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善·惡의 분별력을 잃어버린 한국의 종교인들   
     달콤하고 그럴싸한 논리로 惡에 대한 公憤(공분), 북한의 불편한 진실과 본질적 문제를 외면케 만든다

    金成昱   
     
     종교계의 左派的(좌파적) 특징은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소수자·약자에 대한 사랑, 자비, 연민을 특질로 한 종교는 평등과 분배를 우선하는 좌파성향과 맥을 같이 한다. 문제는 한국 종교계의 親北(친북), 좀 더 정확히 말하면 親김정일 행태이다. 수령독재라는 절대적 惡(악)에 대한 寬容(관용)을 종교로 포장한 僞善(위선)이다.
     
     북한은 헌법 상 두 가지 개념을 갖는다. 하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정권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 살고 있는 2400만 동포들이다. 헌법의 해석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解體(해체)시켜야 할 反(반)국가단체이며 북한주민은 解放(해방)시켜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이 해체와 해방의 대상으로 구분되기에 이 나라 국민이 해야 할 親北(친북)의 대상은 북한정권이 아닌 북한주민이다. 민족공조, 민족주의의 대상 역시 ‘정권’이 아닌 ‘주민’이다. 진정한 종교적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暴壓者(폭압자)인 정권에 대한 분노와 暴壓(폭압)당하는 주민에 대한 사랑, 자비, 연민을 느껴야 옳다.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은 이 땅의 절대다수 종교인들이 오직 폭압자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살려달라며 부르짖는 同族(동족)의 절규엔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북한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연장시키는 데 정력을 쏟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종교계 주류적 흐름은 ‘주민’에 대한 무관심과 ‘정권’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5·18묘역에서 단식철야기도 중 하나님 명령을 받았다”>
     
     종교계 레프트 코드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지난 8월 密入北(밀입북)한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처럼 김정일 정권을 종교보다 위에 두는 자들도 있다.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 단식철야기도 중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 평양에 갔다는 韓씨는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생명들의 살인원흉...민족 반역자 이명박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북한의) 선군정치가 호전적이 아니라 평화적임을 확실히 깨달았다(2010년 6월22일 평양 밀입북 후 도착성명)”고 주장했다. 진보도, 좌파도 아닌 김일성 王朝(왕조)를 향한 맹목적 충성의 발언들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는 98년 평양통일대축전에 참가해 김일성 시체가 안치된 금수산궁전 방명록에 “金주석의 영생을 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2004년 8월13일 ‘8.15 59돌 종교인 통일·평화선언’에서도 한국이 탈북자 입국을 기획한 것을 북한에 “謝過(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김일성 사망을 “逝去(서거)”로 높인 뒤 弔意(?)를 표하기 위한 대표단 방북 금지를 “謝罪(사죄)”하라고 했다.
     
     문규현 신부의 친형인 문정현 신부 역시 決死的(?)이다. “미국에 예속되어 사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 주저앉아 죽겠다(2002년 3월12일)”, “미군부대만 지나면 저주의 마음이 든다(2002년 9월30일)”, “한국민은 인간백정 주한미군을 반드시 한국 재판대에 세울 것(2002년 11월21일 동두천 여중생 추모집회)”, “국가보안법을 찬성하는 종교인들을 보면 꼭 魔鬼(마귀)를 보는 것 같다(2004년 9월16일)”는 등 종교인의 주장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殺伐(살벌)하다.
     
     <북한정권 유지시키는 한국의 교회>
     
     적극적인 친북, 반미가 아니라 해도 종교계의 기본 흐름은 住民(주민)이 아닌 政權(정권)을 돕는 것이다. 소위 ‘인도적’으로 정권을 돕는 종교인들은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에서 “그래도 주민에게 약간은 돌아간다”는 궁색한 변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속내엔 동족의 아픔에 둔감한 완악한 마음과 정권을 도와야 남한의 평화가 온다는 이기심, 그리고 사상적으로 북한에 동조하는 반역적 이데올로기까지 자리를 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내가 아닌 남을 살리라는 종교적 神聖(신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예컨대 기독교계가 북한의 가짜 기독교 단체인 조그련을 통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전달된 금액은 683억 원에 달한다. 2003년 이후 훨씬 더 많은 對北(대북)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통계는 나오지 않는다. 기독교연합체에 확인을 해 보아도 외부에는 알려주지 않는다. 개별 교회 차원서 이뤄진 지원이 많아 集算(집산)도 어렵다.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대북지원 중 현금은 당연히 달러로 지원된다. 북한의 일반주민이 1달러로 한 달을 살아가는 것을 고려하면, 현금지원은 북한의 가치로 환산할 때 곱하기 100 정도를 해야 한다. 예컨대 683억 원은 최소한 6조8300억 원, 수조 원은 수천 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햇볕정책’은 한국교회의 소위 ‘인도적 대북지원’이요, 북한정권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은 한국의 교회라는 평가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挑發(도발)을 단순한 海難(해난)사고인 것처럼>
     
     김정일의 통치자금이 말라가면서 남한사회에 인도적 대북지원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주민에 대해선 냉담하기 짝이 없지만 북한정권을 향한 남한 종교인들의 열정과 염려는 가희 탄복할 수준이다. 2010년 6월17일, 천안함 희생자들의 피가 마르기 전에 5개 종단 527명의 종교인들은 소위 남북정상회담과 인도적 대북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0년 6월17일 527명의 종교인들로 구성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로 보건데,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현 정부의 대북强硬(강경)일변도정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이 성명은 북한정권의 천안함 爆沈(폭침)에 대한 비판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沈沒(침몰)사건으로 남북 간에는 물론이고 남한 사회 안에서도 서로를 불신하고 반목하는 상황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북한의 挑發(도발)을 沈沒(침몰)사건, 즉 단순한 海難(해난)사고인 양 표현했다.
     
     또 “일부 종교·사회·정치인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고 북한을 상대로 전쟁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렇게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 앞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며 실체도 없는 對北(대북)응징론자들을 비난했다.
     
     성명은 이어 “남북 군사 대결 구도로 말미암아 우리마저도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외면함으로써 지금 북한 동포들은 남북 갈등의 최고 희생자가 되어 餓死(아사)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인권 참상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치 않았다. 20만 명 이상 죄 없이 수감돼 있는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인간노예로 팔려 다니는 수십 만 탈북여성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매년 5천 명 이상씩 强制(강제)로 送還(송환)되는 문제도, 송환 후 겪게 되는 강제낙태·영아살해와 같은 끔찍한 고문의 중단도 촉구하지 않았다.
     
     북한주민의 빼앗긴 자유, 생명, 인권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한 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支援(지원)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우리의 동족 누이들이 지금 당장 劫奪(겁탈)당하고 蹂躪(유린)당하고 있는데 식량만 주라는 격이다. 달콤하고 그럴싸한 논리로 惡(악)에 대한 公憤(공분), 북한의 불편한 진실과 본질적 문제를 외면케 만드는 이 성명은 잔인할 정도다.
     
     당시 성명에는 좌파성향 목사들 뿐 아니라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 및 노무현 정권 당시 反核(반핵)·反金(반김)국민대회 등을 이끌었던 길자연(왕성교회) 목사와 김성영 前성결대학교 총장, 박성민 목사(CCC 대표) 등 온건한 성향의 목사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준비위원으로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를 비롯해 김대선 교무, 김명혁 목사, 김홍진 신부, 박남수 선도사, 박경조 주교, 박종화 목사, 법륜 승려 등이 참가했다.
     
     <절대 惡을 관용하고 善·惡에 대한 분별을 잃어>
     
     한국의 종교인들이 북한정권이라는 절대 惡(악)을 관용하면서 善(선)과 惡(악)에 대한 분별력을 잃고 있다. 안보와 법치를 파괴하는 깽판세력과 연합하고, 무질서와 혼란의 향도 노릇을 자처하기도 한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가 되어버린 불법시위 폭력집회 중앙엔 어김없이 기독교·천주교·불교의 거룩한 의복을 걸친 종교인들이 자리해 있다. 500명 넘는 경찰을 다치게 만들고 180대에 달하는 경찰버스를 불태운 2008년 촛불난동에 대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폭도들을 옹호하는 사제들의 모습은 대표적이다.
     
     한국의 종교인들, 특히 김정일 세력을 가장 많이 돕는 개신교 교회가 진정 참회하고, 다짐해야 할 일은 북한 지하교인에 대한 침묵과 외면이다. 북한에서 기독교 신앙은 곧 죽음이다. 북한정권은 ‘지하교인’으로 불리는 기독교인을 필사적으로 탄압해왔다. 한국의 교회가 ‘지하교인’에 대해 침묵한 채 ‘지하교인’을 탄압하는 북한정권을 가장 열심히 돕는 것은 치욕적 사건이다. 심지어 2009년 한국의 대표적 교회가 대거 참여한 3·1선언문에 나오듯 지하교인을 처형하고, 폭압하는 북한을 비판한 죄악(?)을 대립과 갈등의 모습이라며 회개하라는 식의 주장은 종교적 선언이라기보다 정치적 煽動(선동)처럼 들린다.
     
     이 글을 종교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쓰고 있다. 비판받는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고 상처와 망신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 그들이 외치는 정의와 사랑이 2010년 한반도에서 무엇을 뜻하는지 진심으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임박한 북한정권의 붕괴를 대비하고 자유로운 민족통일과 풍요로운 북한재건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