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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싸움

    오늘, 동네에 있는 Nail Salon 에 갔다가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Salon 주인과 여동생, 그리고 종업원이 한명인 아주 작은 집인데 다른 손님이 없었습니다.
    거의 끝나갈 무렵 손님 세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들을 맞이하는 여자들 태도가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늘 환한 미소로 반기고 커피나 차를 갖다 주는 등 서비스가 좋았는데 그 베트남 여자들은 오늘따라 왠지 모두 골이 난 표정들이었습니다. 서로 화난 얼굴로 알아듣지 못할 말로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니까 분위기가 거북했던지 손님들은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다른 Salon에 가겠노라며 나가버렸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단골집이라 옆에 있는 종업원에게 가만히 까닭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조금 전에 주인 여자와 동생이 한바탕 싸웠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러면 손님 다 놓쳐요.  누가 이렇게 집안싸움 하는 곳에 오겠어요?  툭하면 싸운다고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 가게를 반씩 투자 해서 산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언니가 주인 행세 하지만 동생은 동생대로 나도 주인이다, 라는 거예요. 아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겨워요. 툭하면 싸운다고요. 실은 나도 딴 곳을 알아보는 중이죠. 살벌해서 있기 싫어요.”

    미국의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지만 LA지역 Nail Salon은 주로 베트남 사람들이 합니다.
    리무진은 러시아 사람들, 세탁소는 한국 사람들, 도넛 가게는 인도 사람들, 이런 식으로 종족에 따라 사업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민 오는 사람을 누가 비행장에 마중 나가느냐에 따라 이민 온 사람의 직업이 결정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아는 사람이 하는 직업을 따라하는 게 이민자들의 생활터전이 됩니다.

    아주 작은 가게로 시작합니다. 비록 영어는 짧다 하여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친절하게 최선을 다 해 서비스를 잘 하여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 작은 가게 안에서 주도권을 누가 잡는가에 연연해 식구들끼리 집안싸움을 해서 제발로 찾아 온 손님마저 놓쳐버린다니, 잘잘못을 떠나 너무나 우매한 짓입니다.

    한국이 급부상 하고 있다는 것을 갈수록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자동차, 전자제품뿐 아니라,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겁없이 금메달 따내는 신세대들을 보면 앞날의 희망이 활짝 열리는 듯 기쁩니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 또한 여기 동양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Nail Salon의 베트남 여자들도 저녁 때 집에 가면 밥을 해먹자마자 잠자는 시간까지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합니다. 비디오 가게에서 베트남 비디오를 빌리는 게 아니라 베트남어 자막이 나오는 한국 비디오를 빌려본다 합니다. 언제고 돈을 많이 벌어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그게 꿈이라고 말 합니다.

    부부 싸움을 할 때, 흥분하기 시작하면 애초에 싸움이 시작된 원인조차 서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원인은 사라지고 그 다음부터는 “네가 이런 말을 감히 나에게 어떻게?” “아니 넌 뭐 잘 한 거 있다고 큰소리야?” 감정이 감정을 키우고 말이 말꼬리를 잡아 진짜 심각한 이혼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Nail Salon의 베트남 자매도 모르긴 해도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나는 집안싸움 때문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손님들을 놓쳐버리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자그마한 동네, Nail Salon이 아니고 그것이 정당이라면, 그것도 집권당, 아니 국가라면, 더군다나 이제 막 선진국이라는 배에 올라타려는 한국이라면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나는 오랜 세월 미국에 살면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에 오는 많은 정치인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늘 입버릇처럼 “아무런 사심이 없다” “오직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그 말들은 그들의 정권이 지나간 지금 무엇으로 남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강도’라는 말 한마디에 티격태격 하고, 같은 정파 안에서도 삿대질 하는 모습, 참 멀리서 보고 듣기 남세스럽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직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싸움 말은 변함이 없습니다.
    "만나자" "싫다"는 건 또 무슨 사연인지, 집안 식구끼리 한번 만나 대화하는 것조차 그리 힘든 사람들인지 참 염려스럽습니다. 결국 김씨들처럼 싸움의 목표는 오직 집권이겠지요. 국민들은 다 짐작하고 있으리라 보여집니다.

    세종시 하나에 정말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습니까, 아니면 집권당의 장래가 걸려 있나요?
    자기 세력을 위한 싸움, 자기자신을 위한 싸움은 아닌지요? 싸울수록 손님 다 놓치는데요.

    진정 국민의 대표라면 충청도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집안싸움은 그만 접기 바랍니다.
    권력싸움은 2년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싸움은 짧을수록 피차 좋으니까요.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