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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란, 우리가 이 세상과 온몸으로 접촉하지 못 할 때조차도
    우리들과 이 세상을 맺어주는 마지막 끈이므로”
     

    <책 읽어주는 여자> 중에서

    바쁜 일상 속에 책 한권 읽을 여유조차 쉽게 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온몸으로 이 세상과 접촉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여러분들을 위해 뉴데일리가 그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자 대신 책을 읽어드리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 ▲ 이원호 장편소설 <삼대(三代)> ⓒ 뉴데일리
    ▲ 이원호 장편소설 <삼대(三代)> ⓒ 뉴데일리

    이원호의 장편소설 <삼대>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한 가족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융통성 없는 할아버지와 고지식한 아버지, 자유분방한 손자 개개인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서로 다른 세대의 소통과 화해를 그려낸다.

    작가는 가족의 이야기와 더불어 농촌의 현실과 무기력한 현대의 젊은이, 중년의 고민 등을 한 치의 과장 없이 그대로 담아내어 현대사회 가족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적막한 마을 풍경과 부모의 재산이 탐나 억지 효도를 하는 자식들, 농촌에 시집 온 베트남 처녀, 치매에 걸린 노인을 간병하다 붕괴된 가족까지. 전주시와 접한 작은 마을 소양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우리 농촌의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성실하고 우직한 효자 아들을 둔 박용구 씨 역시 마을 안에서 가장 행복한 듯 보이지만, 아내가 떠난 넓은 집에 혼자 앉아 있을 때면 왠지 모를 외로움과 소외감이 덮쳐온다.

    또한, 청년과 노년 세대 간 화해의 매개 역할을 하는 중년 박기봉은 전주시청 공무원으로 우리 시대 아버지 상을 대변한다. 박용구 일가의 소소한 가족사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옆집 이야기 같기도 한 사연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애를 되찾아준다.

    이 작품은 하나하나의 고리가 끼워지듯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엮이다 종국에 한 자리에 모인 삼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스라한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 자치단체 최초로 전주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돼 주목받은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이 책은, 약 6개월에 걸친 연재 기간 동안 지역민의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전주는 이원호 작가의 고향이자 <삼대>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 작가의 한 마디

    나는 <삼대>에서 인간의 죽음과 삶이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가 있는가도 표현해보고 싶었지요. 인간은 반드시 죽게 되는 유한한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윤회가 마음을 안돈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현생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죽음이 있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이 가족처럼 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나는 긍정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성품의 소유자올시다. <삼대>를 읽으시고 생에 대한 의욕이 불끈 솟아오르셨다면 제 의도가 성공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 2010년 4월 이원호 


    ✔ 이렇게 보세요

    ‣ 소양면의 열일곱 가구 주민들의 정겨운 마을 풍경이 펼쳐질 때면 바람을 타고 포근한 흙냄새가 밀려오는 듯하다. 특히,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맛을 더한다. 현 시대의 고통을 이야기 하지만, 담담한 문체로 담아냈다. 그만큼, 한 발치 떨어져 '바라보는 자'의 시선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주인공들에게 철저히 박용구 씨, 박기봉 씨, 박민수 씨라는 호칭을 붙여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것 역시 그러한 맥락이다. 그렇기에 다시 말하자면, 그 어디든 자신의 처지에 따라 입장을 달리 할 수 있어 공감이 크다. 20대, 50대, 70대. 자신의 나이가 어떻든 또한, 효자든 불효자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 가족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가슴 속 편지와 같은 글들이 적혀 있다. 독불장군 같은 부모님과 방황하는 자식들의 물과 기름처럼 떠 버린 가족관계, 또한 고민하고 방황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 삼대는 모두 남성이다.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에 여성 독자들의 공감대가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세대'에 대한 눈으로 관찰한다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삼대의 남성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 ▲ 이원호 장편소설 <삼대(三代)>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