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종착역은 전체주의-독재정치, 소수의 ‘꾼’들이 조종하는 대중선동 정치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로 판단한 사건을 근거 없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모욕” “정치적 수사(修辭)로 사법부를 적폐로 몰고 최고 법원의 판결을
    왜곡하는 것”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론을 등에 업고 억울함을 주장할 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하면 될 일” “집권여당의 ‘법원 길들이기’로 느껴진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유죄 판결에 대해 똑같이 ‘억울한 옥살이’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이상은 8월 24일자 조선닷컴 기사의 일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투로 말한다는 집권당 사람들의 언동에 대해
    익명을 요구하는 사법부 판사들이 보인 반응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피고사실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집권당 사람들이 이걸 구시대 사법부의 ‘적폐’ 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항변인 듯싶다. 집권당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한 마디로
    ‘혁명적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있었던 일로서 무엇이든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그게 박근혜-최순실이 한 일이든, 대법원이 한 일이든, 누가 한 일이든
    “무조건 적폐다“라는 식이라면 이거야말로 ‘혁명적 발상’이 아니고선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정은 헌법절차에 따라 헌법이 규정한대로 일을 처리한 것이지
    혁명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도심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의 영향력이 큰 몫을 한 건 사실이다. 이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부는 그 영향력을 적정(適正)하게 해석하기보다는,
    그걸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부르면서 그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와 법에 의한 지배보다 더 높게 있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취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번 죽었다 깨어난대도 그건 아니다.

      대한민국은 장 자크 루소의 직접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라 존 로크의 대의제 민주주의 나라다.
    그리고 ‘그냥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나라‘다.
    그럼에도 근래 들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 ’그냥 민주주의‘가 헌법정신이라고 우기면서 군중 진출이 마치 헌법 등 실정법보다 더 높은 권위이자 권력인 것처럼 왜곡하는 언동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건 데모크라시도 아니고 참여민주주의도 아닌,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운 무정부적 진공상황이다. 그리고 그 종착역은 전체주의-독재정치, 소수의 ‘꾼’들이 조종하는
    대중선동 정치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확정판결을 부정(否定)하는 언동은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권위와 정당성과 합법성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다.
    이런 자세를 집권당이란 사람들이 드러내 보였다면 그것은 그들의 의식 밑바탕에 바로
    “헌법 위에 촛불 있고 촛불은 우리 빽”이라는 식의 ‘혁명적 발상’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밖엔 해석할 수 없다. 그들이 왜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해졌는가?
    이제 자기들에게 대적할 ‘적폐세력’은 더 이상 없다는 자신만만함, 그래서 이제는
    마침내 그들만의 잔치를 만끽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의기양양함의 발로일까?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7/8/22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