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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 회유' 여반장처럼 바뀌는 이화영의 입 … "중대 재판이 범죄자 입에 놀아날 판"

이화영 "술 마시며 진술 조작 … '술판 회유' 있었다" 주장
검찰 "이화영, 음주일시·장소 계속 번복 … 신빙성 없어"
반박·재반박에 출정기록까지 공개
이화영 진술 따라 이재명 대표 치명상 불가피
"정치적 의도 깔린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입력 2024.04.21 08:00 | 수정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정상윤 기자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한 이른바 '술판 회유' 의혹이 이 전 부지사의 오락가락한 주장 번복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부지사가 갑작스레 검찰을 향한 공세에 나선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동안 검찰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다 돌연 엉뚱한 주장과 진술로 재판에 혼선을 야기해 온 이 전 부지사가 재판이 중반부로 접어드는 시점에 검찰 수사 절차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숨은 의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따라 대북 송금 사건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생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의도가 깔린 치밀한 전략이란 추측성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1일 이 전 부지사와 검찰 측 주장을 종합하면 술판 회유 의혹은 지난해 12월 26일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가 유튜브에 나와 해당 의혹을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 변호사는 "창고라고 써져 있는 방에 쌍방울 측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고 주류를 제공해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에 가서 술을 마셨다"라며 "보다 못해 교도관이 검사한테 항의하는 그런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6월 30일→7월 3일, 1313호→1315호 이화영, 계속된 주장 번복

두 번째 주장은 지난 4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나왔다. 이 전 부지사는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문패가 달려있는 곳에서 김성태·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들과 술을 마셨다"면서 "얼굴이 빨개져 한참 동안 얼굴이 진정되고 나서야 귀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이 나오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검찰을 몰아부쳤다.

논란이 커지자 사건을 담당하는 수원지검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와 교도관 38명 전원을 전수조사했지만 음주나 진술조작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음주장소로 언급된 '창고'는 1315호인데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고 6월 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구치감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측은 같은 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술자리는 6월 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이며 장소도 창고(1315호)가 아닌 1313호 검사실에서 이뤄졌다"고 주장을 번복했다.

김 변호사는 하루 뒤인 지난 18일에도 검찰 입장문에 대한 재반박문을 내고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에 출정한 날은 6월 22일과 6월 28일, 6월 30일, 7월 3일, 7월 5일인데 6월 30일 조사 직후라는 표현을 고려한다면 7월 3일 음주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술판 시기도 바꿔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술자리는) 6월 28일과 7월 3일. 7월 5일 중 7월 3일이 유력하고 오후 5시쯤 이 전 부지사가 종이컵에 무언가를 따라 주길래 입을 댔더니 술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전 부지사)이 안 드셨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이화영, 말 계속 바꿔 … '술판 회유' 명백한 허위"

검찰은 이후 김 변호사가 지목한 3개 날짜에 대한 이 전 부지사의 출정기록을 공개하고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을 다시 반박했다.

검찰이 공개한 출정기록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4시쯤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에 들어간 뒤 오후 5시 5분쯤 검찰청사 앞에 별도로 마련된 구치감으로 이동했다. 이후 5시 15분에는 호송차량에 탑승해 5시 35분 수원구치소에 복귀했다. 6월 28일과 7월 5일에도 이 전 부지사는 오후 2시쯤 검사실에 갔다가 오후 4시 45분까지 조사를 받고 검찰청사를 나와 각각 오후 5시와 오후 5시 12분에 호송차량에 탑승해 구치소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출정일지만 보더라도 이 전 부지사가 음주를 했다고 주장한 시기에는 이 전 부지사가 수원지검 구치감 또는 구치소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며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본인의 살 길을 찾기 위해 허위 주장을 거듭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면서 술판을 벌였다고 주장한 일시와 장소를 수차례 번복한 점만 보더라도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 측은 당초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고 했지만 지난 18일에는 다시 입을 대보니 술이어서 마시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고 음주 일시와 장소도 번복했다"며 "지난 4일 법정에서는 음주장소를 창고(1315호)라고 주장했다가 지난 17일에는 검사실 영상녹화실(1313호)이라고 번복하는 등 장소를 제대로 지목하지 못하는 점만 보더라도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검찰과 함께 자신을 회유한 인물로 지목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도 지난 19일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은 비상식적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을 회유한 적이 있거나 검찰이 (이화영을) 회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그런 적 없다"며 이 전 부지사의 회유 주장을 일축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수차례 말을 바꾼 전력이 있는 이 전 부지사가 뜬금 없이 술판 회유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본인의 살 길을 찾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중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입에 모두가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여야 정치권 상황과 이 대표의 당내 영향력 등을 고려해보면 이 전 부지사의 심리적 압박감이 크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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