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국방부 빨리 진상 밝혀야

     사드 논란, 정말 뭐가 어떻게 된 것인가? 청와대의 경위파악이 진행 중임으로 결과는 좀 더 기다려 봐야 알 것이다. 현재로선 청와대는 국방부가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것이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런 건 실무선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누락을 지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시한 건 아니지만 보고 누락은 사실이란 뜻인가, 아닌가?

     문제가 발단된 첫날엔 청와대가 왜 공지(公知)된 사실에 대해 "몰랐다" "충격 받았다" "보고받지 않았다"고 하는지, 많은 논자들이 의아해 했다. 필자도 그런 의아함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런 의아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치더라도 국방부의 석연치 않은 태도에도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국방부가 스스로 아무 잘못이 없었다고 자임한다면 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을 한다든지
    "보고 누락한 것 없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초지종을 석명(釋明)하지 않는가?
    청와대는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보고누락을 했다고 말함으로써 공을 국방부로 쳐 넘겼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공을 되받아치든지 어쩌든지-그래서 그렇다든지 아니라든지 양단간에 답변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청와대의 경위파악 과정에서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으로선 뭔가 답변을 하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 빨리 알고 싶다. 빨리 알 권리가 있다.

  •  청와대를 나무라는 사람들 가운데 예컨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같은 이는 이번 논란이 청와대가 사드 '반입'과 사드 '배치'를 혼동한 소치 아니냐고 희화적으로 평한 바 있다. 그의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다.

     
    28일 오찬

    * 정의용 실장: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
    * 한민구 장관: 그런 게 있었습니까? (4기는 반입은 됐지만 배치는 안됐으니까 한 장관이 정답을 말한 것)

    30일 전화통화

    * 문 대통령: 사드 발사기 4기 추가 반입된 것이 사실입니까?
    * 한민구 장관: 네 사실입니다. (반입된 것은 사실이 맞으니까 사실이라고 답변한 것)

     이상의 시나리오를 두고 오창균 뉴데일리 기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배치'와 '반입'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대통령에게 보고하다 실수가 있었다는 주장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 유(類)의 해석은 개인적인 해석이다. 이걸 객관적으로 입증된 진상(眞相)이라거나, 그래서 보편타당한 결론이라거나, 취소불능으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아직은 없다.

     일부 국민의 당 및 자유한국단 의원들은 또, 청와대가 내각 인준 정국을 희석시키기 위해, 또는 군 인사(軍 人事)와 개혁의 모멘텀을 잡기 위해 사드 논란을 의도적으로 일으켰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 나 이것 역시 아직은 주장이거나 관점이지, 객관적으로 입증된 진상까지는 못 된다.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경위파악을 위한 추궁과, 이에 대한 김관진, 한민구 두 인사의 답변이 소상하게 드러날 때까지 잠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는 이미 국가 간에 합의된 사항이라는 점, 그것은 김정은 핵 공갈에 대한 한-미 동맹의 자위적인 조치라는 점을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봐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그를 방문한 미국 상원의원에게 “절차의 정당성에 관한 논란이지 한-미 합의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제-사회적으로는 보수 진보로 갈려 경쟁하고 논쟁하고 상쟁하더라도 대북 억지(抑止)에 있어서만은 ‘대한민국 보수’와 ‘대한민국 진보’가 초당적으로 공통의 목소리를 내기를 그토록 여망했건만, 이게 어째 ‘불안, 불안’ 하다.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보수, 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진보, 이런 유(類)의 좌-우로 정치지형이 짜여야 그게 선진국인데 말이다. 파시즘과 볼셰비즘은 똑같은 폭압이다. 정책적 방법론상으로는 다른 길을 가더라도 이 기본 철학에서만은 상호 접근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울까?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7/5/3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