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인구 50만명 목표 아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성격을 규정한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확정된 투자규모는 16조5000억원으로, 당초 9부2처2청을 옮기는 원안대신 산업과 교육, 연구기능을 중심으로 한 도시로 자족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대기업인 삼성과 한화, 웅진, 롯데, SSF(오스트리아)사 등 4조5000억원을 투자 유치했고, 대학은 카이스트와 고려대학이 기존보다 더 큰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토지이용 요금과 세제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돌아간다. 자족용지는 기존보다 3배 이상 확대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중앙정부청사에서 지난 2개월여 간에 걸친 민관합동위원회 논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세종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정책의 일관성은 정부에게 주어진 기본 의무이고, 저 역시 밤을 새워 고뇌와 번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명분 때문”이라며 “그러나 과거의 약속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복선이 내제돼 있다면 뒤늦게나마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수정안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정 총리는 우선 “세종시는 인구 50만명의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로 건설할 것”이라며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자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상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를 기초과학 원천기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중심축이자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이끌어갈 21세기 전초기지로 창조해 나갈 것”이라며 “현행 세종시 계획은 국가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하므로 발전방안 마련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특히 원안 처리를 바랐던 충청권 주민들에 대한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하며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발표 뒤 대전 지역을 직접 방문해 설득에 나선다.

    세종시 수정안 뭘 담았나

    세종시 수정안은 우선 기존 9부2처2청의 정부기관을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전면 백지화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는 경제도시를 기본개념으로 제시한 수정안은 한국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이 같은 개념은 미국의 RTP, 유럽의 썬(CERN), 드레스덴(Dresden) 등을 벤치마킹 했다.

  • ▲ 세종시 수정안 조감도 ⓒ 뉴데일리
    ▲ 세종시 수정안 조감도 ⓒ 뉴데일리

    정부는 △원안보다 알차고 실천 가능 △사업기간 단축을 통한 도시 조성 활성화 △실효성 있는 국가균형발전 초석 마련 △국가자원의 효율적 활용 △신속하고 확실한 실행 담보 등 5가지 원칙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또 7대 추진전략으로 ▼시너지 창출형 토지이용 구상 ▼교육 과학 산업 등 5대 자족기능 유치 ▼투자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마련 ▼우수한 정주여건 조성 ▼빠르고 편리한 도시.광역교통체계 구축 ▼주민지원 대책 보강 ▼주변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효과 확산 등을 제시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와 국토연구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번 수정안에 따른 기대효과로 얻는 경제적 편익은 기존 계획에 비해 평균 10배 이상 높으며, 지역발전 효과도 2.8~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자리창출 규모에서도 8만4000명에서 24만6000명으로 대폭 늘었다.

    확정된 투자규모는 원안인 8조5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6조5000억원(재정 8조5000억원+과학벨트 3조5000억원+민간 4조5000억원)으로, 대학을 포함하면 1조4000억원 가량 늘어나 18조원에 이른다. 원안보다 주거용지(-7.2%p), 공원녹지(-2.5%p), 공공시설(-4.3%p) 등을 축소하는 대신 자족용지는 기존 6.7%(486만㎡)에서 20.7%(1508만㎡)로 3배 이상 대폭 확대했으며, 행정기능보다는 산업과 교육,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당초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한다는 기존 도시조성 계획을 무려 10년 앞당겨 2020년까지 집중 개발, 총인구 50만명의 명품 자족도시로 변모시킬 예정이다. 2017년 이후 완성될 광역교통체계도 2015년까지 마친다.

    특히 대기업인 삼성이 2조500억원, 한화 1조3270억원, 웅진 9000억원, 롯데 1000억원, SSF 1380억 등 유수기업들이 총 4조5150억원을 신재생, LED, 탄소저감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대학에서는 고려대가 6012억원, 카이스트가 7700억원을 융복합 분야에 투자키로 해 당초 예정보다 규모를 확대했다.

    이밖에도 기초과학연구원, 융복합연구센터, 중이온 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R&D투자 등 과학벨트 조성과 공공업무와 정부전산백업센터, 국책연구기관 16개 등 현재까지 총 10조3674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이들이 들어설 곳은 총 901만㎡ 면적이며, 3만6244명(학생 7100명 제외)의 고용창출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주 내에 입주예정 기업, 대학별로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이들과의 MOU(양해각서)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우주측지기술 분야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160억원을 투자유치해 측지관측국을 건설하고, 세종시 내에 국립수목원과 미국이 투자한 천연약재 등 소주제 박물관, 독일의 공공과 민간이 공동운영할 태양광 인포센터 등도 들어선다.

    이들 기업이나 대학 등에는 부지저가 공급과 세제 및 재정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부지공급은 대기업 기준 3.3㎡당 36~40만원(원형지), 일반 50~100만원(조성지), 연구소 100~230만원 수준이다. 신규투자에 대해서는 외국기업과 국내기업 모두 소득세와 법인세를 3년간 100% 면제해주고, 추가로 2년 동안 50%를 감면해준다. 또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될 경우 외국인 전용 학교와 병원 설립 등 정주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정부는 전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과학벨트특별법안 제정 후 세종시를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지정하고, 행정도시특별법을 전면 개정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개발계획 등을 수정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는 일반적으로 짝수 달에 임시회를 열게 돼 있는 만큼 이번 달을 넘긴 뒤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관계자 상당수가 조속한 처리보다는 ‘설득’을 우선으로 내세운 데다 여당 내 친박계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어 관련 법안 처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