조는 국경없는기자회에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평가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MBC노조는 "국경없는기자회 발표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14개 단체들과 언론인·인권운동가 등의 설문 답변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들은 대한민국의 언론자유가 '모리타니' '아이보리코스트'보다 뒤지고 '말라위' '시에라리온'과 비슷하다고 답변했다"며 "그 나라들은 민주주의 지수가 각각 108위, 105위, 76위, 103위다. 도대체 민주주의가 없는데 언론자유가 어떻게 존재한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이 공정하지 않으면 조사 결과도 부정확해진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집권여당 세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반대파 언론인들을 내쫓고, 정부·여당 잘못에는 눈을 감았던 문재인 정권 때 '언론이 훨씬 자유로웠다'고 평가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 것"이라며 "그러한 평가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면 '언론자유 지수'가 아니라 '좌파장악 지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MBC노조는 "국경없는기자회가 조사 결과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답변자들을 공개해야 한다"며 "그들이 공정하게 언론자유를 평가할 수 있는지 먼저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 조사 결과가 진정한 언론자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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