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親中 事大'에 길이 있다고 믿는가?
  •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중년을 넘긴 이 나라 국민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노래의 일절이다.

    67년 전 급박했던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를 몇 년 전 영화에서 봤다.

    아마 그 영화 초입임에도 많은 관객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지난 6월의 어느 날 아무개 일간지 신문기사 한토막이다.

    '미국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저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 급박한 순간에 피란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 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시계를 되돌려 보자.

    67년 전 10월 29일 뛔국 ‘인민해방군’의 6·25남침전쟁 참전. 11월 25일 중공군의 2차 대공세 시작과 이후 ‘장진호 전투’ 전개.

    양키나라와 그 군대로서는 사상 최대의 치욕일지도 모른다. 그들 전쟁사에는 '역사상 가장 고전(苦戰)했던 전투'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니...

    12월 4일 이 나라 국군은 평양을 포기한다. 그리고 12월 9일 유엔군 사령관맥아더 원수의 철수 명령에 이어, 흥남철수작전이 개시된다. 12월 11일 양키나라 제1해병사단의 병력과 장비가 탑재되기 시작하여 같은 달 14일 선적이 완료되었으며, 15일 흥남부두에서 출항하였다.

    이후 축차적으로 유엔군 부대와 국군 제1군단이 12월 23일[해군 기준으로는 24일]까지
    흥남철수를 완료하였다.

    이때 자유를 찾아 월남한 10만여 북녘 실향민들의 사연과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감동은 그저 ‘전설(傳說)의 고향’에나 등장할 법한 ‘믿거나 말거나’의 옛날얘기가 되어버린 듯하다.



  • 현재 이 나라 학교 현장에서 이 비통·감동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데가 있다던가? 이 민족 이 나라로서는 자유통일을 날려버린 통한(痛恨) 서린 현재 진행형의 비극(悲劇)이건만...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역사의 아이러니(irony)’ 운운하는 건 너무 낭만적이거나 순진하다 못해 멍청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찬 흥남부두'가 있고 나서 67년이다. 그리고 12월 13일부터 3박 4일 간
    이 나라와 뛔국 간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청와대의 목표는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관계를 실질적으로 복원하고, 나아가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사드’ 배치와 보복, 3불(不) 원칙, 6차 핵실험, 핵·미사일 화성-15형, 쌍중단(雙中斷)과 쌍궤(雙軌), 미-북 평화협정... 이 나라의 존망과 연관이 없는 단어를 골라보라.

    과연 면세점을 찾는 유커(遊客)에나 매달릴 것인가?

    더구나 이 민족 5천년 역사와 이 나라 오래지 않은 경험까지를 찬찬히 펼쳐 보면, 결코 ‘친중 사대’(親中 事大)는 길이 아니지 않은가.

    '바람찬 흥남부두'까지는 주적(主敵)과 이인삼각(二人三脚)인 뛔국의 덕분(?)이었을지 몰라도, 자유가 넘치는 그래도 살만한 ‘여기와 현재’에 올 수 있었던 건 어쨌거나 후일 동맹(同盟)이 된 양키나라의 도움 아니었는가. 어느 누구의 사례를 꼭 집어서 말하지 않더라도...

    전쟁을 기록한 책에는 이런 게 적혀있다.

    1950년 12월 13일[음력 11.5 壬午일 수요일 흐림] 마오쩌둥(毛澤東), “인민지원군은 반드시 38선 이남으로 전진하라”고 펑더화이(彭德懷)에게 답신 전보.


    이런 사실(史實)을 잊지 않도록 곱씹으며, ‘바람찬 흥남부두’ 노래 3절의 마무리 가사를 노래할 때가 아닌가. 이 나라 청춘들과 함께...

    금순아 굳세어다오 북진통일 그날이 오면
    손을 잡고 웃어보자 얼싸안고 춤도 춰보자.


    창 밖에는 오랜만에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려 쌓이고 있다.


  • <이 죽>