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경북도지사·정보위원장 '올인'… 재선 의원들은 '출마 자제' 분위기
  • 대구·경북(TK) 3선 중진인 자유한국당 강석호·김광림·이철우 의원(사진 왼쪽부터)은 경륜과 역량면에서 원내대표를 맡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지만, 각각 국회 정보위원장직 수행에 집중하거나, 차기 경북도지사를 둘러싼 대결에 집중하느라 경선 출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대구·경북(TK) 3선 중진인 자유한국당 강석호·김광림·이철우 의원(사진 왼쪽부터)은 경륜과 역량면에서 원내대표를 맡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지만, 각각 국회 정보위원장직 수행에 집중하거나, 차기 경북도지사를 둘러싼 대결에 집중하느라 경선 출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맞붙을 세 팀의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 조합이 확정됐는데, '한국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출신이 전무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TK는 한국당 내의 의석 비중만 큰 게 아니라 결속력도 높기로 유명한데, TK 출신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것이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안개 속 판세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후보 등록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국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자 조합의 윤곽이 드러났다.

    원내대표 후보는 세 명 모두 서울·수도권 의원이며, 정책위의장 후보는 세 명 중 두 명이 부산·울산·경남(PK), 나머지 한 명은 서울·수도권으로 결정됐다.

    원내대표 후보로 팔을 걷어부치고나선 한선교(4선·경기 용인병)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홍문종(4선·경기 의정부을) 의원은 모두 서울·수도권에 정치기반을 두고 있다. 정책위의장 후보인 이주영(5선·경남 마산합포) 이채익(재선·울산 남갑) 의원은 부울경(PK), 함진규(재선·경기 시흥갑) 의원은 수도권 기반이다.

    한국당 의석 116석 중 21석(대구 8석·경북 13석)에 달하는 TK에서는 원내대표 후보도, 정책위의장 후보도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1석이라는 의석 숫자도 숫자지만, 한 의원이 "TK는 후보가 나오면 (지역 의석의) 70~80%가 따라온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당내 경선에서 강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이번 경선에서 TK의 실종은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판세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TK는 실종됐을까.

    한국당 일각에서는 "TK 지역 중진의원들이 원내대표보다도 지방선거에 더욱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년 6·13 지방선거는 현 시점에서 보면 전국적으로 한국당에 어려운 판세다. 수도권·충청권은 물론이고 그간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의원직을 내려놓고 지방선거에 나가겠다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TK는 다르다. 여전히 애국 성향이 강하며 보수정당인 한국당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권역에서만큼은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라는 공식이 아직 통용되고 있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권역의 중진의원들은 지방선거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출마를 꺼리고 있는데, TK는 여전히 공천이 당선 안정권이다보니 원내대표보다 광역단체장을 바라보는 중진의원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TK에서 원내대표를 능히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정무감각과 정책역량이 검증된 중진의원으로는 주호영(4선·대구 수성을) 강석호(3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김광림(3선·경북 안동) 이철우(3선·경북 김천)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강석호·이철우 의원은 최고위원을, 김광림 의원은 두 차례 정책위의장을 지내 원내대표를 맡기에 경륜과 역량면에서 충분하지만, 이 중 이철우·김광림 의원은 차기 경북도지사를 둘러싼 경선을 염두에 두고 이미 사투(死鬪)에 돌입해 있어, 원내대표 출마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호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으면서, 특수활동비 등을 둘러싼 정치 현안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역시 원내대표 출마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강석호 의원은 현재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공정한 경선관리를 주관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당 분열이 심화됐을 때마다 원내대표 추대 대상으로 거론됐고, 바른정당에서도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한국당 원내대표를 맡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복당(復黨)한지 얼마되지 않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주호영 의원의 경우,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추대 형식이라면 모를까 스스로 나서서 출마하겠다고 하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았겠느냐"며 "당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경우, 향후 전당대회에 나서서 당대표를 노려볼만한 재목"이라고 설명했다.

    친박(친박근혜) 정서가 강한 TK 권역 의원들이 이번 경선에서는 출마를 스스로 자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선거만을 바라봤다고 하기에는,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정책위의장 후보에서도 TK가 실종된 것을 전부 설명하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이번 경선에서는 TK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물밑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바라봤다.

    김상훈(재선·대구 서) 의원을 필두로 윤재옥(재선·대구 달서을) 박명재(재선·경북 포항남울릉) 의원 등 TK 재선 의원들은 정책위의장을 맡을 역량이 검증돼 있고, 실제로 이번 경선 과정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번번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당이 'TK당'으로 보여서는 안될 시기에, TK 출신들이 스스로 출마를 자제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정무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TK가 실종된 원내대표 경선전에서 최후에 웃는 자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