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에 대한 환상과 착각은 교정될수 없는 것인가

    남.북.러 3각협력에 관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반응을 보면서

    이재춘(전 주러시아 대사)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천연개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거처 한국으로 가져온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서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관련 3국간의 합의하에 추진한다는 것은  지난할 뿐아니라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대하여 모두에게 플러스가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로 호감을 보이는 듯하고,  특히 정부와 집권 여당도 그런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성급함을 보이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러한 류의 3각협력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십여년전에 급부상했던  TSR(시베리아 횡단철도)-TKR(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사업 이라든가  2005년에 러시아측의 제의로 논의됐던 전력망 연계사업 등도 모두 관련 당사국에게 win-win 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유사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철도연결의 경우는 북한의 반대로, 전력망의 경우는  러시아의 문제제기로,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에 있음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러시아와 우크라니아간의 가스관 분쟁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위약 가능성 이라든가 북한의 배관시설 의 무용화 또는 무기화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 모두가 정말 짚고 넘어가야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와 같이 중요한 전략물자 도입문제를  북한당국과 협의해도 되는 것인가, 설령 합의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그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우리 정부와 여당내에 아직도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인사가 있다면 유구무언 이지만...  

    도대체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켜본 일이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라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더 나아가 북한은 대한민국을 상생이나 협력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일년간  우리가 당한 일들을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삼척동자도 다 알수 있는 북한의 정체에 대하여  정부 여당이 아직도  환상이나 착각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 그 전도는 너무도 뻔한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러  3각협력의 필요성이 최근에 와서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 이슈를  활용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김대중-김정일회담이  철도 연결이라는 명분을 이용했던것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