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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기업 지켜라" … 네덜란드, ASML에 3.7조 파격지원

인력 확보 위해 소득세·법인세 손본다
"한국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 미리 대비해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날개 꺾일까 우려

입력 2024.03.29 16:26 | 수정 2024.03.29 16:28

▲ ⓒ연합뉴스


네덜란드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을 붙잡기 위해 예산 25억 유로(약 3조70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최첨단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글로벌 유치 전쟁이 거세지면서 자국기업이 떠날 경우 최첨단 기술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으로, 한국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지시각으로 2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ASML 본사가 있는 에인트호번 지역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등 지원책을 담은 이른바 '베토벤 작전'의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에인트호번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세제 혜택안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네덜란드 내각은 성명서를 통해 "이같은 조처를 통해 ASML이 지속해 투자하고 법상, 회계상 그리고 실제 본사를 네덜란드에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단 대책은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乙)'로 통하는 ASML이 최근 정부 정책을 이유로 본사 이전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네덜란드 정부가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ASML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네덜란드 입장에선 ASML 본사 이전은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이다.

ASML은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 여파로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SML은 네덜란드 직원 2만3000명 가운데 40%가 외국인이다.

반면 네덜란드 의회는 최근 고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ASML은 정부가 에인트호번 '기술 허브'의 급성장에 발맞추기 위한 적절한 인프라 투자에도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ASML 측은 정부의 파격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ASML은 성명에서 "오늘 발표된 계획이 의회 지지를 받는다면 경영 조건을 강력히 지원할 것이며 우리 사업 확장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가 취하려는 결정은 (네덜란드에) 계속 머무를지가 아닌 어디서 확장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으로는 각국의 반도체 기업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으로 시작된 반도체 기업 유치 경쟁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인식에서 빠져나와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주문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같이 한국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주문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침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경쟁국이 자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수십조 원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소규모 지원에 머물고 있다.

인텔과 엔비디아 등 경쟁사들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여전히 '특정 산업에 지나친 특혜를 준다'는 묵은 반발로 인해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파격적인 반도체 지원금은 단순한 기업 키우기나 국가 경제를 뛰어 넘어 안보 분야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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