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설계자가 들려주는 뒷 얘기한국식 맞춤형 득표 전략, IOC를 사로잡다갈라진 성대에 진정성을…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상
  •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밝은 얼굴일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분명 기대감과 열정으로 가득찬 흥분된 표정이긴 했다. 인터뷰 내내 말투에서 자신감도 묻어났다.

    하지만 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눈 속 깊은 뒤편에 무거운 책임감이 어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9일 <뉴데일리>가 만난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제2차관(50) 이야기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끈 정부측 주무 책임자이자 밑그림 설계자다.

    평창 유치에는 많은 이들이 영광스러운 이름을 남겼다.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김연아 선수,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등 열거하자면 열손가락 꼽기도 어렵다. 

    그 중에서도 박 차관의 소회는 남다를 것이라 여겼다. 2전3기, 꿈을 이루려는 평창 유치 '오케스트라'를 무대 뒤에서 지휘한 이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뉴데일리>가 박 차관을 만나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유치위원회가 승승장구할 때나 삐걱거릴 때나 위원들 사이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느라 고생했던 그가 바라보는 평창 유치의 의의가 어떨지도 궁금했다.

  • 19일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제2차관이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뒷얘기를 풀어냈다. ⓒ 뉴데일리
    ▲ 19일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제2차관이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뒷얘기를 풀어냈다. ⓒ 뉴데일리

    “독일과 프랑스라는 동계스포츠 전통의 강국과 정면에서 맞서서 이겨낸 승리다. 대한민국 국민,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박 차관이 자랑스럽게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것도 잠시, 이내 “큰 영광은 무겁고 특별한 책임의 다른 이름이다”며 표정이 무겁게 가라 앉기 시작했다.

    기쁨과 영광은 충분히 누리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더 큰 과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이미 박 차관의 머릿속에는 7년 뒤의 평창이 세계적인 동계 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듯 했다.

    “확신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모두가 걱정했음에도 88올림픽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번 평창 유치도 2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집념을 보이며 성공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가 ‘한국 사람들이 정말 뭔가를 보여주려 하는구나’라고 기대하게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 '△표' 위원 26명이 모두 대한민국을 찍은 이유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젖히고 듣던 IOC 위원들이 하나둘 테이블에 붙어 앉아 우리의 PT(프리젠테이션)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알려진 대로 평창 유치의 결정적인 요인은 ‘감성 전략’이었다. IOC위원들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호소한다고 될 일이었으면 벌써 유치했었다.

    한국사람 특유의 감성적 접근이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박 차관의 평가다.

  • 그가 소개한 대(對) IOC 위원 전략은 이랬다.

    먼저 108명에 대한 IOC 위원들을 분석한다. 그 사람들의 출신부터 학력과 이력은 기본이다. 취미는 어떤 것인지, 만약에 골프를 좋아한다면 골프 치는 타입까지 조사했다. 지독히 개인적인 가족사까지 파악한 뒤 그 위원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IOC 위원을 전담할 인력을 구성했다. 40명 가량이다.

    구성된 인력들이 위원들을 공략하는 방법도 눈물겨웠다. 무작정 찾아가 “유치를 도와달라”는 1차원적 방법은 쓰지 않았다.

    해당 위원의 모든 정보를 동원해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사모님이 병원에 가셨다는데…, 혹은 아드님이 대학에 가셨다는데…”라며 접근했다.

    노련한 영업맨들이 쓰는 전략이 이랬을까. 스포츠로 전 세계를 주름잡는 IOC 위원들에게..., 바로 이게 먹혔다.

    이 과정을 통해 위원들을 다시 세분화했다. 평창에 표를 던질 위원과 그렇지 않을 사람이다. 이들을 O표와 X표로 나눴다. 가장 중요한 분류는 중립, 소위 ‘애매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표' 위원으로 불렀다.

    '△표' 위원만 총 20여명이었다. 이들에게 마지막 날까지 공을 들였다.

    63표. 예상했던 최대 득표치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표' 위원들이 모두 평창을 찍었다는 말이다.

    ◇ MB, 30분 단위로 IOC 위원 미팅...“갈라진 성대에 진정성 담았다”

    박 차관은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대단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더반에 오셔서 30분 간격으로 '△표' 위원 20여명을 포함해 26명의 IOC 위원을 만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미팅이 아니다, 30분 단위로 짜여진 개인 PT를 26번 반복한 셈이다. 빡빡한 일정에 의전담당이 걱정할 정도였다. 정말 큰 효과가 있었다.”

    실무책임자인 박 차관 입장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고 한다. 발표 직전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던 그였다.

    “타이트한(꽉 짜여진) 일정을 잡아 죄송하다”고 말하는 박 차관에게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더반을 왔는데…, 신경 쓰지 마라.”

    결국 이 대통령은 위원 미팅 도중 성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큰일이었다. 중요한 최종 PT를 앞둔 시점이었다.

    “성대가 갈러져서 PT를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다 갈라진 성대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쉬기를 권하는 한 참모에게 이 대통령이 고개를 저으며 한 말이라고 박 차관은 전했다.

    최종 PT 하루전, 마지막 리허설 때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가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뒷 얘기도 소개했다. “감동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대망의 최종 PT를 지켜본 정명훈씨. 그는 “최고입니다”라며 주저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 차관은 “뒤집어 얘기하면 PT에 참여한 유치위 사람들이 하루사이에 바뀌었다는 말”이라고 그 날을 되돌아봤다. “대통령의 솔선수범과 국민의 뜨거운 염원이 유치위 사람 하나하나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 앞으로 과제는?

    7년이나 남은 일이지만, 박 차관의 마음은 급했다.

    “단순히 올림픽만 개최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 평창과 강원도를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동계스포츠의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올림픽을 이용해 동계 스포츠를 즐기려는 10억 인구가 평창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회시설 및 도로 등 인프라 완비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개최국으로서 선수단 경기력 향상과 우수 선수-지도자 양성 등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올림픽을 위한 시설물 뿐만 아니라 문화와 관광요소를 모두 집어넣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문화적, 친환경적, 경제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발굴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18년이면 서울-평창이 50분 , 인천-평창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된다. 수도권에서 동계 스포츠를 즐기려고 하는 이들에게도 평창은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이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단합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박 차관의 또 하나의 목표다.

    ◇ 조직위원장 선출 가닥잡고 있나?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고 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이 평창 유치 직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맡겨주면 잘할 수 있다”고 말한 뒤라서 그런지 더 말을 조심하는 모습이다.

    “유치위 관계자들에게 조직위에 대한 언급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곧 있을 조직위 구성을 앞두고 위원장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미리부터 김칫국을 마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게 박 차관의 생각이다.

    다만 그는 “평창올림픽을 가장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는 사람이 조직위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유치 과정에서 IOC에 약속했던 것을 계속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느닷없이 날아와 조직위원장을 꿰차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할 때는 표정이 단호하기 그지 없다.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멋지게 평창 동계 올림픽을 준비할 있는 사람을 찾아내도록 하겠다.”

    ◇ 차관 이후의 계획은?

    박 차관은 이 부분만큼은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내가 가진 능력을 내가 사는 이 땅을 위해.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

    박 차관은 KBS 기자 출신이다. 20여년 기자 생활을 치열하게 하고 나서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청와대에서 대변인 생활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그는 이 부분에서 누누이 공직에 입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공직에 있지만, 앞으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했다.

    사회에 만연한 제3자 의식에서 발현하는 ‘냉소주의’를 걷어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기자 시절 종군기자로서 전쟁터를 취재하러 다닌 적이 많다. 그 곳에서 느낀 것이 있었다. ‘국가와 국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라는 것이다.”

    국가 정책에 대해 나랑은 상관없이 제 3자 의식으로 비판하기만 하는 풍토가 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을 예로 들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봐왔던, 수도 없이 벌어진 남북관계 문제 중에서 천안함 만큼 객관적이고 공개적으로 분석한 사례는 없었다. 제 3국 조사위원까지 위촉하지 않았느냐. 그것조차 믿지 못하겠다면, 과연 누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어느 정부나 국가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지도자가 잘못할 때는 따끔하게 혼내주고, 잘할 때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잘못된 인사문제, 정치의 양극화 문제 등 문제가 바로잡힐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젊은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내 후배들에게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 기자에서 공직으로 넘어왔다.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지금 나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정치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겠다.”

    그는 역시 방송기자 출신 다웠다. 달변이었다. 그가 풀어내는 말을 담기에는 끝이 없을 듯 싶었다. 그래서 주요 이슈를 잡아, 박 차관의 말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우선 대회시설이나 대회운영 부분은 조직위 중심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의 자문을 받아 잘 준비가 되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경기장 등 대회시설이 차질 없이 완공될 것이다. 17일 현재 입장권 판매율이 76.3%에 이른다. 2007년 오사카 대회나 2009년 베를린 대회의 예매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과 열정이 더해진다면 평창 유치에 이어 또 한번 대내외에 대한민국의 저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문광부에서는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체육경기는 물론 문화-관광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치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 최근 불거진 K리그 승부조작 사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고의 해결책은 강화된 처벌 기준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스포츠의 생명인 공정성에 대해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어떤 상황과 조건하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교육과 예방시스템 마련,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법적-제도적 보완 장치를 두어 승부조작에 관련되면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사후 적발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진행 과정은?

    현재 수원시가 지난달 10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계획안을 한국야구위원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전라북도도 전주, 익산, 군산, 3개시 연합 유치신청서 제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희망기업의 연고지 협상, 선택이 10구단 유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야구가 질적, 양적으로 더 크게 발전하려면 10구단 창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불교계의 도로명 변경 문제, 기독교의 수쿠크법과 여권법 개정 반대 등 종교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는 사례가 있다. 어떻게 바라보나?

    종교계에서 정부 정책 등 국정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생명, 환경, 사회복지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신봉하는 종교의 특성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특성을 감안해 정부 정책의 수립과 집행 시 대화와 소통으로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K-POP이 유럽을 휩쓸었다. 느낌이 어떤가?

    분명하게 말하면, 내 시대와는 상당히 동 떨어져 있는 노래인 것은 사실이다.(웃음)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를 그것에 열광한다. K-POP이 외국에서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프랑스 파리라는 곳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문화적 자존심이 높은 파리 젊은이들이 우리 노래에 대해 열광했다는 것은 한국 젊은이들의 당당함에 세계가 공감하다는 말이다.

    한국이 이런 것도 해내는구나 라는 자부심이 들게 한다.

    K-POP을 그것 자체만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한국문화의 저력,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소통의 창구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세계 각 주요도시에 K-POP은 물론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올림픽을 홍보하고 한국을 홍보할 계획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와 뒷얘기를 하자면, 평창 유치 이후 상당히 높은 분에게서 전화가 와서 “박 차관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고 했다.

    공감하는 말이다. 난 더반에서 유치 순간, 영광을 함께 했으니 운 좋은 사람이다.

    평창 유치가 확정됐을 때 유인촌 장관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광재 강원도지사도 떠올랐다. 참 애를 많이 쓴 분들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종민 장관, 이창동 장관도 평창유치를 위해 많은 애를 쓰셨다.

    조양호 위원장과 이건희 회장, 김연아 선수, 나승연 대변인, 토비 도슨 등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분들은 노력한 것만큼 이미 영광을 누리고 있다.

    그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채, 뒤에서 묵묵히 평창 유치에 힘을 쏟았던 모든 사람이 다함께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인터뷰=선종구 정치부장
    정리=안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