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 이승만이 버티어 內戰的 작전 개념이 무너지다  

북침설을 부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는 놀랍게도 스탈린의 곁에서 전쟁모의를 지켜본 소련의 흐루쇼프였다. 1964년에 소련 공산당 내의 쿠데타로 물러나 은퇴생활을 하면서 그는 회고록을 써서 미국으로 밀반출, 1970년에 ‘흐루쇼프 회고하다’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하였다. 

여기서 그는 김일성이 스탈린을 찾아와 남침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하다가 퇴짜를 맞고 간 사실, 1년 뒤 다시 찾아와 허락을 받는 과정, 스탈린이 미국의 개입을 걱정하여 모택동의 조언을 구하였고, 모택동이 내부 문제이므로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비화 등을 생생하게 소개하였다. 

스탈린 별장 만찬에서 소련 지도부가 축배를 들면서 김일성을 격려해준 장면은 내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스탈린이 세계 전체를 내다보는 대전략에서 김일성을 도구로 쓰는 장면이다.

흐루쇼프는 회고록에서 김일성의 장담과는 달리 북한군이 진격하는데도 이승만이 타도되지 않는 데 소련이 크게 실망하였다고 썼다. 김일성은 첫 총성이 나는 직후에 이승만 일당이 좌익봉기로 무너질 것이라고 했는데 서울이 점령된 다음에도 좌익은 일어나지 않았다. 흐루쇼프는,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을 위한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거나 당 조직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흐루쇼프도 한국전을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공격하는 전쟁이 아니라 계급전쟁이었다고 규정하였다.

남침 직후 이승만이 타도되지 않음으로써 김일성과 모택동과 스탈린의 책임회피용 내전적 작전개념은 무너지고 침략전의 범죄자로 낙인(烙印)되었다.

한미동맹이 없었던 시기에 이승만 정권이 소련 북한 중공이 합세한 압도적 기습을 받고도 무너지지 않은 것은 한국인의 결사(決死)항전 의지 덕분이다. 국군은 후퇴는 할망정 소부대 단위의 항복이 없었다. 이승만은 미국에 ‘돌멩이와 막대기로도 싸우겠다’면서 총력전의 의지를 확실히 한 뒤 무기 지원을 요청하였다. 지도자, 국군, 국민의 단결이 가능하였던 데는 이승만의 카리스마와 자유를 맛본 한국인의 반공정신, 공산주의를 체험한 월남자들, 특히 군장교단의 공산당에 대한 증오심, 미국이 참전할 것이란 기대, 숙군(肅軍)으로 군내의 남로당 세력이 제거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미군이 오산에서 북한군과 최초로 교전하는 7월5일까지의 10일간 한국인은 소련, 중국, 북한 등 유라시아 대륙의 공산제국과 홀로 맞서 싸웠다. 이는 고구려의 수(隋)와 당에 대한 싸움, 신라의 대당(對唐)결전, 몽골 침략에 대한 고려의 저항, 세계최강의 육군인 일본군의 조선 점령을 막은 조선 수군과 의병(義兵)의 분투와 함께 우리 민족사의 5대 결전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이 세계사에 남을 이런 위대한 항전을 우리끼리 싸운 내전으로 비하하여
민족반역자에겐 면죄부를 주고 한국인으로부터는 애국심과 자부심의 근거를 앗아간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는 內戰說 반영  

젊었을 때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서 월남전을 비판하는 보도로 퓰리처 상을 받았던 데이비드 핼버스탐 기자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죽기 전 ‘가장 추운 겨울’이란 책의 원고를 끝냈다. 사후(死後) 출판된 이 책에서 그는 한국전에서 자유세계가 공산 침략에 맞선 것은 마셜 플랜으로 서유럽을 구한 것 이상의 성공이라고 극찬하였다. 특히 한국전으로 성장한 한국군 장교단이 정권을 잡은 뒤 경제발전까지 성공시킨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그는 자유세계가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전쟁을 선택한 것은 내전(civil war)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국과 서구의 다른 나라에 있어서 이 전쟁은 내전이 아니라 침략전쟁이었다. 이는 서구가 히틀러의 침략을 막지 못하여 2차 대전으로 이어진 점을 상기시켰던 것이다. 중국, 소련, 북한에는 이게 놀라운 관점이었다. 그들은 남침이 한국인들 사이의 결판이 나지 않은 내전의 연장선상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북한군의 남침 직후 국군이 무너지고, 이승만이 해외 망명이라도 했다면 김일성은 내전 종식과 민족해방을 선언하고 응징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만 정부가 초전에서 버티어냄으로써 내전으로 위장한 침략전쟁의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되었고 유엔군의 파병이 가능해졌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 후방에서 좌익들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탈취하였다면 유엔군이 개입할 명분은 사라지고 김일성은 신라의 문무왕, 고려의 왕건을 잇는 통일의 지도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 남침을 내전으로 보기를 거부한 유엔에 가서 그 총회 연설에서 유엔에 대한 감사는 표시하지 않고 한국전 성격을, ‘내전과 국제전’의 결합으로 설명, 유엔군이 내전에 개입, 국제전으로 확대시킨 장본인인 것처럼 오해를 부르게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피력한, ‘내전이 확대되어 국제전’으로 간 것이 한국전이라는 시각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개혁하려다가 문 대통령에 의하여 저지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반영되어 있다.

계급사관으로 써진 이들 교과서는 6·25 직전 38도선에서 잦은 충돌이 일어났다고 강조, 전쟁 책임을 희석시킨 뒤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쟁은 국제전으로 확대되었다”고 썼다(천재교육). 한 교과서는 중공군의 불법 개입을 ‘중국군 참전’이라 적었고,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인민군은 1950년 6월25일 남침을 감행하였다>고 썼다. ‘감행’은 용감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생명줄인 한미동맹을 만든 이승만의 반공포로 석방에 대하여는 <일방적으로 석방하여 휴전 회담 자체가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비방하였다. 미래엔 교과서는 “남북의 두 지도자 이승만과 김일성은 적개심과 증오심을 부추겨 자신들의 장기 독재 체제를 강화하였다”고 썼다. 

좌편향 교과서는 북한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기술하지 않을 수 없을 때는 한국을 끌고 들어가 기계적 양비론(兩非論)으로 물타기를 한다. 학생들이 가질지도 모르는 정의감과 선악(善惡) 및 피아(彼我) 분별력과 애국심을 말살하기 위한 교과서로 보인다. 내전설을 믿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內戰論은 필연적으로 대한민국 부정으로 간다  

그는 유엔총회연설에서 한국전을 설명하면서 피해만 강조하였을 뿐 전쟁범죄자를 거명(擧名)하여 비판하지 않았다.

<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온전한 삶을 빼앗겼습니다. 내 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피난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이 흥남에서 미군 철수선을 탄 이유가 ‘잠시 피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공산주의가 싫어서 자유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백을 남긴다. 이산가족을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라고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김일성의 남침과 중공군의 불법 개입으로 이산가족이 생긴 것이니 간단하게 ‘남침 전쟁의 피해자’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중국과 북한을 책임자로 특정하지 않으려 하니 복잡한 설명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을 ‘세계적 냉전 구조의 산물’이었다고 설명하였다. 이 또한 전쟁책임자들을 비호하는 간접 화법이다. 전쟁은 사람이 일으키는 것이지 냉전 구조가 전쟁을 일으킬 순 없다. 그것은 조건의 하나이지 책임자가 아니다. 교통사고가 난 것은 운전자의 책임이지 ‘자동차 문화의 산물’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 북한의 전쟁 책임을 비호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관과 가치관이 대한민국의 헌법 및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의심을 정당화한다. 김일성의 남침전쟁에 대하여 내전적 시각을 가지면 선악(善惡) 및 피아(彼我) 분별력이 마비되어 북한정권에 대한 분노, 미국에 대한 감사, 조국에 대한 사랑이 무디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행에서 이런 감정이 느껴진다. 이념은 감정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존립을 보장하는 두 가지 이념적 기초는, 대한민국만이 민족사의 정통국가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라는 민족사적 정통성과 반공자유민주적 정체성이다. 이 정통성과 정체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건국과 호국, 근대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피 땀 눈물로 형성된 불가침의 성역이다. 물론 헌법 개정으로도 바꿀 수 없는 국체(國體)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을 내전으로 보는 것과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것, 그리고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행위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지만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가진 정통성과 정당성의 근거는 정부 수립 과정이 총선-국회구성-헌법제정- 정부수립의 과정을 거쳐 민주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수립되었으므로 유엔 총회가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로 공인(公認)한 것이다. 북한정권은 찬반 투표가 불가능한 공산당 식의 원천적 부정선거를 통하여 세워졌기에 공인을 받지 못하였다. 민주투사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한 민주적 정통성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을 볼 때 그가 말하는 ‘민주’가 과연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인지, 통진당 식의 ‘진보적 민주주의’인지 헷갈린다.  

대한민국과 충돌 코스  

문 대통령은, 선거로 수립된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의 기점이라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선거를 통한 국민 참여 없이 세워진 임시정부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선거를 하지 않은 그런 정부는 형식적 선거라도 치른, 그리고 주권 영토 국민의 형식적 조건을 갖춘 북한정권보다도 낮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존립 근거를 흔든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인가, 아니면 임시 국가의 임시 대통령인가?

1950년의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정권의 침략행위는 문재인 식 역사관으로는 어차피 정리되어야 할 임시국가에 대한 또 다른 임시정권의 공격이므로 굳이 선악(善惡) 구분을 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남침보다는 ‘내전’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인가?

이는 남북 대결에서 이념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민족사적 정통성의 대결에서 북한에 굽히고 들어가는 자세이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챔피언 국가는 누구인가를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원수(元首)가 대한민국의 유일 합법성과 유일 정통성을 포기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정권을 민족사의 정통국가로 올려주고, 반공자유민주의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국가연합은 대한민국 헌법이 국가임을 부정하는 북한정권을 국가로 인정하는 헌법위반이고 낮은 단계 연방제는 높은 단계 연방제, 즉 북한노동당의 규약이 선언한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로 가는 첫 단계이다. 이는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방향으로 통일문제를 논의한다’는 6·15선언 제2항(이것도 헌법위반)의 범위도 넘는 위헌적 발상이다.

한국전, 건국, 통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관점은 헌법 및 사실과 맞지 않는다. 이런 가치관을 양심의 자유 영역에 묶어두지 않고 정책화한다면 대한민국과 충돌 코스를 달리게 된다. 그러한 경향이 이미 보인다. 이 정부의 정책 노선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헌법체계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들이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1. 1948년 건국 부정
2. 국군의 38선 돌파를 기념한 국군의 날 변경 움직임
3. ‘한국전쟁은 내전이고 국제전이다’는 유엔 연설
4. 국가반역자 윤이상 흠모(독일 묘소에 부인이 참례 등)
5.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만이 민주정부라는 시각
6. 반(反)체제적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강제
7. 결론이 나 있는 광주사태 발포명령자 및 헬기 사격 의혹 재수사 지시
8.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자고 하고, 한미동맹 해체를 거론한 특보 방치
9.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
10.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위험하다고 단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짓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까지 공사중단 시키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 위반. 원전(原電)이 폐기되면 자위적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사라진다.
10. 좌파 인사로 하여금 국정원 개혁을 주도하게 만들어 안보기구로서 사실상 폐기 처분
11. 박근혜 정부의 좌편향 국사 교과서 개혁을 중단시키고 개혁을 ‘친일 행위’에 비유하여 적폐라고 규정
12.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전대협, 주사파, 친북성향’이라 공격해도 논리적 해명을 하지 않는다. 이는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인가? 사실이라면?
13.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자신이 선거로 당선된 점을 무시하고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것처럼 설명
14. 북한정권과 종북세력에 엄정한 태도를 취해온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댓글 사건 연루 혐의로 출국금지
15.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망 건설과 핵방어 훈련에는 무관심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허가 사항으로 지정
16. 북한을 흡수통일하거나 인위적 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공언(公言)
17. 초법적 위원회들을 정부내에 두고  정치보복이나 좌경화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려는 움직임 

이렇게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아, 이것이 계급사관(민중사관)으로 써진 좌편향 교과서의 한국 현대사에 대한 시각(視覺)과 맥락을 같이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온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민중, 계급, 민족 같은 주관적 개념을 국가보다 우선시키는 가치관이다. 이런 생각을 정책으로 옮기고 있으니 헌법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남으로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부는 충돌코스에 진입하였다고 봐야 한다. 1950년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열흘 간 소련 중국 북한의 3대 공산집단을 상대로 홀로 맞서 세계를 구한 한국의 위업을 무효로 돌리는 ‘내전’이란 말은 실언(失言)이 아니라 그의 사고체계와 가치관 및 역사관을 알게 하는 키 워드, 즉 진담(眞談)임을 알 수 있다. 유엔총회에서 ‘한국전은 김일성의 남침’이란 말을 할 수 없는 대통령을 한국인은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그를 견제하고 바로잡는 책임도 국민이 져야 한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