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선 한국교총, 무임 승차인가 개혁 주도인가?
  •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한국교원총연합(이하 한국교총)이 제36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전교조가 사라진 지평에서 치러지는 첫 회장 선출이다.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자격이 박탈되고 임의단체가 됐다.
    학교 서무과가 회비를 원천징수해 주던 서비스도 받지 못 하게 됐다.
    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던 전교조 은행 구좌를 압류해서 묶었다.
    전교조 가입교사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이제 만 명 안팎으로 줄어 들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한국교총은 유치원에서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60만 교육자들을 대변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단체가 됐다.

    전교조가 사라진 지평에서 한국교총이 어떤 리더십 아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는 교육개혁의 방향과 가능성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 중의 하나다.

    교육개혁 과제 중에는 분명 현장 교사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에 필자는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중에 [개혁적] 성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두영택 후보(광주여대 교수, 전(
    ) 한국교총 전국중등교사회 회장, 이하 존칭 생략)를 인터뷰했다.


  •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광주여자대학교 두영택 교수가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광주여자대학교 두영택 교수가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두영택은 특이한 교육개혁 운동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가물가물한 이야기이지만, 한때 동작동 국립묘지(현충원) 정문 앞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면 경찰에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 때 북측 대표단을 현충원으로 영접한답시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유민주 시민단체의 태극기 배포를 단속했던 사건이었다.
    이 무렵 서울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던 서울교총 회장(직무대행) 두영택은, 전교조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교육개혁 운동에 뛰어든다.

    그러나 당시의 [보수] 진영은 이른바 주체사상파에서 전향한 운동권 출신들과 정치 성향이 강한 대학교수들로 이루어진 [뉴라이트] 계열이 주도하고 있었다.
    [뉴라이트] 계열 핵심 인사들은 “전교조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교원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두영택은 “교육운동은 현장 교사들의 각성과 주도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교총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라고 믿었다.
    이 같은 근본적 입장 차이 때문에 두영택은 고립되어 제거당하다시피 했다.

    인터뷰에서 두영택에게, 지금 교총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 과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필자는 내심 [전교조 잔존 세력을 제압하고 교육-컨텐츠/수업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두영택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한국교총이 이룩해야 할 첫번째 개혁은 교권확립입니다.
    이번 신안 여교사 윤간사건에서도 드러나듯,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설 자리가 없어진 지 오랩니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청만 존재할 뿐이죠. 
    교사는 모르모트 혹은 로보트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 ▲ 지난 2일 '목포 MBC'가 보도한 전남 신안군 섬마을 초등학교 여교사 A씨 집단 성폭행 사건 현장(학교 관사).ⓒ 목포 MBC 보도 화면캡쳐
    ▲ 지난 2일 '목포 MBC'가 보도한 전남 신안군 섬마을 초등학교 여교사 A씨 집단 성폭행 사건 현장(학교 관사).ⓒ 목포 MBC 보도 화면캡쳐


    교권확립?
    교사의 지위 강화?
    교사들이 주축이 된 조직인 한국교총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두영택에게 [교권확립]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는 단순히 교사의 권익과 지위를 챙기자는 소리가 아니죠.
    몇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학생인권만 잔뜩 강조해 놓아서, 학생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어요.
    학생을 때리거나 얼차려 벌을 주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효과적 징계 수단, 예를 들어 정학-퇴학을 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분위기에선 정학-퇴학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학생들의 방종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저지르는 방종과 인격모독을 참아내야 하죠.
    수업에 들어가면서 ‘이번 시간도 무사히! 이번 시간도 무사히!’라고 읊조리는 실정이에요.
    화장실 청소와 같은 교내봉사활동을 시키면 된다는 한가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규정에 의하면, 교내봉사활동을 시켰을 경우 교사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현장지도를 해야만 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학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사의 모멸감과 학생의 방종만 그득한
    교육붕괴 현장만 있을 뿐입니다.”

    문득, 20세기에 논리학을 완성시킴으로써 컴퓨터 개발을 위한 탄탄대로를 뚫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생각이 났다.
    그가 한국에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한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적 있는데, 밉살스럽게 깐족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딱딱한 출석부를 세워 내리쳐서 아이가 중상을 입은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 한국이었다면 [흉기로 어린 학생을 살해하려 시도한 흉악범]으로 치부되어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당되는 것은 물론, 아주 오랫동안 징역을 살았을 것이 틀림없다.

    두영택은 교권확립이 무슨 뜻인지, 말을 이었다.

    “중등부터 모든 학생들이 교사 평가에 참여하는 다면평가가 실시되죠.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는, 고객-동료-상사에 의한 다면평가를 그냥 복사해 온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짓입니까?
    모든 학생이 똑 같은 발언권을 가지고 다면평가에 참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교육이 다수결입니까?
    진실이 다수결로 정해집니까?

    지금의 다면평가 제도는 기업식 다면평가를 기계적으로 복사해서 만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면평가를 한다면, 마땅히 학교 실정에 맞게 설계해서 해야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황당한 다면평가에 바탕해서 성과급이 달라지고 승진이 달라집니다.
    주말이건 방학이건 교사들은 하루 종일 학생들이 보내는 카톡 메시지에, 혀짤배기 소리로 맞장구쳐 줘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두영택이 말하는 교권확립은 교사의 권익을 챙기자는 소리가 아니라, [교육현장의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두영택은 이를 줄여서 이렇게 말한다.

    “교육 현장에 교사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교사는 자존감과 자긍심을 상실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자존감과 자긍심이 없는 존재는 자아(Self)를 포기하게 됩니다.
    자아(Self)가 없는 존재는 결코 교사다운 교사 노릇을 할 수 없습니다.”  

    [교육현장의 기강 확립](교권확립)부터 추진하겠다는 두영택에게 전교조에 대해 물었다.

    “교육현장의 기강이 확립된다고 해도 교육컨텐츠와 수업진행이 병들어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지요?
    전교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교조식 교육의 핵심 문제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좌파라서?
    종북이라서?
    친북이라서?
    무엇이 전교조식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죠?”

    전교조식 교육의 문제는 [세상을 부정하는 관점]을 주입한다는 데 있습니다.
    인생은 관점에 의해 결정됩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뀝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정적 관점-병든 관점]으로 인생을 보기 시작하면, 조금 자라서 우울증-자살-정신분열이 생길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세상과 인생을 건강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것이 바로 [전교조에 대한 투쟁]의 핵심입니다.”   

  •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광주여자대학교 두영택 교수가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광주여자대학교 두영택 교수가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필자는 두영택에게 만약 한국교총회장이 된다면, [전교조식 교육]을 극복하기 위해 무슨 활동을 할 것인가 물었다.

    두영택은 이렇게 답했다.

    전교조에 계신 분들도 교사입니다.
    비록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처음 전교조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좋은 뜻에서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온건한 성향으로 바뀌신 분도 많습니다.
    우리가 전교조식 교육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나간다면, 전교조에 몸담으셨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결국은 우리와 함께 하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교과서-참고서-단행본 중에는 전교조식 교육을 위한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첫째, 이에 대한 비평운동이 일어나야 하고, 둘째,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컨텐츠가 제시돼야 합니다.
    이는 저희 한국교총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한국교총이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두영택을 인터뷰하면서 “우리 교육 현장에 똑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이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관념-열정-정신]의 문제이다.
    교육개혁 없이는 세계시장 속에서 번영을 누릴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을 하나의 지구촌으로 엮인 지식-상징-정보 문명 속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로 길러내지 못 한다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피폐와 분열은 더욱더 심해 질 수 밖에 없다.

    교육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다.
    교육개혁은 교육 현장에 봉직하는 교육자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현장 교육자들이야말로 교육개혁의 주역이다.
    현장 교육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교육개혁에 나설 날이 올 수 있다—이 같은 희망을 발견한 인터뷰였다.



  •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광주여자대학교 두영택 교수가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주필.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공산주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저술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이메일 : bangm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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