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 중에서
  • 둘째, 우익세력은 유약하다는 평가이다.
    좌익세력은 소수지만 결집력과 투쟁성이 강하다. 좌익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사상과 역사관ㆍ세계관 등을 전파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우익세력들은 수적으로는 많기는 하지만 결집력과 투쟁력이 약하다. 우익들은 말로는 ‘좌익세력을 척결해야한다’ ‘좌파 교사 때문에 교육이 위험’하다느니 걱정하지만, 정작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동하는 소수인 좌익세력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역사는 말없는 다수가 행동하는 소수에게 지배되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80년대 초 그야말로 소수였던 좌익세력이 투쟁과 투쟁 속에,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민주화세력의 이름을 가장하여 세력을 넓혀 현재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좌익세력들이 극성을 부리던 1988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교수가 『현대공론』 8월호에 기고한 “이 땅에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글은 당시 좌익세력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우익의 단합과 대응을 촉구하여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글은 지금 읽어도 현실감이 느껴질 정도로 좌익세력의 실체와 우익세력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양 교수는 이 글에서 좌익세력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익들을 제압하여 헤게모니를 장악해 나가는 신통술은 바로 강한 조직력과 연대의식에서 나온다고 분석하였다.

    이들은 대학가와 노동계, 문화예술계ㆍ언론출판계ㆍ종교계ㆍ교육계 등은 물론 정계 및 관계ㆍ법조계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침투해 있을 뿐 아니라 소속 부문을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여 투쟁하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익의 도전은 날로 거세져 심각한데, 그에 대항하는 우익의 목소리는 모기소리처럼 가냘프고 힘이 없다고 유약한 우익들을 질타하였다. 우익들은 목소리만 낮을 뿐 아니라 조직력과 연대의식도 없으니 수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좌익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1톤의 모래가 1㎏의 단단한 돌멩이를 당해낼 수 없는 것에 비유하였다. 우익은 조직력과 연대의식이 부족한 데, 이는 본래 공격적이지 않고 방어적인 성격에 기인한다고 분석하였다.

    우익이 수적으로 우세하면서도 좌익에 공격과 수모를 당하는 이유로는 조직력과 연대의식이 부족하다는 점 이외에도 남이 해 줄 것으로 믿고 자신이 직접 ‘흙 묻히는’ 것을 싫어하는 속성이 있는 점, 좌익과 비교할 때 체제에 대한 애착심이 떨어져 난리가 나면 맞서 싸우기 보다는 여차하면 안전한 곳(해외)으로 도피하면 된다는 “피난민의식”을 갖고 있는 점, 많은 우익인사들이나 역대정권이 좌익에 대해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점, 우익들이 좌익에 비해 이론무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젊은 우익세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반공ㆍ우익세력이 독재정권에 이용당하여 ‘독재정권의 하수인’ 이미지가 심어짐으로써 민주화가 되면 마치 반공(反共)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풍토가 있는 점, 우익은 정실주의, 여당과 야당, 지역감정 등으로 인해 너무 분열되어 단합과 연대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양 교수는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좌익이 나라를 지배하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그것이 10년 후가 될 것인지, 한 시대 후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반드시 그런 사태가 오고야 말 것이다”라고 단언하였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좌익세력과 제휴하는 정권이 들어서고, 그 다음 단계에는 좌익세력이 주도하는 연합세력의 정권이 들어서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공산정권이 들어설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다. 만약 1990년 전후 소련 등 동구공산정권들이 붕괴되지 않았으면 그 예언은 조기에 실현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좌익세력이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한 그 경고적 예언의 소멸시효는 끝나지 않았다. 남한내 좌익세력들은 각종 문건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뒤흔들어 국민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한 후 2012년 대선에서 반보수대연합(통일전선전술)을 구축하여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양 교수는 ‘좌익들의 세력이 너무 커서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척결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오늘의 젊은 세대와 후손들이 공산체제 하에서 고통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민간 우익세력이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피땀 흘려 만들어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좌익에게 허무하게 빼앗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익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유를 얻기 위해 독립전쟁이라는 큰 희생을 치러야 했고, 흑인들이 노예로부터 자유함을 얻기까지는 남북전쟁을 통해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대한민국도 자유를 지키는데 많은 피의 대가를 지불하였다. 미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과 한국군은 적화통일하려는 북한의 6ㆍ25 남침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켜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의 벽면에는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고, 바닥에는 참전군인들의 희생자들의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 미군 : 사망 54,246명, 실종 8,177명, 포로 7,140명, 부상 103,284명
    * 유엔군(한국군 포함) : 사망 628,833명, 실종 470,267명, 포로 92,970명, 부상 1,064,453명

    자유는 그냥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익세력(대한민국세력)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기희생을 감내하는 적극적 용기가 필요하다. 

    4) 일부 우익세력의 편협성
    북한과 좌익세력에게 역사 왜곡 등 편협한 측면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일부 우익세력도 역사적 사실을 편협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1980년대 이전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국사교과서에는 일제시기 항일운동에 우익 즉 민족주의계열의 항일운동이 핵심을 이루었고, 좌익 즉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운동은 별로 가르치지 않았다.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국사교육은 친정부적인 ‘어용교육’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졌다. 사회주의세력의 역사를 접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교에 들어가 주사파들로부터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김일성ㆍ좌익의 항일운동 등을 알게 되면서 급속히 종북사상으로 물들게 되었던 것이다. 편향된 국사교육은 학생들에게 국사교육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주게 되고 북한의 왜곡된 역사 기술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역작용을 낳은 것이다.

    좌 성향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해방전후사의 인식』(1-6권)은 1980년대 좌익ㆍ좌경 세력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하였다. 극히 일부 균형적 글도 있지만, 대부분 대한민국 건국세력을 친일로 폄하하고, 반미의식을 자극하며, 북한체제를 상대적으로 긍정 평가하는 등 좌편향이 심해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우익 성향의 일부 학자들이 2006년『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는데, 여기에도 일부의 글은 일제시대의 통치를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평가하거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수용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되어 비판을 받고 있다. 극히 일부 우익논자들은 노골적으로 식민지근대화론에 찬동함으로써, 좌익세력들의 주장대로 ‘우익=친일’이라는 도식을 심어줄 우려를 낳기도 한다.

    식민지근대화론은 36년 동안 우리가 나라를 운영했다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부정론에 바탕하고 있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대한제국은 광무개혁 등 근대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근대국가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일제시기의 경제성장은 일본의 이익을 위한 측면이 많았다. 일제시기 징병ㆍ정신대ㆍ창씨개명 등 우리민족에게 가한 고통을 외면하고 형식적 경제성장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편협한 태도이다. 게다가 일제가 남긴 경제구조도 남북분단으로 인해 기형적이 되었으며, 이마저도 6ㆍ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이후 우리의 경제성장은 잿더미 위에서 우리의 땀로 이룬 것이다. 그리고 일제통치는 민족분단, 6ㆍ25전쟁, 남북군사갈등, 좌우사상갈등 등의 문제를 낳았고, 장차 통일시 발생할 엄청난 통일비용 등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우익세력 중 건국ㆍ호국세력은 좌익ㆍ좌경세력에 의해 지나치게 폄하되었던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대통령으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승만의 건국을 높이려다 보니 남북협상을 주도하고 5ㆍ10선거에 불참한 김구를 좌파로 평가하기도 하고 김구의 임시정부를 저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승만과 김구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헌법에 규정하다시피 대한민국의 뿌리이다.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김구가 아니었으면 소멸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김구는 민족주의자이자 우익으로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려 하였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가 구성될 당시에는 이승만 등 민족주의계열(우익)이 주류였지만 이동휘 등 공산사회주의계열(좌익)도 일부 동참하였다. 이동휘(임정 초대 국무총리)ㆍ김립 등 공산사회주의계열은 독립운동을 하는데 있어 미국을 의지하기 보다는 인근국가인 러시아를 의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동휘는 러시아와 접촉하여 레닌으로부터 40만 루불(40만 달러 상당)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자, 이를 계기로 김구 등을 회유하여 공산계로 끌어들이려 하였다. 그러나 김구는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이동휘 : 작은이(아우). 우리 공산주의 혁명으로 독립투쟁하면 (독립이) 더 빠르고 유리할 것이요. 레닌도 우리 약소국의 비애를 잘 알고 적극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이것이야 말로 호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이제나 저제나 하고 언제 지원의 손길이 뻗칠지 모를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소. 같이 혁명사업에 손잡읍시다.

    김구 : 지금 비록 러시아(소련)가 우리를 지원하고 크게 격려해 준다고 해도 그 참뜻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필경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는 척 하면서도 자기네의 식민지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있는 것입니다. 조심해서 접근해야 뒤에 낭패를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동휘는 러시아로부터 받은 독립지원금(40만루불)을 임시정부에 한 푼도 내놓지 않고 한인 공산당 운영자금 등으로 써버렸다. 임정의 다수파였던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은 공산사회주의계열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그들과 결별하였다. 이후 자유민주주의계열의 수뇌격인 이동녕은 임정을 찾아오는 한인청년들이 공산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지 않도록 당부하였다. 

    김구는 해방정국에서 이승만과 함께 우익의 대표로서 위치를 점하고 있었고, 미군정도 이승만과 김구를 극우 성향으로 분류하였다. 이승만과 김구는 반탁운동 등 해방공간에서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남한 단독정부(약칭 단정) 구성문제가 대두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김구는 오직 나라의 독립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민족운동가로서 민족분단을 수용하기 힘들었던 측면도 있다. 김구도 한 인간, 한 정치인으로서 그 혼란한 상황 속에서 과오를 범할 수 있다.

    당시 소련군정과 김일성은 김구 등을 끌어들여 남북협상을 벌임으로서 남한의 단독정부 구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작을 하였고, 그 계략에 말려든 것은 김구의 실수였다. 그러나 남북협상과 관련하여 일차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김구가 아니라 남북협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소련군정과 김일성이다. 김구가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수립에 반대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흠을 낸 측면이 있기는 하나 그의 독립운동과 우익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좌파로 모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그를 저평가하는 것은 ‘우익=친일’이라는 좌익들의 논리를 정당화시켜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우익 중 건국ㆍ호국세력과 산업화세력은 같은 우익인 자유민주화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자체를 ‘좌파 정권’ 등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는 전향여부가 불분명한 좌익전력자들이 일부 참여했고, 일부 정책(특히 대북정책)에 있어서 친북적 경향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지만, 정권 자체를 ‘좌파정권’으로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그 정부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건국ㆍ호국세력과 산업화세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지지세력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이지만 ‘좌파정권’이라는 공격을 받고 반감이 생겨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좌익세력과 손잡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자유민주화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좌익세력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익세력을 약화시키는 행위인 것이다. 자유민주화세력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포용하여 좌익(반대세)들을 소외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