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혁신 여망 앞에서 겸허하게 자성하며

     우리 사회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큰 주기(週期) 변동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이념적인 권력교체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보수 내부의 교체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보수 대세 약 70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보수의 출현을 요구하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보수에 대한 여망은 보수진영의 리더십이
    새로운 인물, 세대, 담론, 비전, 감각으로 이동해야 할 것임을 요청한다.
    얼마 전 2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자유주의-보수주의 인사들의 대화가 있었다.
    여기서 젊은 세대는 기성 보수에 대해
    “이제 ‘안보 보수’만으론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는 문화적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또 어떤 50대 논객들이 보수는 후계자 양성에 실패했다“고 말하면서,
    보수의 얼굴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런 트렌드를 바라보면서 필자도 이제는
    자신의 블로그 ‘탐미주의 클럽’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그리고 만년(晩年)의 이미지에 맞게 생각하고 말하고 써야 한다고 절감했다.
    이것이 인생을 마감하는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라고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매일 매일의 정쟁(政爭)적 이슈에 대한 논평에서는 허심탄회하게 벗어나,
    앞으로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그야말로 ‘탐미(眈美)’의 언로(言路)를 걸어갈까 한다.

     이건 물론 철학이나 종교 등 구도(求道)의 차원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필자 같은 세속적 저널리즘 종사자도 그런 심경에서 세상을 보고, 느끼고, 표출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처음엔 잘 안 되더라도 자꾸 하다 보면
    엇비슷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랴.

     진-선-미에서 진(眞)을 잘못 추구하면 독선이 되고, 선(善)을 잘못 추구하면 칼이 된다.
    필자는 독선과 칼의 피해자들까지도 나중에 보면 어느덧 또 다른 독선과 칼의 가해자가
    되는 사례를 수 없이 보아 왔다. 거기서 느낀 것은 허무였다. 이 허무를 뛰어넘는 것은
    그래서 미(美)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탐미주의 클럽’의 유래였다.
    아름다움으로 정화되고 치유된 영혼-이게 빠지면 상처주고 상처받은 자들의
    끝없는 아귀다툼의 악순환밖엔 남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
    큰 사이클 변동을 맞이한 시점의 실버 세대의 자성(自省)이자 책임론, 그리고 고백이다.

     사회과학적 세계관만으론 안 된다.
    미학적, 감성적, 문화적, 철학적 안목이 절실한 우리의 오늘이다.
    다 같이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어느 쪽에 서있건...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