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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남편 22억 받고 변호한 '휴스템 다단계 사기' 내막 들여다보니

'폰지사기' 수법으로 투자자 끌어모아
피해자 10만여명에 피해액만 1조1900억 원대
가정파탄 사례까지 속출...피해 복구는 요원
피해자들 "다단계 전문 검사가 가해자 편이라니" 개탄

입력 2024.03.29 13:53 | 수정

N-포커스

▲ 조국혁신당 비례 1번을 받은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지도부와 함께 찾아 헌화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22억 원을 받고 1조 원대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 변호를 맡은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의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휴스템코리아 사건은 수조원대 사기 피해가 발생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희팔 사건'과 '제이유 사건'에 이은 역대급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규모만 1조 원대에 육박한다. 

사기 피해를 입은 10만여명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없어 한 순간에 가정이 파탄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29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휴스템코리아는 시더스그룹 이상은 회장(66)이 설립한 영농조합법인이다. 

영농조합법인은 농지 취득권을 부여받고 설립과 출자 시 양도소득세와 등록면허세가 면제되는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 회장 일당은 이런 영농법인을 만든 뒤 매달 투자금의 5%를 자체 디지털 자산으로 배당해 준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농축수산물을 자신들이 만든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유통해 고수익을 배분해주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자신이 유명 증권사 고위 임원 출신으로 정관계 등에 막대한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캐시'와 추가 투자가 가능한 '해피캐시' 등 가상자산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2.6배로 전환해 돌려줬는데 현금 인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가로챘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은 이들이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원금과 수익금 일부를 돌려주는 '폰지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휴스템코리아는 이같은 수법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가로챘지만 지난 2021년 기준 매출액은 107억 원, 순손실 300억 원, 부채 총계는 791억 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신규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은 물론 원금 지급조차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휴스템코리아는 이 회장 구속 직후 16개 지역 본부의 영업활동이 모두 정지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입·출금 시스템도 막혀 투자금 환불도 불가능해져 애꿎은 투자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검찰은 다단계 사업체를 통해 투자자 10만여 명으로부터 1조1900여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방문판매법 위반 등)로 이 회장과 본부장 조모(63)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휴스템코리아 법인 등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 이종근 변호사ⓒ이종근 변호사 소속 로펌 홈페이지 갈무리


◆"서민들 피눈물 묻은 돈을 변호사비로" … 피해자들 '22억 수임료'에 개탄 

이 회장 등 휴스템코리아 관계자들은 재판에 넘겨지자 박 후보의 남편인 이 변호사를 포함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이들로부터 부가가치세(10%)를 포함해 22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상기 전 장관의 보좌관 출신으로 검사장을 단 뒤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서울서부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조희팔 사건'과 '제이유 사건' 등 굵직한 불법 다단계 사건을 다뤄 해당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고액 수임료를 대가로 막대한 피해를 낸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들은 분개했다. 

이날 금융사기 피해자가 모인 카페 '백두산'에는 '휴스템 피해자의 돈 22억이 1명의 변호사에게'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변호사비로 22억을 가져 가다니 기가 막힌다", "다단계 사기 수사 전문 검사 출신이면 피해자 편에서 변호해야지 범죄자 편이라니", "다단계 잡는 검사라더니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등 이 변호사를 향한 원망과 비판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익명의 피해자는 "검사 재직 시절 다단계 사기범들을 비판해 왔던 인사가 검찰을 떠나자마자 거액을 대가로 사기꾼들의 대변자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너무 큰 실망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돈을 벌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휴스템사건의 변호를 꼭 맡았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거대 사기 조직의 변호를 맡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28일 박 후보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수임은 배우자(박 후보)와 무관한 일이며 논란이 된 사건을 모두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변호사를 향한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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